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 주니어에서 콜린 톰슨의 신작 플러즈가족 시리즈를 출간했다. 그의 홈사이트 http://www.colinthompson.com/ 에 오랜만에 들어가둘러보니, 신작 플러즈가 뜨길래 아무생각 없이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봤다. 놀라워라~~ 작년 8월부터 한달에 한권씩 12월까지 5권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사람 우리나라에선 거의 무명이나 다름없는데... 시리즈 5권이 번갯불 콩 구워먹듯이 출간되어 주시고 웬일이니! (이달엔 조카졸업식과 딸애 입학식등이 있어 큰 돈 들어갈 일이 많아 진짜 진짜 책 안 사려고 했는데......흑!) 콜린 톰슨의 작품을 좋아하는지라, 안 사곤 못 배기지....
아직 구입하지 않아 단정적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그의 신작 플러즈는 그의 젊은 시절의 작품 경향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미국 클래식 드라마 <아담스 패밀리>를 연상되는, 일러스트가 괴기스럽다기보다는 익살맞고 유머스럽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의 최근작이라고 할 수 있는 챕터북 <트왓라잇>에서도 360도 다른 일러스트를 보여주길래, 잠깐 동안의 일러스트 외도인가 싶었는데, 이제 60이 넘는 콜린의 일러스트 경향이 스푸키 스탈의 익살스러움으로 완전 굳어진 것 같다. 콜린 톰슨은 그의 홈피에 들어가 바이오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그는 색맹이다. 일러스트 작게에게 약점이라면 약점이랄 수 있는데, 이 사람의 작품을 살펴보면, 자신의 장애가 결코 약점이 될 수 없는 그런 일러스트 작가이다.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의 작품 중에 The tower to the sun이라는 작품을 잠깐 소개하면, 그의 지금 현재의 일러스트와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환경오염으로 하늘의 태양을 볼 수 없는 미래,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할아버지는 태양을 보고 싶다는 손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하여 열기구를 띄어 하늘 가까이 가보려 하지만 실패한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하늘의 해를 보여주기 위하여 자신의 전 재산을 쏟아부어 건축물을 짓고(짓는다기 보다는 다른 건물이나 유적들을 가져다 쌓아올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태양이 보고 싶다는 그 손자는 어느 새 할아버지가 되어 가고 마침내 태양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높고 높은 건물이 완성된다. 그렇게 염원하던 태양을 보기 위해 할아버지가 된 손자와 그의 손자가 나란히 앉아 태양을 보는 장면은 뭉클하다.(그들은 하늘에 떠 있는 해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도 경고지만, 한 인간의 불굴의 희망과 염원이 간절하게 그리고 절실하게, 마지막 한장의 그림으로 클라이막스를 이룬, 감동적인 그림책이었다.
일러스트를 보면, 메세지와 테크닉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의 감정이 작중 등장인물에 이입되어 표정이 살아있다거나 활기를 띤 장면은 없다. 그의 작품에서 사람은 언제나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한 부수적인 존재이지 드러내는 존재가 아니다. 이 말은 언제나 사물이 이야기의 중심이다라는 말이다. 사물에 더 집중적인 테크닉적인 묘사는 감탄을 불러일으키지만,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아쉬움은 남아 있었다. 그에게 약점은 색맹이라는 신체적인 것이 아니고 인간적인 것에 대한 결여이지만, 하지만 일러스트 작가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묘사할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사람의 재능은 부족한 것을 메꾸는 것이 아니다. 캐리커쳐 작가는 인물에 대한 정확한 묘사를 끄집어 낼 수 있지만 사물에 대한 묘사는 인물묘사만 못 할 수 있다. 이 작가도 인물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진 않지만 사물에 대한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것 하나만으로 볼 가치는 충분하다.
영국 태생이었다가 현재는 호주시민이 된(지금의 아내가 그의 작품을 보고 감동받아 반 아이들과 함께 돈을 모아 그를 호주에 초청해서 그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호주시민이 됨) 지금은 경제적인, 그리고 결혼 생활에서 오는 안정감때문인지 일러스트가 사람중심으로 바뀌었고 익살스럽고 유머스럽게 바뀌었다. 물론 나이도 무시 못 하겠지만서도. 더 이상 그 전의 꽉 차 있고, 메카니컬한 작품은 볼 수 없다는 건가.
덧붙여: 이 작가의 작품은 대부분 이베이를 통해 구입했는데, 이 작품을 구입했을 때의 에피소드. 콜린 톰슨의 작품이 아마존에도 있긴 있지만, 주문해보면 보통 몇 달이 걸린다. 내 기억에는 한 2개월 기다렸다가 아마존 측에서 물량확보가 어려워 기다려야 한다고 메시지와서 취소하고 이베에서 구입하게 된 것인데, 이베이에서 이 책이 핸들링비하고 운송비포함 37달러에 나왔다. 싸게 나왔다고는 할 수 없어(내 기억에는 1000원이 조금 못 미쳤다) 일단 셀러에게 25달러에 주면 안되겠냐고 물었더니, 셀러가 선뜻 그러마 하더라. 난 핸들링비 포함한 가격으로 달라고 한 것이었는데, 이 사람은 핸들링비 비포함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그런데 꽤심한 것은 사겠다는 버튼(buy it now) 눌렀더니 그저서야 운송비 어쩌구 저쩌구 했다는 것이다. 운송비로 10달러! 버튼 눌렀으니 안 살수도 없고...알라딘의 중고샵에는 없는데, 이베이에는 판매자가 구매자도 평가를 내린다. 만약 산다고 해 놓고 안 사면, 평가에 영향을 미쳐 다음부터는 물건을 살 수가 없다는 이야기. 할 수 없이 울며겨자먹기로 구입한 책이었는데..그림책 자켓도 없었다.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