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ki's Delivery Service (Paperback)
Kadono, Eiko / Annick Pr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한 소녀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워낙 미야자끼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해서, 소설로는 빛 바래진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림도 아마 미야자키 애니그림으로 알려져, 정작  이 책의 삽화를 그린 사람이 하야시 아키코라고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야시 아키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일본그림책 작가이며 수집대상작가이다. 우리나라에는 인기가 하늘을 찔러 그녀의 거의 모든 그림책이 발간된 상태지만, 그녀의 마녀배달부키키(삽화만 그렸다)는 한림출판사에서 나왔다가 지금은 절판된 상태이다.

하야시 아키코는 예술적 기교가 넘쳐나는 작가는 아니다. 그녀의 그림은 그저 일상의 한 장면을 반복적으로 묘사한 것일뿐. 색채도 화려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색감은 거칠고 아이들의 일상은 촌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녀의 일상적인 묘사그림에는 상황을 부풀리거나 확대하지 않는다.  색의 향연이라는 말은 더더군다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그림은 아이들의 시선을, 어른의 마음을 끄는 무엇인가가 있다. 처음 그녀의 <순이와 어린동생>을 받아보고 순이가  동생 영이를 찾기 위하여 뛰는 장면에서는 같이 가슴이 꽁닥거리고 같이 뛰고 싶을 정도로 기시감을 느꼈다. 솔직함, 그녀의 그림에는 아이들을 관찰한 후의 상황을 보편적인 감성을 담아 솔직하게 묘사하기 때문에 발간된지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사랑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지개산의 비밀에서부터 할머니집가는 길까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도 구미가 당긴 것은 사실이지만,  가도노 에이코가 쓴 <마녀배달부>의 삽화가 아키코가 활동초기에 그린 그린 그림이여서 궁금증을 더 자아냈다. 일본아마존에서는 일어원본일 경우 배송은 빠르지만 일어의 일자도 몰라 구입을 망설였고 영역본은 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라서 아마존보다 비싼데다가 배송비가 비싸 미국아마존에서 구입했었다. (일본아마존의 장점은 재고가 있는 경우 주문하고 삼일 후면 온다는 것일 것이다. 일어를 모르는데 어떻게 주문할 수 있느냐고. 일본 아마존의 경우 영어로 전환된다. 역시나 그들의 사업 잔머리는 알아주어야 한다 .미국 아마존의 경우 배송은 비싼 돈 주어가면서 특별배송을 선택하지 않는 한 대개 12일이면 온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 주문할 때(작년초같은데)는 검색해서 없어서 이웃 나라도 아니고 먼 나라에서 주문했는데, 지금은 떡하니 모든 인터넷 외국어서점에서 판다는 것이다. 이러면 정말이지 열라 속상하다. 돈은 돈대로 버리고...어차피 영어라 사 놓기만 하고 금방 읽지도 않는다. 하여간 사고 싶어하는 이 눔의 성질머리 하고는.  아닌게 아니라 요즘  인터넷 서점은  외국어서적이 막강해졌다. 없는 게 없더라. 가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고. 요즘은 거의 이쪽 채널을 통해 먼저 검색하고 구입할 정도이다.

각설하고, 이 책의 내용은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의 플럿과 다르다. 애니에서는  처음 도입부와 발상만 가져가 자기들 나름대로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로 전개하였고, 책은  여섯가지 에피소드로 나눠진 사건들로 채워져 있다. 사건이라고 해서 거창한데 사실은 소녀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처음 배달서비스를 부탁받고 배달하러 가는 도중에 고양이 인형을 잃어버려 인형을 찾다가 만난 화가(이 에피소드는 애니에서는 중요한 사건이었지만), 자신의 선물과 시를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키키 또래의 소녀가 쓴 시가 궁금해 읽다가 분실한 사건, 빨래를 공중에 넌 일, 기차에 둔 악기를 짐꾼이 내려놓는 것을 잊어버려 달리는 기차에서 악기를 가져 온 사건등등. 키키가 집을 떠나 정식으로 마녀가 되기 위해 정착을 결심한 코리코라는 해안도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키키를 내가 과연 부모 떠나 먼 곳에서 가장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투성이의 연약한 소녀에서 독립적이고 책임감 있게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주는 사건들이었다. 영화와 달리,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 이를 극복해나가거나 시련이나 좌절하는 에피소드는 없다. 비록 책은 큰 시련은 없지만,각각의 사건을 통해 유치하고 감정통제가 안 되는, 부모에게 매달리는 13살 소녀가 아니고 자신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사춘기 소녀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영어는 쉽다.중고등학생이라면 강추할 만한 영어소설이다거의 대화체인데다( 영어오디오가 있었다면 금상첨화!) 일본어는 시제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역본은 단순 과거시제여서 쭉쭉 쉽게 읽어내려 갈 수 있다. 물론 복합시제가 있긴 하지만 문장 자체가 아리송한 것은 없다. 처음엔 왜 이렇게 잘 읽히나 하고 내가 더 놀랬다.(일본책은 영어로 번역해도 이렇게 잘 읽히나 싶어서!)  책 중간 쯤 가서야  단순시제가 많다는 것을 알아챘다. 핑계는 영어공부 한답시고 원서를 읽긴 하지만, 실력이 없다보니 복잡한 복합시제가 나오면 떨린다. 우리 나라 말의 경우, 완료형이란 것이 없다보니 영어책을 읽다보면, 이게 참 애매하다. 물론 나 또한 완료형을 만나면 현재와 연결되었더라도 과거시제로 다 해석해버리긴 하지만.  유아그림책이나 청소년 소설은 시제가 복잡하지 않은데다가 문장의 함축적인 의미가 없어 읽기가 쉬운 편이라고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고, 마녀배달부 키키의 영역본은 생각보다 쉬운 영어로 번역되어 있다.

간혹 이런 생각 할 때가 있는데,  우리나라 소설을 영어로 옮기면 우리의 단순한 과거 시제가 어떻게 완료형으로 옮겨질지 궁금하다.이건 영어를 단순히 잘 하는 사람이 아니고 태생이 영어로 말하고 생각하고 쓰는 사람이어야지 가능하지 않을까싶다.  바이링구얼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두 개의 언어로 똑같이 말하고 쓰고 생각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 않을까싶다.  절대언어. 난 아무리 제 2 외국어을 잘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두 가지의 언어로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머릿속에 고정된 언어구조로 먼저 생각하고 말함으로써 능숙해진다고  생각한다. 원서를 읽을 때마다 내가 곤혹스럽게 느끼는 것은 함축적으로 쓰여진 글도 글이지만, 복합시제의 낯설음 때문이다. 매번 문법책을 뒤적이면 복합시제의 예를 외우고 다시 훑어보기를 반복해도 며칠 만 지나면, 까먹는다.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기 때문 일 것이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욕망은 큰데... 그 욕망만큼 실력이 안 따라주니..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원망할 수도 없고. 혹 일본어의 시제에 대해 알려주었으면 한다. 일본어도 복합시제가 있는지에 대해서.

이 책의 아쉬운 점은 겉표지이다. 하야시 아키코의 일러스트 대신 다른 키키가 그려져 있어 이건, 키키가 서양앤지 아니면 동양앤지 구분이 안간다. 차라리 미야자키 하야오의 키키가 그려졌더라면 더 그럴싸할텐데. 이건 도대체 뭐냐싶다. 참, 미국판 애니메이션에서는 커스틴 던스티가 어렸을 때  키키역으로 더빙했던데, 사실 난 애 커스틴 이쁠 줄 모르겠더라.

                    일본판 <마녀배달부키키>

 하야시의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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