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규모가 큰 오래된 연립에 살다보니 꽃과 나무가 많다. 아이들은 여름이 되면, 잠자리와 매미 잡는 재미에 한 여름의 더위도 잊을 정도다. 그저께 아들애가 학교 파하자마자 들어와선 작년에 쓰고 두었던 잠자리채 어딨냐고 하길래, 잠자리채 찾아 얼릉 건너주었다. 잠자리채 들고 지 동생하고 나가 한동안 밖에서 떠들썩 하더니만, 잠자리 한 마리 잡아 와서는 자랑스레 보여준다. 그러니깐 저 놈이 올 해 잡은 첫 잠자리다. 매미가 슬슬 울 때가 되었는데 울지를 않는다. 장마 끝나야 울었던가 싶기도 하고. 해마다 아들애는 하루에 몇 마리 매미를 잡을까? 싶어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여름방학이 기대만땅이다. 지금까지 최고 기록은 하루 30마리었는데,  올해는 글쎄, 몇 마리나 잡을려나........ 

  

그 날 잡은 잠자리를 놔 주기 전에, 한번씩 잡아 본다고 해서 서로들 티격태격 한바탕 싸웠다. 작은 애가 학교 들어가기 전만 해도 지 오빠말이라면 하늘 같이 믿었는데, 학교 들어가서는 오빠의 판타지가 깨졌는지..시시건건 시비를 건다. 게다가 지 오빠 알기를 동내 똥개마냥 아주 우습게 안다는... 그러다보니 큰 애는 작은 애의 변화에 당황해하면서도 말빨이 없다보니, 대응 방침이 툭툭 치는 폭력으로 변했다. 맞으면 가만 있을 동생이 어디 있누!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서로 치고 받고 싸우고 소리 지르고..보다 못해 천원씩 주고 나가 놀으라고 하고는 내 보낸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집에서 싸우는 두 놈이 밖에 나가서는 그런대로 잘 논다는 것이다. 학교 파하면 하루 종일 나가 놀아 요즘 그나마 오후는 한가했는데........ 그런데, 그런데 이렇게 비 오는 날엔 내 보낼 수도 없고 날 보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하늘도 무심하시지.....비오는 날의 낭만은 커녕 아이들하고 하루 종일 있을 생각하면 하루가 깜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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