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 1 (보급판 문고본) - 순간 이동
스티븐 굴드 지음, 이은정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성장소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는, 내면의 자아가 다른 무엇보다도 치고 올라와 두드러지게 표현되는 내면적자아성장소설과 치고 받고 싸우는 모험적 성격이 강한 모험성장소 두 부류로 나누곤한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만 해도 모험성장소설은 전무했다. 끽해야 <팔거리의 아이들>정도. 이것도 공터 하나 갖고 머슴아들끼리 싸우는 이야기니깐 모험이라고 할 것도 없겠다. 그래도 모험이라고 할 정도면 절대악정도는 하나 있어 악을 물리치기 위해 떠나는 길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오만가지 드라마정도는 나와야 하니깐 말이다.  

20년전만해도 수레바퀴 밑에서나 유리알 유희같은 헤세가 쓴 내면적 자아와의 투쟁이라고 해야하나 뭐 그런 자기자신과의 내면의 치열한 싸움끝에 결국 알에서 깨어나 성인으로 성장하는, 내면의 풍경이 도드라진 성장소설이 유행했었는데 요즘은 모험적 성격이 강한 성장 소설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슐러 르귄의 어시스시리즈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모험성장의 탑을 차지하는 것은 해리포터 시리즈 아닐까 싶은데. 이런 모험성장소설의 뒤에는 sf소설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다. 미국식으로 만하면 싸구려 펄프소설이 한 몫 햇을 것이고.

(미국의 펄프소설에 관해 연구한 책 없나 싶을 때가 있다. 미국작가들 대부분이 이런 펄프소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은데, 이런 싸구려 글을 읽고 어떻게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하다)

<점퍼>는 sf모험성장소설쯤으로 분류할 수 있으려나. 첫번째, 데이비드는 알콜중독자 아버지에게서 매질을 당하려는 순간, 자신이 스탠빌공공도서관 소설코너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두번째, 아버지의 학대를 피하기 위하여 집을 나와 떠돌이 생활을 하던 중 성폭행을 당하려는 순간,  그는 자신이 스탠빌 도서관에 와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에게 순간이동의 능력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는 자신의 순간이동능력은 자신이 가보고 기억한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의 모험은 시작된다. 한발자국만 점프해도 뉴욕에서 스탠빌도서관으로, 도서관에서 은행으로, 자신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공항으로, 공항에서 사이프러스로 자신을 전송할 수 있는 그의 길 위의 모험은 이제부터 딱 미국영화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집 나간 어머니와의 재회, 어머니의 아랍테러리스트에 의한 죽음, 복수. 하지만 스티브 굴드는 왜 아랍인들이 미국인들을 상대로 테러를 하는지에 대해 미국공화당식으로 풀이하지는 않는다. 

분량도 많고 커다란 한줄기의 사건이 주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고(해리포터가 볼트모어가하는 악을 제거하기 위하여 움직이는 것과는 달리)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이어지며 이야기가 전개돼, 자칫 청소년들에게 지루할 수 있겠지만, 이 작품 읽어볼 만하다. 부모자식간의 불화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학대를, 점프라는 순간이동이라는 능력으로 카타르시스했다는 것만으로, 이 책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리고 우리와 다른 지금 세대와 통하는 남녀간의 문제 그리고 그들만의 기호가 충분히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민음사에서 청소년을 위해 페이퍼백으로 출간하면서 값도 저렴하면서 본때 있게 나왔다. 들고 나니기도 쉽고 두 손에 착착 달라 붙는다. 이 어찌 환영할 만이 아니리오. 이런 책이 더 많이 출간되었으면 한다. 

이 책 후기 읽다가 스티븐 굴드가 로버트 하인리히의 <하늘의 터널>을 언급해서, 인터넷 헌 책방 뒤져보다가 있길래 구입했다. <여름으로 가는 문>으로 출간되었는데, 이 책 구입하고 싶어도 절판되어서 구할 수가 없었던 책이었다. 운이 좋았다. 책도 다 지 팔자가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점퍼> 읽으면서 데이비드가 점프할 때마다 내내 반헬렌의 <점프> 가 연상돼, 혹 스티븐 굴드도 반헬렌의 점프를 흥얼거리며 이 작품을 써 내려 간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