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책읽기의 목표는 진화론에 관한 책들을 전문적으로 읽어보자는 주의여서 되도록이면 읽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고 있는 소설쪽은 구입을 자제하자는....뭐 지키지도 못할 작심삼일류의 결심을 하고 있는데, 민음사에서 이번에 신간으로 나온 윌리엄 스타이런의 <소피의 선택>에 자꾸 눈길이 간다. 하루에도 몇번이나 살까말까로 클릭질을...... 한편으론 지금 읽고 있는 <유전자와 생명의 역사> 내려놓고, 설연휴동안 읽어볼까하는 맘도 좀 생기고, 며칠 전에 우연히 아주 우연히 테레비에서 본<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나온 늙은 된장녀 편집장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을 보고, <소피의 선택>에 불 붙었다고 해야하나. 젊고 이쁜 앤 헤더웨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늙어서도 한떨기 꽃못지 않았다. 난 내가 늙어서 그런가. 재수없는 악녀역을 너무나 멋지게 소화한 메릴 보는 그 재미에 그냥 그 자리에서 죽치고 앉아서 다 봤다.(아이들이 다른 거 보자는 것을 꿋꿋히 이겨내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메릴 스트립의 정점은 윌리엄 스타이런의 이 소설 <소피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나 빨간 원피스를 입고 네이던을 기쁘게 하기 위하여 흥분한 채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그 때의 이쁘진 않지만 젊은 시절의 메릴 말이다. 음음음, 그래도 메릴은 늙어도 멋져!
윌리엄 스타이런은 헌책방에서 종종 보이는 <어둠에 누워>라는 작품으로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읽어보지는 않아서 그의 필력은 어떤지는 모르겠다. 내 취향에 맞는 작가인지 아닌지... 미국작가들은 글쓰는 스펙트럼의 폭이 넓어서, 아무리 평론쪽에서 칭찬이 자자한 작가라고 해도 나랑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조이스 오츠 캐롤만 해도 그렇다. 그녀가 쓴 쟝르문학쪽, 예를 들어 <좀비>나 매년 그해 우수 미스터리로 뽑히다시피하는 쟝르쪽 단편 추리 소설은 재밌게 읽었는데(그래봤자 두편),지난 번에 읽는 <사토장이 딸>은 이 뭐꼬! 웬 재클린 스미스판 미니시리즈더냐 싶었다. 1부는 그녀의 평소 작품 성격, 평론가들의 말대로 격렬하고 절박하며 때로는 폭력과 증오의 형태로 나타나 암울하고 어둡기 했지만 이민자들의 차별, 생활상, 절망감같은 게 호소력 있었는데, 2부는 아까도 말했듯이, 재크린 스미스판 미니드라마였다. 물론 작품 곳곳에 드러낸 그녀의 신랄한 사회적, 정치적, 사회적 비판의 글은 높보였지만, 이야기의 구성은 미국식 미니드라마 판박이였다. 아니 근데 왜 스타이런 이야기하다가...오츠로 흘러들어간 것인지. 여하튼 뭐 미국작가들은 폭이 넓어서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