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 프랑스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39
샤를 페로 지음, 이다희 옮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 비룡소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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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4년전, 바리데기 신화를 아들에게 읽어주고 싶어 바리데기의 여러 그림책판본을 찾았지만 실패했다. 그림책으로 발간된 바리데기 관련책은 단 한권도 없었다.  한겨레에서 나온 고학년용 바리데기와 전래동화를 묶어 놓은 파는 동화전집뿐. 찾다가 찾다가 못 찾고 할 수 없이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엄마의 집에서 전래동화 전집으로 묶어 나온 바리데기를 읽어주었다. 세트로 파는 전집용 그림이 다 그렇듯이, 바리데기의 그림은 별 특징없는, 글에 충실한 묘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수수께끼같은 바리데기의 굴곡 많은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남성위주의 신화에 여성이 등장했다는 것도 그렇고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무당녀(?)의 이야기가 조선이란 유교사회에서 멸시받지 않고 수 백년씩 이어져 내려온 것에 대한 경외감이라고 해야하나. 이런저런 이유로 그 때 무슨 강박인지, 바리데기의 버림받은 삶을 아들에게 읽어주고 싶었었다. 후에 비룡소에서 <바리데기>가 그림책 판본으로 나와 구입했지만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들이길 바라는 부모밑에서 일곱번째로 태어나, 또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모에게 버림받은, 한많은 바리데기가 그 부모의 병을 고쳐주기 위하여 찾아 나선 저승의 여정이 비록 남성신화와 달리 치고 받고 싸우는 칼부림의 험난한 동적 신화라기보다는, 참고 인내하는 정적인 신화라고 하더라도 길위에서의 모험을 끝끝내 이겨냈건만 그림은 순정만화의 라인처럼 가늘고 여리다 보니 힘찬 글을 받쳐주지 못했다고나 할까. 여하튼 강렬하고 모진 삶의 바리데기의 고단했던 삶을 한낱 눈물이 글썽거리며 동정을 자아내는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그린 것은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바리데기를 내준것이 어디냐싶어 두말 않고, 우리 그림책 단행본 시장의 활성화(?)을 위해 구입을 주저 하지 않았다. 바리데기의 이런저런 그림책 판본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독자의 따가운 비난을 받더라도 자신만의 독특한 일러스트를 가진, 자신만의 색채를 가진 그림작가의 출연이 자꾸 기다려진다. 

 (음... 리뷰는 신데렐라인데..바리데기만 열나 쓰고 있네.) 

신데렐라가 부러워서 그랬다. 우리의 여성신화 바리데기의 그림책 판본은 딱 두개밖에 안 나왔는데, 신데렐라는 사방팔방에서 욕을 먹으면서도, 수 백년씩 이어져 내려오는 신데렐라 이야기에 뻑간 동서양의 작가들이 그려낸, 수십권의 그림책 판본이 나와 있는 외국의 그림책 시장이 부러워서 그랬다. 외국의 경우, 수 백년된 이야기의 그림책 판본이 수 없이 많다는 사실을 몇 년 전에 알았다. 그런 그림책이 어디 신데렐라뿐이랴. 한 권의 그림책 판본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작가들이 자신만의 터치로 그린 이야기 그림책을 낸다는 현실이 못내 부러워서. 여자라는 설움과 온갖 고난을 다 물리치고 이겨낸 바리데기는 한국시장에서 단 두권의 그림책 판본밖에 없는 현실이 아쉬워서 이 자리를 빌어 한탄하고 싶어서 그런다. 그 많은 우리 나라 그림작가들과 출판사들은 무엇을 하는 것인지. 왜 우리 나라는 작가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세계로 이끌어 가지 못하는지. 왜 우리 나라 이야기는 우리 나라에서조차 널리 퍼지지 못하는지. 신데렐라가 전 세계적인 이름을 얻은 이유는 이런 작가들의 힘이 아닐까.  안데르센의 작은 전나무에서 잠깐 이야기했지만, 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져 내려가는 이면에는 이런 작가들이 있어서 일 것이다. 전 세대와 다음 세대를 공감하고 이어줄 수 있는 이야기의 힘.  

