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송곳니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노나미 아사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1996년도 나오키수상작인 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는 12년이 지난 2008년에 읽어도 수사물이라는 쟝르면에나 작중인물의 심리묘사에 있어서 그렇게 구닥다리 냄새가 풍기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당시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20세기 끝무렵인 96년에 범죄소설에 오토미치 다카코라는 여형사의 활약이라는 점에서, 시대를 앞선 작품이라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21세기가 되면서 남자의 전유물이었던 범죄수사물에 여자가 차례차례 등장하면서(CSI가 한 몫 단단히 했지!), 범죄물에 여자수사관이라는 것이 별 거 아닌 일로 치부되고 있지만 20세기만 하더라고 여성형사라는 직함은 아무래도 찾아보기 힘들지 않았나 싶다. 심지어 아가사 크리스티나 도로시 세이어즈의 여성 추리작가들조차 자신의 추리소설에 포와르니 윔지경이니 해서 남자주인공들을 형사나 탐정으로 등장시켰지 본격적으로 여자형사라는 직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여자탐정은 있었지만. 애교로 미스 마플정도.

나와는 달리 꽤 규모가 큰 회사를 다녔던 언니가 언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2000년이 지나면서 확실히 대기업에서 여자건축설계사들을 자신의 회사에 보내 교섭하기 시작했다고. 여자들도 전문직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라고 말이다. 그 말을 더듬어 생각해보면,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여자들의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도 되지만 남자들 전유물로만 알고 있던 직업도 서서히 여성들이 침입으로 단단했던 그 벽이 서서히 붕괴되는 시작한 터닝포인트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여성들의 침입이니, 붕괴니하는 말이야 쉽지, 역시 형사라는 직업의 세계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다. 형사들조차 이미지가 떡대같이 험악하고, 깡패 같으니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여자가 몇 이나 될 수 있고 그 벽을 허물겠다고 덤비는 여자가 어디 그렇게 많을소냐!  

여하튼, 이 작품은 다카코라는 여성이 강력계에서 활동하는 사건파일이다. 여성이 강력계에 등장하는 초기작이라서 맹활약을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강력계에서 남자형사들이 여성형사들 대하는 기존관념이라든지 성역활의 고정관념을 어어느정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CSI의 여성수사원이나 Cold Case에서의 강력계 여형사들이 남자 수사원들과 대등한 관계에서 사건을 진행하는 시키는 반면에, 다카코는 남성사회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사건을 핵심으로 끌고 간다. 기존의 범죄수사물이 탐정 한 사람이 범인을 쫓는 하드 보일드형이라면, 이 작품은 한 사건에 수 많은 형사들이 공존하면서 자신의 역활을 충분히 소화해  살인 동기와 범인을 쫓는 형식이다. 다카코가 중심 인물이긴 하지만 그녀가 두드러지게 핵심적인 역활을 하지 않는다고나할까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가 그랬고 작가도 어느정도 그 세계를 남자의 세계로 단정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재미면에서 빠지지 않고 여형사를 등장시켜 사건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 내리는 것일지도. 수십권의 작품을 썼다는 노마니 아사의 미국내 첫 작품이 이 <얼어붙은 송곳니>였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마존을 검색해보니 노마이 아사는 이 작품 말고도<Now You're One of Us>가 출간되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일본작가들의 미국진출이 두드러진다. 미유베 미야키뿐만 아니다. 히라시노 게이고, 오쿠다 히데오, 야마다 에이미, 오가와 요코등등 심지어 가쿠다 미츠오의 <대안의 그녀>까지. 판매량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들의 출간이 미국인 번역자들에 의한 출간이라는 점에서 좀 놀라울 정도다. 많은 일본만화가 미국내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심지어 쟝르소설까지 번역되어 출간된 것은 부럽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다. 

역자의 후기처럼 이 작품의 백미는 오토바이 추격씬이다. 그 씬은 상당히 남성적인데(운전하는 사람은 여자인데,남성적이라고 떠들어대니... 이거 원!), 빈 틈이 없다. 묘사나 심리전이라는 측면에서. 누구와 추격을 벌이는지,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어도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 다카코라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고 해서 범죄물이 여성화되는 것도 부드러워 지는 것은 아니다.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둘러 쌓여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우습지만, 그들세계에 홍일점으로 아니라 동화되어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참, 뭐랄까! 여자성만 가지고는 접근하기가 힘든, 여자라도 남성성이 다분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 세계. 범죄물은 역시나 남성들의 몫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작품이라고나 할까. 

여성형사라는 등장 인물은 내세운 픽션적 접근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범죄물은 남성성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강력계의 여성형사라는 소재는 신선선했다. 이왕 픽션적 접근이었다면, 좀 더 강하고 터프한 릴리 러쉬나 캣 밀러스타일의 여성형사 이미지였다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이 작품 읽고, 그 이후 다카코가 어떤 이미지로 사건을 추적하는지 그리고 어떤 범인과 대처하는, 노나미 아사의 다카코 시리즈가 궁금해진다. 이제 시대도 변했으니 좀 더 강해졌을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