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비밀 작은거인 15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한미희 옮김 / 국민서관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의 시대배경은 2차 세계대전 오스트리아, 적군의 폭격으로 울려 퍼지는 공습경보 그리고 생활물자와 먹을 것이 부족했던, 힘겨운 나날들이었던 그 시절을, 한 소녀가  밝게 사고하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면서 견딜 수 있었던 것은 할아버지와 함께한 공상의 힘이 아니었을까. 게블러거리의 비밀방송, 두 막대사탕 산 사이의 후버아이들의 비밀기지, 할아버지의 여자친구 율리쉬카, 미래와 과거를 볼 수 있는 서진, 말할 수 있는 개등.

읽는 동안, 할아버지와 손녀가 나눈 이야기들이 현실의 한 자락이 아니고 그들이 꿈꾸고 공유하는 공상이구나 하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어의 없음보다는 할아버지 마음 속에는 두 개의 마음이 존재하는구나 싶었다. 단순히 손녀를 사랑하는 멋진 할아버지구나라고 치부하고 싶지 않다.   손녀를 사랑하는 할아버지는 많다. 먹고 살기 바빠 자식은 이쁜 지 몰랐는데, 손주는 벅찬 감격과 환희를 가져다 준, 너무나 사랑스런 존재라고 말하는 것을 수 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렇게 손녀와 기꺼이 공상을 나누며 자신의 공상까지 나눠 줄 수 있는 할아버지가 과연 몇 이나 될까.  

아이들 책을 가까히 하면서, 그림책작가나 동화작가는 비록 가슴은 하나지만 두개의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이라는 거대한 시공간의 뿌리에 내리며 소통할 수 있는 마음과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이해하고 그들의 세계를 최대한 공감하며, 아이들의 상상의 세계를  함께 공유하는 또 다른 마음, 이 두개의 마음이 있어야  아이들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림책 작가나 동화작가가 될 수 있겠다 싶은 것이다. 어린이문학은 예술적 승화라든가 문학적 가치라는 잣대로 재는 것이 우스운 것이, 아무리 예술적으로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그들 마음속에 아이들을 이해하는 바탕이 없다면,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그 작품을 공감하고 공유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하기사 문학적 가치를 가지고 문학판으로 뛰어든 사람이라면  동화세계로 뛰어들리가 없겠지만. 이쪽 세계는 자신의 한번 경험해 보았지만 잊혀진 세계이기에, 그 세계를 기억하고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따스한 마음을 가진 자만이 할 수 있는 세계이고 그 어린시절의 따스한 마음이 어느 순간 자신의 마음속에 되 살아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쟝르니깐. 

이 책 꽤 오래 전에 나왔다, 뒤에 있는 저작권 설명을 보니 1986년에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재와 주제가 그 때는 신선했을 지 몰라도 지금은 아무래도 구닥다리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손녀가 세계대전이라는 어렵고 불안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판타지을 기꺼히 받아준, 여백의 동화책을 언제나 활짝 펼쳐 준 할아버지이었다는 사실은 빛을 바래진 않을 것 같다.  손녀도 언젠가 다른 사람의 동화책같은 존재가 될 지모른다. 비록 마지막 장에서 훌쩍 커 버려 더 이상 할아버지와 놀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다른 방식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지금  다 커버린 소녀의 마음이 하나일지 몰라도, 언젠가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해 주었던 것처럼 다시 공상이 가능한 마음으로 쪼개질지도, 그건 모르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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