샤를 페로의 원작인 신데렐라는 페미니스트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사랑받고 있는 세계적인 캐릭터이다. 아무래도 신데렐라하면 디즈니의 신데렐라를 떠올리겠지만 신데렐라 그림책 판본은 생각보다 많다. 작년 하반기에 출간된 인노첸티의 신데렐라는 기존의 시대배경을 무시하고 192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신데렐라를 중심으로 장식적인 옷차림보다는 20년대의 시대배경과 분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노첸티의 그림이 다 그렇듯이 화면은 꽉 차있고 진지하면서 촘촘하다. 인노첸티식 신데렐라는 위대한 캐츠비의 미아 패로우를 연상되는데, 아마도 신데렐라를 가장 현대적으로 그린 작품이 아닐까싶다. 고전적인 신데렐라의 배경이 19세기라면, 인노첸티는 신데렐라를 20세기로 초대한다. 인노첸티의 그림은 대체로 색감이 어둡다기보다는 전체적인 그림의 분위기가 차분하고 조용하다. 마치 늘어진 재즈음악을 듣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의 그림은 역동적이지도 경쾌함을 주지는 않지만 20세기 초반 여성들에 대한 낭만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마차는 자동차로, 화려하고 장식적인 드레스는 몸에 착 달라붙는 이브닝 드레스로 그리고 환상적인 결말은 모노톤의 흑백사진의 한 장면으로 바꿔, 신데렐라를 재해석해서 그리고 있다.  

1940년 이탈리아 태생인 인노첸티는 공식적인 미술교육은 받지 못한 채 독학으로 그림을 그려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 발간된 책은 <백장미>,<마지막 휴양지>, <호두까기 인형>이 있는데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이 사람 이름이 인노센티, 이노센티, 인노첸티로 검색된다. 도대체 이 사람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야하는건지?


 










 

 
지금까지 수집하고 있는 여러 작가의 신데렐라 그림책 판본들. 스토리는 하나지만 작가들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촛점은 각기 다 다르다.

1.
  
룩 코스만스의 신데렐라. 인물의 표정이 생동감이나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신데렐라의 마법의 시간이 풀리는 순간을 가장 멋지게 그려내고 있다.쉬폰소재의 드레스가 계단을 미끄러지며 내려갈 때 우아하게 펼쳐지는 장면은 정말이지 압권이다.



2.
     Hilary Knight's Cinderella 
 
힐러리 나잇의 신데렐라는 편안하고 익살스럽다. 신데렐라를 그린 작가 중  의외로 남자들이 많은데 인노첸티도 그렇지만 힐러리 나잇도 남자다. 이 책은 그의 어머니에게 헌사하는 그림책이다. 다방면에서 뛰어난 활동을 한 그의 어머니도 그림책작가였으며 그는 어머니에게 상당한 영향을 받은 듯.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엘로이즈시리즈가  작년에 나왔다.  
  
 


 
 

 
3.
Cinderella
K.Y. Craft는 일본태생의 그림책작가지만 해외에서 활동하는 여성작가이다.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화려하며 장식적이다. 고전적인 신데렐라라고 해야하나. 그녀의 이 책을 꿈꾸는 자를 위한 책이라고 썼다. 한장면 한 장면이 로코코 시대의 유화 그림을 보는 것 같다. 크래프트는 아마도 이 방면에서 뛰어난 그림책작가같다.  그녀는 자신의 창작동화보다는 전래동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작가인데, 자기의 구미에 맞게 각색한다. 아마 이 고전적인 시대에 매혹되어 있는 듯. 인물위주의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전체적으로 색이 통일감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4. 
Cinderella루스 샌더스의 신데렐라는 크래프트만큼이나 화려하며 고전적이다. 크래프트의 그림과 전반적으로 비슷한데, 크래프트가 장식적인 인물위주의 그림을 그렸다면 루스 샌더스는 인물과 배경 모두 비슷하게 안배했다는 느낌이 든다.
 
 

 

 

5.

 
 

일본그림책 작가 코미네 유라의 신데렐라. 종이인형처럼 나약하고 순정만화처럼 라인이 흐늘흐늘한 병약한 신데렐라가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색채는 파스텔풍처럼 온화하고 몽환적이다. 그녀의 작품에는 인상적이거나 강렬한 씬은 없다. 신데렐라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장면장면은 간단하고 단순하다. 솔직히 페이지 수가 많지도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이유는 코미네 유라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세계를 가지고 있다라는 점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유라의 작품은 한 눈에 그녀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그림책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과 다른 그림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라인, 자신의 색채, 자신만의 터치을 확립해야 시선을 끌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7.


