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cite mill 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일본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유추해낼 수 있는 일본추리소설계는 일단 일년에 쏟아져 나오는 추리물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엄청난 물량  속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시시각각  벌이며, 추리 작가들은 듣보잡한 아이디어와 사건 해결 위해 반전과 역반전으로 무장하며 매 순간 다른 작품보다 더 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다 경쟁 속에서, 실로 놀라운 작품들이 나오는 한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경쟁은 간혹 유명 미스터리 작가들의 악소리나는 형편없는 허섭한 작품들을 양산하긴 하지만, 뛰어난 작품이 상호작용으로 추리 작가들의 미스터리 기질을 자극하면서 매년 신기에 가까운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숨 막힐 듯한 과다경쟁 속에서 2008년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0위에 오른 <인사이트 밀>은 추리광(이 책에 언급된 미스터리 작품을 들여다보면 작가가 고전 추리소설에 대한 오덕후가 아닐까!)인 작가의 축적된 미스터리 지식이 밀도있고 짜임새 있는 상상력과 결합하여 탄생한 놀라운 작품이다.(도대체 이런 작품이 10위면 1위는 어떤 작품일까 궁금하다는!)  

고전 추리 작가(품)들, 특히나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들에 대한 오마쥬라고 할 수 있는 이 <인사이트 밀>은 갈수록 트릭이라는 기묘한 장치로 진화하는 요즘 일본 추리소설의 대세와 달리, 얄팍한 트릭과 혀를 내두를만한 반전은 없다. 작품은 햇빛 하나 안 들어오는, 폐쇄된 암귀관이란 공간 12명의 사람을 가둬 놓고 다음엔 누가 죽을 것인가하는 호기심과 공포를 그리고 범인은 누구일까라는 전통적인, 사건 해결에 대한 갈망으로 독자를 유인하는 책이다. ( 아가사 크리스티의 <아무도 없었다>의 형식과 유사하다는) 누가 죽였을까?의 추리의 기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하여 아가사 크리스트의 추리소설처럼 등장인물 전원이 다 죽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다음 차례는 누구인가? 하는 호기심과 의문이 끊임없이 지배한다.  

고전 추리 작가(품)들, 특히나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들에 대한 오마쥬라고 할 수 있는 이 <인사이트 밀>은 갈수록 트릭이라는 기묘한 장치로 진화하는 요즘 일본 추리소설의 대세와 달리, 얄팍한 트릭과 혀를 내두를만한 반전은 없다. 작품은 햇빛 하나 안 들어오는, 폐쇄된 암귀관이란 공간 12명의 사람을 가둬 놓고 다음엔 누가 죽을 것인가하는 호기심과 공포를 그리고 범인은 누구일까라는 전통적인, 사건 해결에 대한 갈망으로 독자를 유인하는 책이다. ( 아가사 크리스티의 <아무도 없었다>의 형식과 유사하다는)

돈이 궁한 12명의 사람들이 시급이 112,000원이나 되는 구인광고의 정보를 읽고 그 곳에 응모한다. 응모에 뽑힌 12명의 사람들, 그들이 안내된 곳은 암흑관이란 고립된 지하공간이다. 7일간의 실험을 위해 주최측에서는 여러가지의 규칙을 정하지만 살인조차 선동되는(incite) 곳으로 바뀐다. 자, 이제  매일 매알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일상의 도덕성은 무시하자. 살인, 욕망, 이기심같은 우리 안에 언제나 웅크리고 있는 모난 마음을 풀어헤칠 수 있는 공간 안에서, 나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공포와 살아남아야 한다는 투쟁 속에서 11명의 괴물들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장난이나 눈가림은 절대 없다. 죽음은 이제 가까이 있고 서로에 대한 믿음은 불신으로, 살의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단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사건은 빠르게 진행된다.  작가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잘 모르겠지만 12명의 심리적인, 내면적인 고뇌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으며 심지어 작가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정보도 선뜻 다 내놓지 않는다. 그래서 독자가 살인에 대한 동기는 분명하지만 범인을 유추하기가 꽤 힘들다. 오로지 사건에만 치달을 뿐. 엔터테이먼트로 충분한 살인에 즐거움만 있을 뿐이다.  작가가 곳곳에 뿌려대는 고전 미스터리와 연관된 죽음의 실마리는 사건의 흥미를 더하고 특히나 D-6,7일의 종반부는 책에서 손을 내려 놓지 못하게 한다. 작가가 비윤리적인 부조리한 상상력을 인정하는 독자만 계속해서 읽으라고 경고한 것처럼, 로맨스 소설보다  사람 한명이라도 죽어 나가는 작품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읽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받으리라. 작가의 경고처럼 이 책은 도덕적인 잣대로 읽기보다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상상력의 산물로 읽어야 즐거울 수 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웬, 즐거움! 이라고 들이대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고전 문학을 읽기를.

그리고 유키 리코후코를 무시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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