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토의 푸른 하늘 - 생활 팬터지 동화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40
후쿠다 이와오.시즈타니 모토코 지음, 김정화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나의 벽은 책으로 둘러쌓여 있고 나의 하늘은 책벽으로 둘러쌓인 딱 그만큼만 푸르르다.  나란 사람의 인간관계가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 부딪혀 이해하기 보다는, 책속에서 만나는, 영화속에서 만나는 가상의  사람들과 일방적인 만남과 교류에 그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봄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 지식의 깊이와 넓이는 제법 깊고 넓지만, 실제상황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자조적인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읽을 책을 쌓아놓고, 다운받아 봐야할 미드와 영화가 쌓여져 있으니, 당연히 실제 사람들 만나 교류를 갖는 것이 내 사적인 시간을 빼앗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것을 고립이라고 하지 않나! 하지만  실제 사람들 사이에서 고립되어 있다고는 해도 외롭지가 않다. 오히려 넘쳐나는 책이나 영화, 인터넷 검색으로 시간이 모자랄 정도이니, 고립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 않나싶다.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고  24시간이 후딱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허나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동네 아줌마들에겐 싹싹하고 인사 잘하는 사람으로 통하긴 하지만 그네들의 일상과는 어울릴려고 하지는 않는다. 커피를 마시러 온다는 내 또래의 엄마에게 오지 말라고 하지는 않지만 커피 마시며 수다 떨고 나면 그 뿐이다.  내가 스스로 놀러간다거나 점심을 같이 먹거나 아이들 데리고 놀러가지 않으니 더 이상의 깊은 관계나 교류는 힘들다. 학교 엄마들하고는 말할 것도 없고. 거의 가지 않으니 아들애 학교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턱이 없다. 알고 싶지도 않고. 단지 몇몇의 엄마들하고만 알고 지낸다. 폭 넓은 인간관계라는 말은 나에게 참 어울리지 않는 말이구나 싶다. 뭐에 대한 욕망때문이냐!  무슨 강박으로 신간이 나올 때마다 궁금증을 못 참아 질러야 하고  아침마다 미드 한편을 꼭 봐야 하는지....

일상에서 자기 만족이라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과의 무난한 교류일까. 책이나 드라마 혹은 영화를 보고 나 혼자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사람들 틈에 있지 않는데 무엇을 느낀들, 그냥 그건 느낀 자기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허탈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감정을 그 누군가에에 전하고 싶고 교류하고 싶어도, 좁은 인간관계속에서는 그게 잘 안되니........ 답답하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말은 터 놓아야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나는 그렇게 터놓고 말할 만한 상대가 몇이나 되는지... 혼자만의 생활 아니 가족이 같이 생활하는 것에 만족하는 시간이 많아서, 나의 경우는 타인을 쉽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지만 <마코토의 푸른 하늘>은 나의 좁은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더듬어 생각해 준 작품이었다.

철거직전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뽀루통한  12살의 마코토는 그 아파트에 몇 남지 않는 아파트 사람들과의 교류가 시작되면서 타인에 대한 나눔, 배려 그리고 이해를 통해 그 또래 아이들이 갖지 못하는 어른지향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고장안 엘리베이터에 아라키다 할아버지와 함께 갇히면서 마코토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할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그리고 할아버지 뿐만 아니라 언제나 집에서 외롭게 생활한 에리카누나까지 알게 되면서, 각자 다른 인생살이지만 서로 어울리면서 일상을 당당히 꾸려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나보다 더 마코토는 사람과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어울리는 법을 알고 있고 냉정하고 무딘 눈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작가는 마코토를 통해 가치 있는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 거창하게 말하려고 하기보다는 사람들간의 챙겨주는 따스함 마음, 보듬어 안아 주는 넉넉한 관계가 한아이가 올곧게 자랄 수 있는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맑고 푸른 하늘처럼 우리 마음이 펼쳐지 있다면 세상살이가 그렇게 각박하지는 않을텐데. 영어공부 안한다고 도끼눈 할 필요도 없고.....딱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미스터리한 요소도 극적인 요소보다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무난하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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