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그림책 뭐 나왔나 검색하다가  이세 히데코의 <구름의 전람회>가 근래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세 히데코의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를 처음 본 감동을 잊지 못해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 저절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아마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가가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에서 말하고 싶은, 책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하는 애정에 공감했을 것이다. 작가가 잔잔하게 그리고 서정적으로 그린 수채화풍의 그림은 이야기를 더 돋보이게 했으며 단번에 독자를 사로잡은 역활을 톡톡히 해냈다.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린 또 다른 작품이 보고 싶어 그녀의 다른 작품을 구입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구입한 책이 <구름의 전람회>와 <1000번의 바람과 1000개의 첼로>였다. <구름의 전람회>는 연결된 이야기가 없이 변하는 구름의 모습만 보여주었는데, 그림책 작가의 화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1000개의 바람과 1000개의 첼로>는 고베 지진을 다룬 그림책인데, 도통 뭔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녀가 수채화풍의 그림은 묵직한 첼로 음악이 퍼져 나오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때론 서정적으로 때론 격렬하게 그려져 있다.  































 



























이세 히데코의 그림책 팬이라면 <구름의 전람회>는 반가워할만한 신작이 아닐까싶다.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에 비하면 이야기는 좀 약한 편이지만. 그림책의 또 다른 면을 즐기고 싶다면 선택할만 하다. 그녀의 <천개의 바람,천개의 첼로>가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다면  야나기다 구니오의 <마음이 흐린 날엔 그림책을 펴세요>란 작품에 잠깐 언급된 적이 있는 글을 인용한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친해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대지진을 겪은 고베 등의 피해지 부흥을 지원하기 위한 천인 첼로 콘서트 참가자들의 연습장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인자한 할아버지와 만난다. 연습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할아버비에게 끌려 공원에 갔고, 그곳에서 할아버지는 말한다. 대지진으로 가족도 집도 친구도 잃었기 때문에, 친구가 남긴 첼로를 유품으로 물려받아 부흥 지원 콘서트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여자아이도 실은 지진으로 집을 잃고 이사 왔다고 말한다. "--모두 학교 체육관과 천막에서 지냈어. 부디 부처님이 보살펴주길 빌려, 울면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떠나보낸 사람도 있지. 나도 그 애들을 하늘에 날려보내야 했어. 프롤,피노,민트....."  

<천개의 바람 천개의 첼로>의 클라이맥스는 정말로 1천명의 첼리스트들이 고베에 모인 콘서트 장면이다. 남자아이도 여자아이도 할아버지도 참가했다.  

"지휘봉을 휘두르자 바스락 소리 하나 없이 조용한 집회장에 천개의 첼로가 일제히 울려퍼진다. 노래하는 소리, 높은 소리,낮은 소리, 달라붙는 소리, 빠르게,느리게, 부드럽게, 힘차게, 암프로 나서고 뒤에서 받쳐주고, 온몸으로 듣고 모두가 연주한다. 천인이 연주한다. 쳐들어왔다가 돌아가는 파도와 같은 활, 바람이 되어 지나가는 첼로 소리.   

그애의 주변에 새가 빙빙돈다. 프롤의 소리를 듣고 있을까? 나는 보이지 앟는 강아리를 부둥켜안고 연주한다. 할아버지가 조용히 미소 짓고 있다. 저녁 놀에 눈을 가늘게 뜨듯이 하고서. 천개의 첼로가 천인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그것이 모여 분명한 하나의 곡이 되었다. 천인의 소리가 하나의 마음이 되었다.(89p~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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