내 맘대로 질문하고 내 맘대로 답하고.. 

1. 당신은 몇년 차 하루키빠인가?  

한 18년차인 것 같다. 대학 초년 시절에 <상실의 시대>를 읽고 그를 처음 알았는데 지금 내 나이 마흔이니깐 20년이 채 못 되는 거 같다. 그 땐 읽을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한국문학을 많이 읽었던 때인데, 그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일본문학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우리 문학하고는 다른 신선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상실의 시대>가 히트치는 덕분에 그의 초기작들이 우리 나라에 거진 다 발간되었고, 그의 초기작이 나오는 족족 다 사다 읽을 정도로. 최신작은 물론이고.

2. 그는 당신에게 어떤 작가인가? 

최초의 전작작가이다. 그의 <상실의 시대>는 우리 세대의 있어서 폭풍같은 작품이었다. 그의 글쓰기는 쉬운 듯 가벼우면서 진지하였다. 그의 작품 속에는 가벼운과 무거움이라는 추가 균형있게 자리 잡고 있는 듯 하였다. 그래서 그런가. 일단 그의 작품은 어렵지 않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서 그런지  출간 되면 즉시 구입해 읽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책장을 보니 책장 한 자리를 하루키의 책이 다 차지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책을 읽고 살아온 날이 꽤 되었지만 어떤 작가들은 처음엔 좋았다가 몇 작품 읽고 나가 떨어졌는데, 하루키만큼 20여년 동안 전작을 구비할 만큼 어필한 작가이고, 20여년 동안 관심을 갖고 있는 진행형의 작가는 하루키가 처음이다.  

3. 하루키의 작품중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은? 

사실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권을 꼽으라고 한다면 <해변의 카프카>이다. 그리고 단편중에선 <렉싱턴의 유령>에 실렸던 <침묵>이란 작품이다. <침묵>에 등장한 오사와라는 인물이 혹시 하루키의 분신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짧지만 강렬한 캐릭터 묘사에 놀랐던 작품이다. 더불어 가장 실망한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어둠의 저편>이리라~~  

4. 그의 책에서 풍기는 느낌이나 인상은?  

그의 작품을 읽다보면 재즈 느낌이 날 때가 있다. 경쾌한 느낌이 날 때도 있지만 한 낮에 내리쬐는 끈적한 나른함이라든가 나른한 오후의 한 줄기 시원한 바람같은. 담배연기 퍼지는 몽롱하면서 즐겁게 웃는 듯한.

5. 하루키가 듣는 음악을 좋아하는가? 

그의 작품 속에 녹아 든 재즈분위기는 좋아하지만 재즈는 그렇게 와 닿지 않는 음악쟝르이다. 그냥 그의 작품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재즈 분위기가 좋을 뿐이다. 단지 <상실의 시대 또는 노르웨이 숲>에서 틀어 준 존 레논의 <노르웨이 숲>은 존 레논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불러왔다. 80년대 초반에 음악을 들은 사람들에게 존 레논은 오노 요코와의 퍼포먼스가 강한 뮤지션이었지, 음악성이 뛰어난 뮤지션은 아니었다. 그의 <이매진>이라는 곡도 사실은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서서히 명곡으로 자리 잡은 곡이다. 그 때 그의 대표작은 <이매진> 한곡이었다.  비틀즈는 폴 메카트니의 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카트니의 진취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음악성, 레코딩 기법등등  존 레논의 자리는 크지 않았는데, 하루키를 통해 처음 비틀즈 시대의 존 레논을 알게 되었다.  

6. 그의 에세이가 좋은가 ,소설이 좋은가? 

물론 그의 소설이다. 그의 글은 에세이든 소설이든 어느 분야에도 빠지지 않는다. 심지어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라는 음악에세이에서 그가 락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틴을 미국소설가 레이몬드 카바와 비교해가면서 쓴 에세이를 보더라도, 그는 남다른 시각과 접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난 브루스에 대한 쓴 글을 몇 편 읽었지만 그런 식으로 멋지게 쓴 작가는 처음이었다. 하루키옹, 나이를 괜시리 먹은 게 아니구려~~~   

소설은 단순히 이야기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곳에 농축된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캐릭터가 제 자리를 잡아 이야기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하루키의 캐릭터만큼 이야기를 멋지게 이끌어가는 인물들도 없다. 캐릭터가 풀어헤친 이야기를 따라 가며 읽는 재미, 그건 에세이만큼 강렬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7. 하루키의 최신작 1Q84에 대한 기대는? 

기대 된다! 기대 된다! 하늘에 솟아오르는 로켓만큼이나~ 

하루키의 이 작품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내가 11살 무렵 바카라의 <아이캔 부기>에 빠져 음악을 듣기 시작해 그 문화적 영역이 책과 영화까지 확대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데, 대중문화든 순수 문화든 간에 지난 30여년 동안 그 문화적 수명을 다 하며 거장이나 거물의 반열에 오른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생각나는 우리 시대의 거장을 들라하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정도. 이 십년전만 해도 그도 더티하리 시리즈로 유명세를 날렸지만 그냥 스타였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영화를 감독해 평론가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더니 상업적 헐리우드에서 점차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내며 20여년 사이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오홋, 놀라워라~~ 사실 이스트우드같은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며 멋진 작품을 내는 그런 인물 거의 없다.

동시대를 살면서 내가 젊었을 때 좋아했거나 주목했던 작가, 감독 또는 뮤지션이 거장의 반열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행복하다. 잠시 반짝하고 스쳐 지나가는 문화적 인물들이 세고 센  대중문화 영역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자신의 재능을 끊임없이 펼치는 작가(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의 인물들도)를 수 십년 동안 바라보며 그의 신작에 흥분하고 셀레고 기대한다는 것은 그가 거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 아닐까.  

그의 저력이 이번 신작에 아낌없이 펼쳐 졌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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