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전 며칠동안 우리집은 난리쇼였다. 큰 애는 초등4학년인지라 제법 지가 알아서 일기나 숙제를 해 놓았건만, 둘째가 요주의 문제아였다. 숙제와 일기를 써 놓지 않아, 개학날 당장 가져갈 과제물이 한 건도 없었다. 선생님한테 혼내도록 내버려두어야지 했다가, 보기 안스러워 아들애하고 내가 두손 두발 다 걷어부치고 도와주었다. 일기도 내가 일학년 수준으로 대충 써 주면 딸애가 받아 베껴쓰고(한페이지 쓰는데 한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무슨 참견을 그리 많이 하는지...), 아들애가 딸애 1학년 수학문제집 풀어주고 그림 그려주고 색칠해주고..그래도 지 동생 혼날까봐 제법 많이 손을 빌려주는데 듬직했다는.  

그저께 화요일 저녁때까지도 난리블루스를 치니깐 애아빠가 보기에도 한심스러운지 몇 마디 했다. 자기는 하나도 도와주지 않으면서......얄미웠다(어떤 그림책 말마따나 아빠는 나쁜 녀석이야!). 여하튼 손하나 까딱하지 않았던 애아빠가 어제 늦게 술 한잔 걸치고 들어와서는 어제는 직장동료들이 우리집처럼 다들 밀린 숙제 하느냐고 난리였다는데, 두시까지 했다고 하더라고, 한다. 개학 전날 모습이 어느 집에서나 늘상 있는 같은 풍경이군, 싶었다. 어쨌거나 나만 한심한 엄마는 아니었구나, 위안이 되었다는. 

애들이 방학이면 더 여유로울 것 같지만 사실 삼시세끼 해결하는 것만 해도 벅차다. 아침 먹으면 점심 걱정하고 점식 먹으면 저녁엔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하루가 다 가버린다.  

오늘 드뎌 아이들의 수업이 정식으로 시작되어 몸과 마음이 한결 자유로워진 아침!  음하하핫!!!! 아이들의 조잘거리는 소리도 안 들리고 밥 차리는 시간도 제낄 수 있어 무슨 책 읽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미미의 <외딴집>이 보여 외딴집 표지 그림 제목 찾느냐고 오전시간을 꽉 채웠다.  두 작품 모두 에도시대에 살았던 우키요에의 대가인 안도 히로시게의 작품. 당시 히로시게는 후쿠사이와 함께 유럽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오하시와 아타케의 천둥(1857년, 브루클린 뮤지엄소장) 



고흐가 히로시게의 저 윗 그림을 보고 반해 그린 <일본다리> 



히로시게의 연작 도카이도 고쥬산지 중 <쇼노>  

 

안도 히로시게에 대하여

작가명 : 안도 히로시게(Hiroshige Ando)
활동년도 : 1797~1858
작가소개 : 일본 우키요에[浮世繪] 판화의 대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도쿠가와[德川] 막부시대의 하급 사무라이 집안에서 태어나 소방조(消防組)의 자리를 세습하였다. 당시 대부분의 사무라이가 부업을 가졌듯이 소방조이던 히로시게도 화가를 부업으로 삼았다. 17년 동안 우타가와 도요히로[歌川豊廣] 문하에서 공부하였는데, 도요히로가 사망한 1828년까지는 배우와 미인을 주제로 한 판화만을 제작하였다.

도요히로가 사망한 뒤 풍경화로 눈을 돌린 히로시게는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풍경판화 시리즈를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1831년에는 10점의 판화로 구성된 에도(지금의 도쿄) 풍경화 시리즈 《도토메이쇼[東都名所]》를 출판하였는데, 섬세한 필치와 색상의 조화, 서정적이고 시적인 분위기가 뛰어나다. 이같은 특징은 1834년에 완성한 《도카이도 고주산쓰기[東海道 五十三次]》 시리즈를 통해 한껏 무르익고 작품의 전형으로 자리잡았다.

1856년에는 총 118점에 이르는 판화 시리즈 《메이쇼에도햑케이[名所江戶百景]》 제작에 착수하였다. 이 판화 시리즈는 2년에 걸쳐 완성되었으며 일반적으로 제작시기에 따라 순서를 매기는 방식과 달리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에 따라 순서가 매겨졌다. 시리즈에는 에도의 계절별 풍광뿐만 아니라 당시의 풍속과 생활상이 특유의 과감한 구성과 섬세한 필치로 잘 담겨 있다. 시리즈 제작 중 사망하여 총 118점 중 그가 만든 작품은 115점이고 나머지 3점은 제자들이 제작하였다 

--출처 : http://art-is.net
  

 

히로시게의 눈 내리는 밤 

 

히로시게의 벚꽃   

<외딴집> 표지그림에 대해 누가 그렸을까? 궁금했었다. 집에 <외딴집> 상권만 있어 하권에는 표지그림에 대한 참고자료가 있을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 번에 상권만 덥석 사다 놓고 가격이 좀 더 떨어지면 사야지 하다가 아직 못 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호젓한 아침 시간에 <외딴집>에 눈길을 보내며 표지그림에 대해 한번 찾아보자라고 맘 먹고 검색을 시작했다 우키요에에 대해 잘 모르는지라 일단 우키요에에 대한 단어 검색을 하고 작년에 <샤라쿠 살인사건> 살때 받은 우키요에 엽서그림의 화가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작년에 이 책 나왔을 때 이벤트로 우키요에엽서를 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준 엽서에 도요쿠니, 시게마사, 호이츠, 우타마로, 후쿠사이, 히로시게의 우키요에 그림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난 책보다 그 엽서가 탐나 주문했었는데, 이 화가들이 미미의 <외딴집> 표지 찾는데  많은 추리의 단서를 제공해 주었다. 일단 여러명의 우키요에 화가를 쳐 보았고 그 중에서 후쿠사이와 히로시게가 유럽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한번 그들을 먼저 집중적으로 검색해 보았다. 후쿠사이를 먼저 쳐서 그에 대한 작품을 검색해 보았고 그 다음이 히로시게였다. 빙고! 히로시게가 미미의 표지그림을 장식한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세상 참 편하면서 좁아졌다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   

아주 시간이 널널해 행복해 죽겠다! 시간이 이렇게 꿀맛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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