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냥꾼 - 어느 책 중독자의 수다
존 백스터 지음, 서민아 옮김 / 동녘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며칠 전에 근처에 있는 책방 가서 < 이누야샤>와 <20세기 소년>의 신간이 나왔는지 알아보러 갔다가 이런 동네 책방에는 소설코너 쪽에 무슨 책을 갔다 놓을까싶어(소설은 구입하니깐 동네 만화방가서도 소설코너에 가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쭈욱 훑어본 적이 있었다. 놀라워라! 책장에는 듣도 보지도 못했던 로맨스소설과 무협 그리고 판타지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것도 얼마나 많이들 빌려다 읽었는지 책들마다 닳고 닳아 있었다.

솔직히 그때 내 눈에는 로맨스와 무협 혹은 판타지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그 책들이 전부 쓰레기 혹은 폐지 그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꽁으로 준다고 해도 절대로 읽고 싶지 않는, 읽는 다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그 책들이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트랜드책이라고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고상한 거냐. 단 한권의 고전작품이 없었던 그 책들 사이에서 , 이 책들의 수명은 어디까지 일까. 몇 명의 사람들이 이 작품들을 기억할 수 있을까. 혹  이 책들 사이에 보석이 숨겨져 있는 것을 나만 모르는 것일까 . 나도 이런 분위기 책에 한번 도전해봐! 지금까지 책의 역사를 봐도 홀대받은 책들이 후대에 높게 평가받은 예가 어디 한두번이야.하지만 말이다. 그런 예가 있었다고 감안해도, 도저히 읽고 싶은 욕구가 일지 않았다. 저마다 독서의 즐거움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역지사지,  동네 책방의 책을 빌려다 읽는 사람들이 내 방에 있는 책들을 훑어본다면, 그들눈에도  내 책은 하품 연신 터져 나오는 지루한 골동품 같은 책들이라고 생각하니, 맘이 편치 않았다. 이래봐도 이 책들은 한 시대를 풍미하는 주옥같은 책들이라고 아무리 그들에게  말해봤자 그들의 독서편력은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처럼. 차이가 있다면, 동네 책방의 책들의 최후는 폐지로 버려지는 것이지만 내 방의 책들은 적어도  헌책방에 내 놓아도 가치가 있어 여기저기 팔려 나가 자신의 생명을 간간히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것 정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나의 지적 오만일 수도 있고.

이 책 <책수집꾼>은 바로 책의 생명 연장의 꿈을 다분히 실천하는 책수집가 이야기이다.  책 중독자 존 벡스터, 지난 번에 릭 게코스키의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를 재밌게 읽었던 터라, 이 책도 그런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된 것이다. 책은 그런대로 재밌다.  게코스키처럼 작가별 책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 자서전적이며 가쉽적이 성격이 매우 강하다.(이사람 우리나라에 와서 선데이서울 기자하면 딱 어울 것 같은)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에도 민감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적인 (어쩔 수 없는)오만함과 수더분한 수다 분위기의 책이다. 영문학 전공자나 공상과학소설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한권의 책에서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루에도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책들중에서 과연 어떤 책이 수천년을 살아남을 지도 아무도 모른다. 결국 이런 수집가들이 내가 모르는 수백만권의 책들 사이에서 진정한 가치를 찾아내고 옥과 돌을 가려내고 어떤 책이 후대에도 계속해서 인쇄되는지 아는 사람들일 것이다. 물론 제법 돈이 되는 초판본을 선호하긴 하지만. 책수집 특히나 작가 싸인이 들어간 초판본 수집은 단순한 집념보다는 책의 수집에 관한 집요한 강박이 없으면 절대로 못하지 않을까.  그런 강박으로 수십년 된 초판을 열심히 찾아 헤매고 그 책이 자신의 책장에 모셔지면서 그 책은 영원불멸의 삶이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굳이 초판이 아니더라도 몇 쇄의 거듭해가며  읽는 독자가 있는 한 그 책은 영원성을 얻은 것이다.  여하간 다행인 것은  초판 소유나 책에 대한 강박이 나한테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괜시리 초판본선호하다가는 우리집 거덜날라.

벼룩시장이나 고물 잡동사니 사이에서 가치 있는 헌 책을 구해 자신이 갖고 있거나 다시 되 팔면서 책은 나보다 더 오래 살 것이라고 생각하니 (20세기 초반에 세익스피어앤컴퍼니에서 발간된 율리시스가 아직도 살아있다니!), 가치를 아는 자만이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열이란 놀라운 집념의 강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난 변덕스러운 성격이어서, 한가지 사물이나 일에 에 평생을 다 바쳐 산다는 것은 꿈도 못 꾸는데. 오늘 하루도 이랬다저랬다를 반복하면서 사는 범인이로서는 그냥 이런 책이나 읽으면서 책에 대한 책이야기나 지켜보는 수 밖에.

작품의 내용이 시대를 앞서가서 후대에 환영을 받든, 세대를 초월해 전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던 간에, 요즘의 책수집은 인터넷에서 다 이루어진다나 어쩐다나. 세계는 하나라는 말이 사실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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