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과학 습격사건 1 - 대형마트가 들썩들썩
강철 지음, 이태영 그림, 김진규 감수 / 대교출판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유아그림책은 아이들에게 낯설은 시장과 장터 이야기가 대세인데, <우당탕탕 과학 습격 사건>이라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보는 학습만화는 본격적으로 대형마트에 관한 것들과 그 대형마트에서 파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하여,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호기심과 의문 사항들을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는  있다. 대형마트가 현재 우리 생활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반하면, 이런 책이 지금 나온 것은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나 싶다. 지금 아이들은, 시장이나 장터에서 엄마손 잡고 장을 보기 보다는 카트 끌고 여기저기 편안하게 장을 볼 수 있는 대형마트 세대니 말이다. 아마도 태어나자 마자 처음 가는 곳이 엄마나 아빠한테 안겨서 가는 곳이 대형마트 아닐까 싶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다보면 갓 태어난 아기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니깐. 

언젠가 방송에서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가 나와 미국유학생활을 잠깐 언급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온 가족이 미국의 커다란 대형마트에 가서는 두 아이들을 카트안에 가둬두는 것이 아니고 두 아이들에게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이것저것 살펴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자유롭게 풀어놓는다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말이 일종의 계시가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대형마트을 갔을 때는, 되도록이면 카트에 앉혀두기보다는 대형마트에서 파는 물건들이 무엇이 있나 더 자세히 보게끔 권장한다. 이것도 다 학습이나 교육의 일부분이겠거니,하면서 속으로 흐뭇한것도 잠시, 장난감 파는 파트에 가면 좀 난감해진다. 견물생심이라고 구경이나 하라고 했지 물건을 사 준다고는 안 했는데, 장난감을 하나씩 들고는 사 달라고 할 때면 왜 내가 대형마트에 애를 데리고 왔는지, 남의 자식은 대형마트에서 파는 물건들이 뭐가 있나, 왜 그런 식으로 작동되나하는 의문과 호기심으로 헤집고 다니며 교육 효과를 단단히 본 다는데, 우리 아이들은 장난감 앞에서만 침을 질질 흘리니, 이게 뭐야!

여하튼, 대형마트를 제 집 드나들듯이 자란 아이들에게 딱인 <과학습격사건>은  마트 도둑 지킬과 대형마트를 지키기 위하여 고분분투하는 과학탐정단의 대결을 그린, 중간중간에 과학이야기를 삽입하는 센스를 발휘해가며 재미와 호기심,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있는 학습만화 <과학습격사건> 되시겠다. 

10개의 장으로 나눠, 우리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혹은 마시는 음료를 통해 과학적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데, 탄산음료의 캔에 열을 가하면 폭탄이 되는 과정(솔직히, 이 사실 알고 걱정 한가득이었다. 혹시나 잠깐 집을 비운 사이에 아이들이 탄산음료 캔으로 장난 칠까봐,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장난이라고 다짐 또 다짐을 받아놓을 정도였다) 에서부터 아이스크림 냉동고의 성에의 물질변화, 자동문의 원리, 우리가 먹는 라면이 꼬불꼬불한 이유(게다가 팁으로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도 있고), 과자 봉지안의 질소등. 좀 어렵고 접근이 쉽지 않는 용어들이 쏙쏙 머리속에 들어오게 하면서, 우리 주변의 일상의 과학을 자세하게 설명해 놓고 있다. 

여자애들보다 사내아이들이라면 아마도 누구가 이 책 좋아할 것이다. 어느  정도 치고 받고 싸우는 무협지나 액션 영화의 본을 그래도 따랐다. 악당 지킬과 과학탐정단의 대결이 그냥 대결이 아닌, 마트가 떠들썩한 한바탕의 우당탕탕 대결이니 말이다. 참고로 아들애는 이 책 받자마자 재미있어 했다. 하지만  아직 저학년이다보니, 교과와 연계된  과학용어는 적잖이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었다. 반면에. 엄마인 난 아주 만화 줄거리보다는 뒤의 과학설명에 눈독을 들였고 읽을수록 몰랐던 과학사실을 알게 되면서 아하! 그렇구나를 연발했다. 이 학습만화 읽으면서, 요즘 아이들은 지식을 다루는 책조차 물질적인 풍요로 넘쳐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대에는 기껏해야 전과가 전부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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