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센닥의 <깊은 밤 부엌에서> 라는 작품이 그림책역사에서 갖는 가장 큰 의미는 화면분할을 처음 시도한데 있다. 이 책을 언급할 때마다,  만화적 기법을 도입한 작품이라는 말은 책을 쫘악 펼쳤을 때, 소년 미키의 컷과 컷으로 연속으로 이어진 움직임을 말한다. 지금이야 이런 기법이 흔하디 흔한 표현이지만 40년전만 해도 그런 시도는 신선한, 창작 기법이었던 것 같다. 바로 이 세월이, 나와 모리스 센닥의 간극을 멀게 한 것이다. 센닥과 나의 간극 사이에는 그의 기법을 보고 자란, 센닥을 초월한 작가들이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센닥의 작품을 좋아하진 않지만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그의 작품을 읽고 그의 작품을 모으게 된 것은 알스버그가 <빗자루의 보은>을 그에게 바친다라는 글귀를 읽고 나서부터이다. 결국 별로라고 생각한 작가로의 턴(turn)은 알스버그의 모리스 센닥에 대한 애정때문이라는. 그림책을 공부하고 싶다면 언제든 어떻게든 센닥에서 시작해야한다라는 깨달음을 얻고.... 화면 분할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일본 작가들은 글에서 이미지를 뽑는 재능이 상당히 탁월한데, 그 재능은 화면 분할과 다음 장으로 이어지는 화면 전환 기법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래서 든 생각. 이러한 재능이 만화대국이어서 그런가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만화야 말로 이야기의 컷과 전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어릴 때부터 보아온 만화가 현재 일본 그림책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닐까 하고. 일본 그림책 볼 때마다 어떻게 별 거 아닌 이야기로 이런 이미지를 뽑아 낼 수 있지 하는 생각을 매번 한다. 그들의 일러스트는 글을 보충설명한다기보다는 독립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화면이 전환되는데, 그림만으로도 이야기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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