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정한 OOO을 위한 추천도서!
저는 일러스트에 관심이 많아서 그림책에서 한 장면이라도 맘에 들면 내용 불문하고 구입하는 편이거든요. 어디에선가 보니, 그림책은 작은 미술관이라는 책도 있던데, 저는 그 작가에 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순수 미술가만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책 작가들도 나름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관을 그림책에 담아내고 있거든요. 같은 이야기라도 작가들마다 이미지를 잡아내는 해석이 다 틀립니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보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조그만 벗어날 수 있다면, 더 넓은 그림책의 세계를 접할 수 있고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수만 가지나 널려 있는데 말이예요. 이건 저만의 그림책을 바라보는 방법입니다.
배현주는 그림의 라인이 참 이쁜 작가이다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 처음 이 작품 나왔을 때, 멋모르고 주문했다가 받자마자 대박을 터트렸다는 느낌이 확 든, 어쩜 라인이 이쁘고 곱던지....이쁘고 곱다고 해서 그림이 화려하거나 장식적이진 않아요. 오히려 이 작품은 장식적이었다면 소녀의 표정이나 감정은 장식에 묻혀버렸을 거예요. 정성스레 한땀 한땀의 수를 놓은 것 같은, 한 장면 한 장면의 일러스트는 소녀의 새해 설빔의 설레임을 라인만으로 충분히 정갈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봐요.
장면을 찍을 때 좋아하는 이미지가 두 장면이 있어 고민을 좀 한 작품인데... 아랫 장면으로 선택했어요. 다른 한 장면은 고양이 친구가 빗소리에 잠에서 깨 앉아 있는 모습이예요. 지금은 아파트 살아서 밖에 비가 오는지도 안 오는지도 잘 모르고 사는데, 80년대만해도 거의 단독주택 살던 시대라 밖에 추적추적 비가 오면 빗소리에 잠이 깨던, 아침이 밤처럼 어둑어둑해서 묘한 기분을 경험한 세대여서 그런지 그 장면이 좋더라구요. 밑이 장면은 구름빵을 먹고 둥실둥실 떠 오르는 장면인데, 저랑 아이들이랑 이 장면보면 다들 아, 나도 구름빵 먹고 싶다라는 말들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유머스럽진 않지만 아주아주 유쾌한 감정을 유발하는 장면이예요.
순이가 영이를 잃어버리고 영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모습인데, 이 책의 판형이 길어서 저 장면보다 담벼락이 더 길게 표현되어 있어요.영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순이의 발그레하게 상기된 얼굴에 나타난 당혹감과 두려움이 너무나 잘 포착되어 있어요.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순이의 감정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독자의 감정을 끌어들이는 것 같은 그림책 작가들의 이미지에 대한 예리한 포착 감각이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저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이 작가가 표현해내는 거대한 적막감을 참 좋아하거든요. 배고픈 여우가 먹잇감인 토끼를 쫒아가다가 겨울의 황량한 언덕위에서 또 다른 세계를 접하는(여우의 환상이라고 해야하나요!) 장면인데, 찰흙같이 어둡고 적막한 숲에서 달빛을 받아 나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웅장하게 펼쳐지는, 그 상상력이 너무나 멋진 장면이예요. 판화를 이용해서 어떤 장면은 라인이 너무 거칠고 투박한 장면들도 있어요. 좀 더 섬세한 라인으로 잡았으면 하는 장면들도 있고요. 하지만 그러한 단점을 상쇄할 정도로 이 작품은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 웅장하고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쥐들이 너구리의 양식을 훔쳐, 너구리 가족들이 쥐들에게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주고 집까지 지어주는, 한 7살까지 먹힐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일러스트의 그림책입니다. 아마도 이 책의 백미는 너구리가 도둑쥐에게 지어진 집이 아닐까해요. 너구리와 도둑쥐들이 설계도를 손에 쥐고 열심히 열심히 만든 집인데, 이 집 장면은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한 보따리 가득 담긴 장면이예요.
울 아이들에게 이 책 읽어줄 때는 한영애의 <조율>을 세팅하고 읽어주는 책입니다. 음향효과를 위해서...가 아니고 사실은 아이들이 이 책 자기네들은 너무나 별로라고 해서(그림도 싫다. 할아버지가 술 취해서 싫다 등등의 이유로), 그런 수고까지 곁들여야지 아이들을 붙잡고 읽어줄 수가 있거든요. 이 책은 전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입니다. 다시마 세이조가 생각보다 매체의 표현력이 굉장한 작가거든요. 이 작가의 작품중에서 제목은 모르지만 열매씨로 분노를 표현한 그림책이 있어요. 열매씨로 표현하고 작품의 전체적인 배경이 시뻘개서 실험적이다보니, 첫 눈에 호감은 가지 않아요. 하지만 찬찬히 내용을 뜯어보면 분노의 느낌이 어떻게 와해되어 다시 처음의 본 모습으로 돌아오는지, 그 표현 표현 하나가 뭉클하게 와 닿는 그 무엇이 있더라구요. 그 작품을 계기로 다시마 세이조의 작품을 찾아 보게 되었는데, 이 장면은 제가 젓가락 두들기며 동참하고 싶을 정도로 흥이 나는 작품입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지만..... 다시마 세이조는 순수 미술를 그렸더라도 멋진 작품이 나왔을 거예요.
제가 언제나 겨울에는 제일 먼저 꺼내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마음 속에 담아두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보고 있으면 속 상했던 모든 것들이 이렇게 눈 속에 다 묻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글은 상당히 짧은데, 문장문장 하나에 생각거리는 많이 담겨져 있는 그림책입니다. 저의 아이들도 이 책 참 좋아하고 혼자서 곧잘 읽곤 하는 책인데, 이 책의 일러스트 중에서 엄마가 이불 속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면이 있어요. 그 때 뭐랄까, 순간적으로 감정이 멈칫했어요. 저도 그런, 엄마가 아빠때문에 속이 많이 상해서 저희들 몰래 울었던 시절이 있었고 다시 그 때를 떠오르면서 다 지나간 일인데도 감정의 무거움이 환기되었거든요. 초 신타의 그림 표현대로 바로 그 때의 저의 마음이었어요. 장황한 글이 아닌 단 한점의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정말 멋지지 않나요?
잠꾸러기 수잔 시리즈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 한림 출판사에서 나온 달맞이때부터 모아 온 그림책인데, 사실 내용은 뭐 그렇게 볼 거 없는데, 옛 유럽식 정취가 푸근하게 와 닿는 그림책이예요. 특히나 저는 장면, 작가가 서점 가판대에 은근 슬쩍 끼워넣은 잠꾸러기 수잔 시리즈 그림책이 담겨져 있는 저 장면을 좋아해요. 서점 뿐만 아니라 책이 있는 이미지라면 사족을 못 씁니다.
이왕 책 이미지를 좋아한다고 했으니깐, 고양이가 책을 흐트려놓는 이런 장면이 들어 있어도 구입 마다 하지 않습니다.
일본 작가들 먼저 추천하는 바람에 다른 외국의 작가들을 하나도 소개를 못 했네요. 생각보다 페이퍼가 시간을 많이 잡아 먹어요. 이제 애들 올 시간이라 청소하고 점심 차려야 하는데..... 다음엔 다른 외국 작가들 소개하렵니다. 그리고 다시마 세이조의 열매씨를 이용한 그림책은 바로 이거예요.
마지막으로 태백에 비가 시원스럽게 내리길 바라며....요츠바랑으로 끝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