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정원사의 노래 - Summer
루이스 캐롤 외 지음, 헤럴드 블룸 엮음, 정정호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블룸에 대해 내가 알고 있었던 전부는 킹의 단편집 Night Shift의 역자후기에서 킹의 문학적 성취에 대해, "아무런 문학적 가치나 미학적 성취나 독창적 지성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라는 언급한 블룸의 고급문화주의를 개탄하는 역자의 글을 통해서였다. 오호라, 블룸이라는 시덥지 않는 보수적인 평론가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이지...고지식하기는! 

사실 그 때는 그냥 고지식한 평론가로만 알았다. 그가 미국 보수주의 문단을 주도하는 굵직한 비평가라는 것을 안 것은 올 초에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해롤드 블룸 클래식전집 덕분이었다고나 할까나. 우리나라에서는 블룸의 인지도가 낮아 위키를 찾아보니, 한마디로 20세기 문학사조인 막시즘, 해체주의, 페미니즘 그리고 포스트 모던니즘 반대편에는 굳건히 19세기를 지키는 수호천사 해롤드 블룸이 있다라고 이야기하면 될 듯 싶었다. (아무래도 시대를 잘 못 태어난 듯.)

그의 고급문화주의나 보수주의는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 시대별로 옛것을 그리워하고 수호하려는,그런 사람 꼭 하나는 있기 마련이고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키에서 그에 대한 프로파일을 보면서, 그가 전반적인 20세기의 문학작품들을 부정하고 있고 현재 아이리스 머덕이 죽고 나서는, 그 잘난 문학가라고 치켜세운 사람들이 토마스 핀천, 필립 로스, 코맥 맥카시 그리고 Don DeLillo 라는 점이다. (블룸의 올해 나온 책인 천재들인가의 목차보니 현재진행중인 작가들은 없는 듯하다.)   21세기 초, 블룸은 아드리안 리치, 스티븐 킹, 그리고 롤링같은 인기 작가의 작품들을 비난하면서, 문학적 격론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Paris review지에서 인기에 영합하는 Poetry slam를 비판하면서, 예술은 죽었어(It is the death of art)라고 말했다고 할 정도로 고지식한 영감탱이가 아닐 수 없다.  정말 이 오픈된 21세기에 예술이 죽음을 맞이했을까!

세기를 통털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가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느꼈던 사람들은 몇명이나 될까? 노예제도가 버젓히 살아있고 어린 것들의 노동력으로 농사를 짓고 (십자군) 전쟁에 아이들이 동원되어 목숨 잃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으며, 귀한몸과 천한 것이 구분되어 있고 여자는 한갓 대를 잇는 수단에 지나지 않으며 인종차별,성차별, 자본주의가 가진 한계등.  이 모든 현상들이 수백년도 아니고 수십년 전만해도 아니 20세기 초중반 해도 당연했던 사회적 모습이었고 정치적인 것들이었다. 

전 세대를 살면서 당연시 되었던 모든 관계나 현상이 폭발하여 문제화되고 타결점을 찾으려고 애썼던 세대가 20세기 아니었던가. 모든 것들이 부정되었고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토대를 세우고자 노력했던 자들이었고 격렬하게 싸웠던 자들의 기록(문학작품)을 부정하는 것은 블룸을 한갓 보수고급문화주의자라고 딱지 붙은 이유리라. 20세기 소설가들과 시인들의 약점인 약물과 알콜 중독 그리고 자기 혐오와 사회 부적응등은 자기 세대의 변화에 대한 좌절의 결과하고 본다. 자기가 살고 있는 세대와 맞선 20세기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어쩜 20세기는 투쟁의 시대였고 먼 훗날 몇 세기가 지나고 나면 20세기에 대한 역사적 인식은 바로 겉보기에는 미친, 진보와 변혁의  20세기야말로 가장 러블리한 시대였다고 평가될 지도 모른다. 

여하튼, 블룸의 19세기문학에 대한 집착은 바로 블룸의 해롤드블룸 클래식에서 잘 나타나 있다. 4월초쯤에 도서관에 갔다가 <미친 정원사의 노래>라는 블룸의 클래식을 발견하고는 빌려와 읽었는데, 블룸이 비난하는 킹이나 롤링의 작품하고 다른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다. 잔혹함과 공포스러움이 작품 곳곳에서 살아있어 선뜻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좀 더 큰 영어덜트정도면 모를까. 초등저학년에게 무리다 싶다. 그러나 고급문화주의 평론가답게 블룸의 문학적 선택은 탁월하다. 이 책을 계기로 블룸의 클래식 전집을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19세기 영미문학에 대한 짧막한 이해는 이 블룸의 클래식전집이면 거의 해결될 듯 싶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작가로는 캐서린 싱클레어, 그림형제, 매리 드 모건, 스티븐 크레인, 루이스 캐럴, 벤 존슨, 키플링, 토머스 러브 피콕, 이솝, 스윈번, 리어인데, 가장 눈에 들어오는 작가는 역시 캐럴!  블룸이 선택한 작품은 거울속의 앨리스의 <험프티 덤프티> 일부분과 <Sylvie and Bruno Concluded> 중에서 The pig-tale이라는 시와 두 편의 시이다. 블룸은 프롤로그에서 캐럴의 <스나크 사냥>을 장편시었기에 뺐다고 했는데, 차라리 이 시를 집어 넣고 다른 여타의 시를 뺐었다면 더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책속의 일러스트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고(정말이지 꽤심하다!) 영미시정도면 원문도 편집했어야 하는 직무유기는 이 책을 8800원씩이나 주고 사야하는지 고민하게 만들었다.(결국 원서를 사서 대조해보기로 했다.) 지금은 도서관에서 다 빌려 읽고 있지만 아무래도 조만간 (1년6개월 지나면) 구입하지 않을까 싶다.

* 원서 어쩌구 저쩌구 해서 영어를 잘 하리라 생각하겠지만 나의 영어는 절음발이 영어다. 문어만 잘한다. 지금 coldcase 드라마 자막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정도. 영어자막만 나와도 드라마 내용은 이해할 수 있지만 듣는 것은 30%정도.. 아~ 이 자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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