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리님이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룻거 하우어 이야기 해 갑자기 생각나 올리는 글인데, 혹시 윌리엄 프리드킨의 <광란자>라는 영화와 룻거 하우어의 <히쳐>라는 영화를 아세요? 지금으로부터 한 20년도 넘은 영화니깐 마흔 넘으신 분들은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다 보셨을지도 모르겠어요. 여하튼 제가 이 두 영화 보고 우리 시대의 연기파인 알 파치노와 룻거 아우어의 영화를 잘 찾지 않습니다. <광란자>란 영화가 대강 이런 내용입니다.동성애자만 연쇄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형사인 알 파치노가 범인을 잡기 위해 게이로 위장해서 게이클럽에 들어간다는 내용인데,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정말이지 묘합니다. 범인을 잡고 사건이 해결되었음에도 알 파치노가 게이클럽에 가서 춤을 추는데, 춤을 추다가 관객을 쳐다보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근데 문제는 알 파치노가 관객을 쳐다보는 그 눈빛을 전 도저히 잊을 수가 없더라구요. 알 파치노가 수사를 하면서 자신의 성정체를 찾아 동성애자가 되었는지 아니면 게이혐오로 자신도 연쇄살인을 저지르려고 하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관객을 쳐다보는 그 눈빛이 너무나 리얼 오싹해서, 알 파치노가 나온 다른 영화를 볼 때마다  그 장면이 오버랩되어 도저히 그 눈빛의 강렬함이 떨어지질 않더란 말이죠. 알 파치노가 순수한 역을 맡았을 때도 그 눈빛의 망령이 기억에 새록새록 살아난다는.  아직도 알 파치노하면 그의 <대부>가 아닌 저 <광란자>의 그 강렬한 눈빛이 생각날 정도니... 연기를 너무 잘해도 문제죠!

이번엔 룻거 아우어, 아마 <블레이드 러너>를 먼저 보고 룻거 하우어의 연기에 뭉클 감탄해 하며 빌렸던 비디오였을 거예요. 저 <힛쳐>라는 영화를. 이 영화는 한적한 고속도로에서 무임승차하는 히치하이커의 연쇄살인을 다룬 영화인데 룻거 하우어가 히치하이커 연쇄살인범 역을 맡았지요. 이 영화 정말 무서운 장면 하나도 나오지 않는데 심리적으로 굉장히 무서웠던 영화였어요. 특히나 룻거 하우어가 잡혔을 때의 그 눈빛, 공포스러울 정도였거든요. 오죽하면 며칠 동안 잠에서 깨어나면 어둠 속에서 그 눈빛이 생각나  새벽에 화장실 가기가 두려웠다우. 평소 무서움도 많이 타는 사람이 그런 영화를 봤으니....솔직히 이 <히쳐>비하면 <13일의 금요일>이나 <프라이데이 나잇> 같은 영화는 넌 뭐니? 니가 공포영화니? 라고 묻고 싶을 정도라니깐요. 니네들, 히쳐나 봤니? 좀 보고 벤치마킹이나 해라... 뭐 이런 생각이 든답니다.

보통의 연기력 같고는 관객이 이런 느낌을 받지도 않을 거예요. 도대체 두 연기자 모두 얼마나 캐릭터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철저했으면 관객이 그런 느낌을 들게할까요? 드니로도 눈빛 연기 잘하지만 저 두 사람만큼 못 했던 거 같아요. 물론 개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라 다른 분들은 그랬었나하고 의문을 던지실지도 모르겠네요. 혹 이 두 영화 보실 수 있으면 찾아 보세요. 예전에는 동네 비디오 가게에 저런 재밌고 알찬 영화 널렸는데, 요즘은 비디오가게 가면 잘 만들어진 b급 영화 보기가 힘들더라구요. 블록버스터 영화만 들여 놓더라구요. 가만 생각하면 블록버스터가 썩 괜찮은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볼 만한 것도 아니라니깐요. 사실 요즘 영화보면 예전의 b급 영화보다 못한 스토리 라인 쎄고 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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