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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자바 정글 ㅣ 웅진 세계그림책 23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조은수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Welcome To The Jungle
작은 애는 스타이그의 <자바자바 정글>이 눈에 띄기만 하면 하루에도 서나차례라도 상관없이, 엄마인 내게 가볍게 재생버튼 누르듯, 읽어달라고 가져온다. 아이들 그림책이나 동화라는 게 보통 단순해서 선악의 결말이 뚜렷하고 왜, 무슨 이유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 되는지, 이야기 구조가 안 봐도 뻔한 비디오인데 반하면, <자바자바 정글>의 이야기 전개는 명확하지 않고 불투명하며 시작도 끝도 없다. 읽어 줄 때마다 밑빠진 이야기 속에서 갇힌 느낌이 들고, 이야기란 정글에서 헤매고 있는 듯한 아리송한 기분이 들다고나 할까나.
스타이그가 이 책에서 노리는 것이 아니 바라는 것이 바로 어린 독자가 이야기의 정글에서 신나게 헤매며 모험을 하는 것, 그러한 효과이겠지만, 솔직히 난 지루하고 따분하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읽어줘 미치고 팔딱 뛸 만큼) 짜증나 죽을 지경이다. 어른인 나에겐 별 의미없어 보이는 밑빠진 이야기를 읽어주며 아이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모험과 흥분으로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엄마인 난 지겨워 죽겠다는 표정을, 아이들은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을) 어떤 요소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짜릿한 흥분을 불러오는 것일까? 이야기 형식 자체가 정글이라는 것 때문에! 아니면 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단순한 모험이야기 일 뿐이다.주인공 소년이 왜 정글 속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부모님이 왜 병 속에 갇혀 있는지 그리고 그들은 정글에서 어떻게 탈출해야 하는지, 원인은 커녕 엔딩이 없는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아이들은 그림 속의 주인공과 함께 엔딩없는 상상의 모험 세계로 떠나는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가만히 보면 아이들은 순진한 천사의 모습을 하고 ,, 역설적이게도 내면의 한켠에는 잔인하고 비틀어진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뭐 어떠한 악의를 가지고 좋아한다기보다는 1+1= 2라는 누구나 다 아는 답이 아닌, 좀 더 색다르고 일반적인 개념을 초월한 공식을 좋아한다고 느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 정도면 스타이그 노인네가 부럽다라는 생각이 든다. 난 이야기의 핵심도 캐치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데, 어떻게 스타이거는 이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주섬주섬 펼쳐 보이고 성인이 되면 잃어버리는 그리고 잊혀진 어린 시절의 마음을 간직한 채 아이들이 환호하는 이야기를 쑤욱 내밀 수 있는 것인지. 난 그가 풀어낸 이야기 앞에서 주섬주섬 들어갈까말까 망설이건만, 아이들은 과감하게 이야기의 속으로 들어가 그들만의 모험의 시간을 만들고 열광한다. 스타이그의 아부라카다부라 할까나.
<자바자바 정글>은 확실히 아이들 그림책 치고 실험적이고 모호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비유나 맞추자고 쓴 글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스타이거가 아이들의 세계에 눈을 맞추었다는 침 발린 말은 하지 않겠다. 그는 아이들에게 끌려다닌다기보다는 아이들을 끌고 가는 그림책분야의 피리부는 사나이니깐. 어른들은 재미 없을 지 몰라도, 스타이거의 세계는 아이들이 선악과를 따 먹으며 스타이거의 피리 소리 쫑긋 귀 기울이며 춤 추는 곳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