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미드가 제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한 유행한다고 해도 내 경우 미드보기는 OCN이나 언스타일같은 TV에서 방영해주는 드라마 전부였다. 굳히 토토 브라우저에서 돈 내가면서까지 보지 않았었는데, 작년 가을에, 형제끼리 모여 이야기하다가 남동생이 Cold Case라는 드라마 아냐고 물어보길래, 언스타일에서 해주는 거 몇 편 봤는데, 재밌기는 하더라. 근데 왜 물어봐!  

"누나, Cold Case 재미도 재미지만 자세히 들어봐. 거기에 나오는 음악이 우리가 어렸을 때 듣던 음악이잖아. first 송하고 ending 음악이 얼마나 멋진데, 거의 다 아는 노랠거야"라는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언니까지 합세해 Cold Case는 엔딩음악때문에 찡할때가 많다고 바람을 넣는 바람에 집에 오자마자, 처음으로 미드작품을 다운받아서 보게 되었다. 몇 개 다운 받아서 본다는 게 시즌1부터 2008년 시즌 5 에피소드 12까지 다운받아서 보게 되었다(전부 다 다운받아서 보는데 한 2만원 넘게 깨진 것 같은데.)  80년대 팝과 락음악으로10대를 보낸 우리 형제들에게, 팝음악이 시대배경이 되어 과거 사건을 현재로 끌어들이는 이 콜드 케이스라는 드라마는 매력 그 이상이었다. 

미해결사건이라는 뜻의 미드 Cold Case의 특징은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현재 지금 일어난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고 과거에 일어났지만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간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서 사건을 종결짓는(case closed) 드라마이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다보니 CSI처럼 결정적 과학적인 증거물에 의해 밝혀지기 보다는 탐문수사와 취조에 의존한다. 이 작품은 취조나 탐문수사에서,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현재모습에서 과거 기억을 Flashback 기법을 주사용하여, 사건의 시발점에서부터 재구성하고 추리한다. 수사물로는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고 할 수 있는데, 소재도 다양해서 여성참정권시대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갈 때도 있고 소애애자까지 다뤄 폭 넓고 다양하다. 가볍게 볼 만한 드라마기보다는 한편 한편이 무겁고 진지하다.  

<루팡의 소식>은 한마디로 일본판 cold case이다. 과거 그러니깐 15년전 자살로 결론이 난 미네 마이코라는 여교사 살인사건을 자살이 아닌 살인으로 재수사하는, 그 살인사건 시효가 만료되는 시점인 24시간을 다루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 재밌다. 사다 놓기만 하고 안 읽다가 기분 전환용 읽을 요량으로 펼쳐 든 것이 이틀을 꼬박 할애했다. 아이만 없었다면 밥까지 굶어가면서 읽을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다.  

이 책도 미드 <Cold  case>처럼 탐문수사와 취조를 전제로 구성되어 있고, 용의자 기타와 다쓰미가 기억을 상기시킴으로써(flashback기법) 사건이 순차적으로 재구성된다. 즉 과거의 사건과 현재가 함께 공존한다. 취조에 의한 용의자들이 기억해내는 사건은 완전히 기타나 다쓰미의 기억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전지적 시점에 의한 사건 노출이어서 독자가 의문을 가지고 읽어나가면 누가 사건의 배경인물인지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과거의 살인 사건에서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 형사나 독자는 기타와 다쓰미의 말을 들으며 살인동기를 찾아 내야 한다. 결국 사건이 일어난 배경은 한 인간의 추악하고 추잡한 욕망에 의한 것이지만 히데오는 여기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양 작품에 인간미를 부여한다. 

히데오가 공공연하게 자신의 작품속에 드러내는 직장내 사람들간의 알력, 시기, 오만이 잘 드러나면서도 그는 사람들사이의 넉넉하고 우직한, 따스한 인간애 또한 놓치지 않는다. 어떨 때는 매번  그의 작품속에서 그런 유치한 인간애에 피식 웃음이 나오긴 하지만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따스함이 감지돼, 나 또한 그의 팔불출 인간미에 전염이 되어 마음이 가슴이 따스해진다. 그의 작품 속에는 냉정함이나 차거움은 없다.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는 냉철한 시각이 있어도 그가 풀어낸 사건의 결론에는 언제나 항상 따스함이 넘쳐난다. 그래서 내가 히데오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것인지도. 사건의 줄거리를 세세하게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약간의 스포일러도 이 작품의 재미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긴박하게 숨 넘어가듯 돌아가지는 않지만 독자를 한숨에 책 속으로 잡아 끄는 매력이 있다. 일단 책을 집고 읽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귀찮아 질 정도로 히데오의 마수에 끌려 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슬슬 다른 그의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 이 작품의 엔딩송 고르라고 한다면 Extreme 의 More than words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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