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즈망가 대왕 3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이은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몇 년전에 투니버스에서 <아즈망가 대왕> 애니를 방영했을 때, 하필이면 그 때 변태선생이 나오는 장면부터 보는 바람에 <아즈망가 대왕>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구김 또는 아주아주 흐림이었다. 애들 보는 만화에 뭐, 저런 변태가 나와서 주접거리냐.. 싶은게 나의,  <아즈망가 대왕>에 대한 첫인상이었다고나 할까나.  그 이후로 아즈망가 애니에 별로 정이 안갔고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몰랐다. 진짜 그 이유를 그 때는 정말이지 몰랐다. 끽해야 풋풋한  여고생들이 나와 설쳐대는 것이 그냥 좋아서겠지하는 성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그러다가 며칠 전에, 이 작가의 요츠바랑을 읽었는데, 오우, 재밌는 거라. <아즈망가 대왕>처럼 뒤집어질 정도로 웃기는 것은 아니었는데, 요츠바의 유쾌, 경쾌, 명랑의 허무맹랑함에 빠져버렸다. 그래서 이 작가의 출세작이라는 <아즈망가 대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설마설마하는 마음을 접고 구입해서 읽다가 웃느냐고 뒤집어져 버렸다. 그것도 애들 앞에서.

읽고 있던 책이 좀 버거워서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아즈망가 대왕> 집어들고 애들 앞에서 읽다가 치요와 토모 그리고 오사카때문에 자지러지게 웃으니깐, 옆에 있던 우리 아들 신기한 표정으로" 엄마, 이 책이 그렇게 재밌어. 어디,어디가 그렇게 웃기는데."  아들의 질문에 거실 바닥에서 배깔고 웃느냐 대답할 겨를도 없었다. 다 웃고 상황을 수습하려니깐 아이들 앞에서 민망하더라.  아닌게 아니라, 아들애가 나이가 어려서 이렇게 슬쩍 지나갔지, 초고학년만 이었다면, 만화책 보고 웃는 어미보고 가만 두겠어.치요, 토모 다 너희들 때문이야! 치요, 토모 다 너희들 때문이야! 

좀 맹한 모자란 구석이 있는 네컷의 만화지만, 작가의 건강하고 엉뚱한 유머을 느낄 수 있었다. 여태껏 일본 소설속의 여고생들은 우리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온다 리쿠의 여고생은 신비하고 야마다 에이미의 여고생은 요부같은. 그래서 거리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 그런데 그러면 그렇지,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다 똑같아. 여고시절에는 동성끼리의 집단 어울림은 따분한 학교 생활에 활력소 같은 거 아니겠는가. 재잘거림과 별 것 아닌 것에 대한 감정적인 호들갑과 유치함등. <아따맘마>의 아리나 <아즈망가 대왕>의 치요, 토모, 오사카등과 접하면서, 역시 우리와 똑같은 여고생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고생들의 천진난만한 낙천성, 집단과의 어울림, 그 속에 갖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쌓아가는, 사회에 나가기 전의 편안함속의 갈등 같은 것.

잠시마나 여고생들의 건강한 세계를 엿 볼 수 있는 것에 묘한 희열을 느꼈다.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한때 내가 경험했던 시절이었고 아직까지는 그 세계가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 단순한 네컷의 만화의 때늦은 발견에 열광과 기쁨을 느끼고 무한한 애정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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