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호리의 비밀 파랑새 사과문고 63
허수경 지음, 이상권 그림 / 파랑새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90년대 중반 한창 시인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녀가 돌연 독일로 유학을 떠나고 다시 2008년 어린이 판타지 동화<마루호리의 비밀>로 돌아왔다. 작가의 말에서 그녀는 외로운 유학시절 <삼국유사>를 읽다가 비형이라는 도깨비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 계기로 한국에 대한 그리움도 달랠 겸 도깨비이야기를 집필했다고 이 책의 탄생배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본격적으로 어린이동화를 계속해서 책을 내는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우리의 도깨비를 어린이 문학과 접목시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좀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녀의 첫어린이 작품이다보니, 사람의 손에 땀을 쥘 만큼 재미있거나 익사이팅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책이 꼭 재밌어야하느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다. 난 <해리포터시리즈>가 버려놓은 사람이라서 그리고 해리시리즈때문에 아이들 키우면서도 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고 어린이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기 때문에 일단 어린이문학에 어느정도의 재미와 익사이팅은 존재하여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재미는 필수품 아니겠는가. 책의 라이벌을 보면, 보통 아이들 혼을 빼야말이지. 닌텐도만해도 그렇다. 얼마나 재미있으면 두시간 해 놓고 자기는 조금 밖에 하지 않았다고 박박 우길까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저 정도로 아이들 혼을 빼 놓는 재밌는 책 어디 없을까하고.  

<마루호리의 비밀>은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에게 적합한 소설인데, 며칠 이 작품을 들여다보면서 이 작품에서 빠진 게 뭘까? 그럭저럭 어른인 나도 읽을 만하고 우리의 도깨비를 이야기세계로 끌어들였고 작가의 사물적 상상력이 돋보이는데(예로, 검은풀, 말하는 나무, 마루호리,하늘정원등), 도대체 뭐가 빠져서 재미가 반감됐을까?하고 며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음...... 싸워야하는 대상은 확실히 붉은도둑대왕이라고 설정했지만 그 악과 전면적으로 맞서 싸우는 갈등구조가 없다는 것이다. 다비와 인인이의 모험의 세계는 하늘 정원을 가려고 하다가 시간의 구멍속으로 잘 못 들어가 그 곳에서 우열곡절끝에 빠져나와 마침내 하늘정원의 말하는 나무까지 오긴 오는데, 오는 과정에서 붉은도둑대왕과 싸운다든지 하물며 도둑대왕의 조무래기하고도 마주치지 않고 단 한번의 위기를 넘긴 채 하늘 정원까지 온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구조가 넘 간편하고 단순하다. 다비와 인인이의 모험의 세계가 좀 더 그럴싸한 역경의 과정이었다면, 확실히 더 재미있는 세계를 보여 줄 수 있었을 것인데,하는 아쉬움이 남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은 소설이었다. 우리 도깨비설화를 적극적으로 아이들세계로 가져왔고 무조건적으로 악을 나쁜 것으로 물리쳐야 하는, 선과 악의 첨예한 대립의 세계관보다는 이해와 관용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솔직히 이야기는 해리시리즈처럼 이분법적인 세계관이 재미있는데). 이 작품 완벽하지는 않지만 허수경씨가 우리 어린이문학을 위해 앞으로 한발한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 같은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녀가 이 작품을 계기로 좀 더 어린이문학에서 중요한 작가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