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술 한잔 거나하게 먹고 들어온 애아빠가

박정희도 드러내 놓고 안하던 짓을 이명박이는 했다고

술냄새 팍팍 풍기며 자조하듯이 말했다

경상도 깡촌 출신이지만,

한때 안티박정희 사이트를 운영할 정도로

바른 역사 의식을 가지고 살아 온 

애아빠는 

이 정권의 폭력앞에서

불 타 죽은 시신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자신의 무력감앞에서

분노와 좌절 또한 사그라든 것처럼 보였다.

남은 4년을 증오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나도 우리에게 희망이 있을 것 같냐고 물었다.

4년 후의 희망!

글쎄, 과연 우리에게 희망이 있을까!

...........................

어쩌면 다가올 

불행한, 암울한 미래를 앞두고

우린 침묵했다. 

내가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민주화를 위하여 군부정권과 격렬하게 싸웠던 80년대

쏘아올렸던

최루탄의 하늘아래로 

우리 모두는 다시 돌아왔다. 

이제 우리는 21세기의 껕데기만 사는

대한민국 민주국가에 살고 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절대 이 시대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폐수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개울가로 간다

봄풀은 파릇파릇하고

띄엄띄엄 개울가에 핀 노랑 개나리꽃

 

그러나

도시인의 언어처럼

위정자의 공약처럼

폐수는 흐르고

아이들은 돌을 던진다

가끔 종이배를 띄우는 아이들도 있다

 

웬만한 추위에는 얼지도 않았다

하나씩 둘씩 허물어지고

불도우저의 엔진소리가 귀 끝에 요란할 때

집 잃은 아이들은

개울가로 나가 물끄러미 썩은 물은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한숨처럼

어머니의 눈물처럼

어린 동생의 숨 죽인 울음소리처럼

썩은 물은 흘러가고

아이들은 비치지 않고 개울물에

낯을 비추고 있었다

 

우리집을 부수고 우리의 꿈을 짓밟으며

철근과 콘크리트로 높이높이 짓는

높다란 저 아파트에는 누가 살까

낡은 집은 헐리고......

마구 쏘아 댄 최루탄에 퉁퉁 부은 두 눈을

힘 없이 땅에 주며 학교 가던 아침에

엄마아빠는 개울 옆을 지나

경찰 아저씨에게 끌려갔다

 

테레비만 보면

신문만 보면

오빠 언니 형 누나 아빠 엄마는

불법자 폭력자 사회혼란자

힘 없는 우리의 가족은 죄 아닌 죄를 짓고

이제 이 곳 마저 쫒겨나야 한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개울가로 간다

오염된 사랑을 띄우고

조작 되어진 개발계획을 띄우며

물끄러미 폐수를 쳐다본다

떠가다 엎어지는 종이배처럼

위정자의 공약이 흘러간다

상부구조의 분비물이 떠 간다.  

작자 미상의 이 시는 내가 고등학교 때 아이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던 80년대 중반의 시다. 20년이 지난 이 시의 단어 하나하나가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에, 마음이 무거운 아침이다. 용산참사 고인분들에게....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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