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Dear 그림책
숀 탠 지음 / 사계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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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좋아하면서도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깊숙히 빠져 버리곤 한다. 아무리  한 작가가 뛰어난 작품을 그렸다고 해도, 계속 되는 비슷비슷한 성향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 그 작가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의 그 감흥과 흥분은 일지 않는다. 이런한 경험이 되풀이되면서, 서서히 그림책에 흥미가 떨어져버리고 그 상태가 지속될 무렵,  생각지도 않게 엉뚱한 곳에서 느닷없이 자극을 받는 작품이 튀어 나와 심드렁한 그림책에 대한 나의 감성에 다시 일으켜 세우곤 하였다.  최근에 그런 가벼운 흥분과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숨고르기가 필요할 정도의 보물같은 작품을 운 좋게도 두 권이나 만날 수 있었다. 한 권은 2008년도 칼데콧상을 수상한 <위고 카브레>와 또 한권은 뉴욕타임즈어린이 부문에서 올해의 책중 한권으로 선정된 숀탠의 <The Arrival>이었다.

숀탠은 어린이그림책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만만한 작가가 아니다. 상징성이 강한 초현실적인 그림과  낯선 느낌은 아이들이 선호하는 작가라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선택한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 또한 상징성이 강한, 그만의 독톡한 세계관에 다가서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아, 그렇게 염두해 두었던 작가가 아니었는데, 작년에 사이트 여기저기 훑어보다가 숀탠의 이 작품이 심상치 않게 등장하고 미국저널쪽에서 워낙 세게 호평을 보내는 바람에 알게 된 작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민의 나라 미국에서 왜 이 작품이 그렇게 강하게 호응을 얻었는지 알 것 같다.  그는 외국인으로서  20세기 초기 호주 이민의 한 역사를 알리기 위하여, 호주 초기의  힘겨운 이민의역사와 그림을 참고하여, <도착>이라는 말 없는 그림책을 그렸던 것이었다.

아주 오랜동안 간직하여 빛바랜 모습을 하고 있는 이 그림책의 표지는 한 남자가 가방을 들고 숙여 모습이 기괴한 한 동물을 바라보고 있다. 숀탠은 그와 함께 독자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책장을 넘기면 무수히 많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증명사진처럼 그려져있다. 책의 주인공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가족이 있는 자신의 고향을 등지고 미지의 세계로 갈 결심을 한다. 무슨 이유로, 어떤 절망의 씨가 그 땅위에 뿌려졌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새나라로 향해 배를 타고 간다. 그림은 20세기 초반의 현장을 담은 것처럼 흑백무성영화처럼 처리되었고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된다. 숀탠은 주인공이  새로운 땅에 발을 디디는 그 순간의 불안과 낯섬 그리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초현실적으로 그렸는데,  주인공의 내면심리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주인공은 새로운 땅에서 자신을 알아주는 백인가족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공장에서 만난 한쪽 다리를 잃은 노인의 전쟁이야기를 들으면서 (롱숏으로 다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의 뒷모습을 잡은 모습은 얼마나 가슴이 아리던지.......), 그는 고향에 있는 가족과 만나  함께 그 낯설지만 새로운 땅에서 더 나은 삶을 살기를 꿈꾸며 희망 속에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숀탠는 20세기 초기의 호주이민이 자신의 고향땅에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가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꿈이 많은 시련과 굴곡끝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낙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 이 책은 한장한장 넘겨봐야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는데, 말주변과 글재주가 꽝인 나로서는 작가의 잔잔하고 조용하게 나직히 말하지만 강렬한 그 메세지를 전할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책이 만들어진 뒷배경에는 숀탠 자신이 말레이지아계 호주 출신이라서 아마도 언젠가 자신의 작품속에서 이민에 대한 서사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약력을 살펴보면,1974년에 태어난 그는 오스트레일리아 퍼스 주의 프리멘틀에서 성장했다.  반에서 항상 작은 아이었던 그는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로 통했다. 건축가인 아버지와 아이들 침실의 벽에 걸린 커다란 디즈니 그림에 색칠하는 것을  좋아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많은 그림들과 이야기들에 둘러쌓인 채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문학적인 가족은 아니었지만, 심하게 폭력적인 것만 아니라면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를 하였다고 한다. 그에게 영향을 준 작품들을 들라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 Jack Prelutsky 가 글을 쓰고 아놀드 로벨이 펜과 잉크로 그린 <Headless Horseman Rides Tonight> 과 지금도 존경하는 알스버그의 <해리스 버딕의 미스터리> 그리고 레이몬드 브릭스의 < Fungus the Bogeyman >등과 괴물, 외계 그리고 로봇에 끌렸으며 처음 산 그림책이 공룡에 관한 책이었다고 한다. (역시 남자들이란....!) 10대 시절에는 공상과학소설 쓰기를 즐겼고 풍경그리기를 좋아했다고. 그는 WA대학시절 일러스트로 돈을 벌었으며 후에 그림책과 청소년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게리 그류와 함께 공동작업으로 첫작품을 펴내면서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그는 직간접적으로 일상을 관찰한 것을 전제로 그림을 그리고 자신에게 익숙한 거리, 해변, 친숙한 사람들이나 방문했던 곳을 그린다고 한다. 아래 그림들은 그의 작품세계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그림들이 아닐까하는데.....좀 더 그에 대해 알고 싶다면, http://www.shauntan.net/paintings1.html에 가면 그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단, 최근 모습은 없다.




*이 작품 읽다가 에어로스미스의 <Dream On>이 흘러 나왔는데, 숀탠이 그린 주인공이 고향을 등지고 낯선땅에서나마 절망 속에서, 외로움속에서 주저 않지 않고 계속해서 꿈을 쫓는 것을 보고, 이민이라는 새로운 출발이 꿈을 계속 꾸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작품 내 준 사계절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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