 

에롤 르 케인이 어떤 작가인지 솔직히 일본어를 몰라서 모르겠다.단지 그 또는 그녀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명작동화들을 자기식으로 각색한다는 것이다. 르 케인의 신데렐라는 이 작가만의 신데렐라는 신데렐라가 주인공이기보다는 현란한 색이 주인공이구나 싶을 정도로 어질어질하다. 여기에 모인 신데렐라 중에서 그 역활이 가장 비중이 없다구나 할까나. 장면장면은 실험적이고 기하학적인 무늬와 색은 현란한 가운데 상당히 일본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흑백의 그림과 어질어질한 색채의 대비가 인상적. 


실제 이 그림은 호박마차를 타고 궁으로 가는 장면인데, 색이 무지 아름답다. 나의 사진실력이 이렇게 형편없구나,뼈저리게 느낄 정도로 이 장면을 다 망쳐놓은 것 같다.


8.  
 

레인하트의 신데렐라 팝업북. 지금까지 나온 신데렐라 팝업북중에서 가장 가위질을 잘한, 정말이지 멋들어지게 만들어진 신데렐라가 아닐까싶다. 이 팝업북은 두말하면 잔소리.

 


9.
   

우리의 사랑스런 베벳 콜여사가 신데렐라를 남자로 바꿔버렸다. 자신만의 독특한 수채화 터치기법을 가지고 있는 콜여사는 신데렐라를 남자로, 옛 시대를 현재 시대로 배경을 바꾸며 아주아주 유머스럽게 이야기한다. 이 그림책 떼굴떼굴 구를 정도로 재미있었다. 이 책은 넘 유명해서 사진 생략. 
 
신데렐라의 그림책 판본을 수집하게 된 뚜렷한 계기는 없었던 것 같다. 단지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에 대한 그림책 작가들 각자의 스타일이 존재한다는 것에에 흥미를 느꼈다고나 할까. 이야기는 동일할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표현해내는 장면 한장한장을 넘길 때마다 작가마다의 신데렐라의 차이와 다름을 확연하게 볼 수 있다. 어떤 작가는 요정할머니가 신데렐라를 변신시키는 장면에서, 또 어떤 작가는 마법의 시간이 풀려 계단을 내려오는 신데렐라에, 또 어떤 작가는 유리 구두 신는 장면에 초점을 맞춰 자신의 신데레라를 강조한다. 물론 인노첸티처럼 신데렐라를 20세기 초반 영국런던으로 바꾸기도 하도 콜여사처럼 여자를 남자로 바꾼 경우도 있지만.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의 매력이 어떻게 그림책 작가들의 그림을 예술의 경지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항상 궁금했다. 우리 나라 그림책 작가도 많은 신데렐라를 그리긴 했지만 유아틱한 수준을 넘지 못해서 수집대상에서 언제나 제외되었다. 언제쯤 우리 그림책 작가도 자신만의 신데렐라나 바리데기가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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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8-01-23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신데렐라 판본을 여러권 가지고 계시네요~.(오~~ 팝업북까지!!!) - 크래프트의 화풍은 미다스 왕과 황금 손길에서, 루스 샌더슨 그림 화풍은 나온 세익스피어 그림책(폭풍우) 시리즈에서 본 적 있네요. 이런 그림작가 책들도 소장하고 계시다니 부럽사옵니다.

기억의집 2008-01-23 16:37   좋아요 0 | URL
저의 살림 찌부러지기 일보직전입니다. 헤헤~
대신에 맨날 입고 있던 옷만 입고 다니잖아요. 요즘은 책 사는 거 줄이고 멋 좀 부려 볼려구요. 파마도 새로 하고 화장도 좀 세련되게, 스모키 화장하고 싶어요. 나이가 드니깐 좀 변하고 싶은데...어떻게 해야 변할 지 모르겠어요.
크래프트와 루스 샌더스의 그림 한번 검색해 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