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소년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
다케우치 마코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Bicycle, bicycle, bicycle
 I want to ride my bicycle, bicycle, bicycle
 I want to ride my bicycle
 I want to ride my bike
 I want to ride my bicycle
 I want to ride it where I like

                                                                           퀸의 바이시클 레이스중

 

내가 주목하는 번역가 권영주씨의 근간번역작품이어서, 선듯, 아무생각 없이 구입했다. 권영주씨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아무래도 온다 리쿠의 영향이 없다고 말할 수 없겠지.  온다 리쿠의 작품 대부분을 권영주씨가 번역했으니깐. 일단 문장의 매끄러움은 말할 것도 없고 공감력 가는 언어의 선택이 탁월하다고 해야할까나. 외국 작품이 쉽게 읽힌다는 것은 작품자체의 재미있는 흡입력이 그 어떤 것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일단 번역을 잘 해서 그런거 아닌가. 들쑥날쑥한 언어의 선택이라든지, 딱부러지지 못한 흐리멍텅한 문장은 딱 질색. 게다가 요즘 일본 작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작가후기 읽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자그만치 한달반동안 감기로 기침을 콜록콜록하는 이유는 아마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탓일게다. 자동차 운전을 못하니, 단시간안에 내가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유를 준 것은 두 발이 아니고 자전거였다. 걸어다녔을 때는 못 느꼈던 바람의 흐름, 속도, 바람을 가로지르는 느낌이나 전에 못 느꼈던 지면의 상태(상향 또는 하향)을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새롭게 자각하기 시작했다. 아마 자동차를 운전하면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겠지. 자전거가 주는 매력은 길을 떠나는 자유로움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바람의 자유까지도 느낄 수 있어서, 이 추운 겨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여기저기 누비니, 감기가 제대로 날리가 있나.  어디든 가고 싶어. 바람을 불면 부는 곳 어디든지 그 매서운 바람 맞아가면서 말이야. 

이 작품은 청춘성장소설이라고 자신을 명하지만, 딱히 자전거가 매개가 된 성장소설이라고 정의 내릴 순 없다. 단지  자전거로 좋아하고, 무거운 쪽보다는 가벼운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 하다. 성장소설이라고 말 할 수 없는 이유는 화자인 주인공이  청소년시절부터 아이를 둔 아버지가 되어 자신의 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치고 아들과 함께 할 자전거 레이스에 동참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독자의 시선을 확 사로잡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쇼헤이의 친구 소타가 대학친구 쿠르베와 만든 핫카이 런(나중에 핫카이 랠리고 명칭이 변경된다)이라는 하치오지에서 동해까지 자전거 레이스를 만들고 쇼헤이가 그들의 랠리에 합류하면서, 쇼헤이가 관점에서 본 이야기들이다. 쇼헤이 중심으로 자신의 일상과 랠리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지만 뮌가 확실하게 와 닿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작가 후기를 읽고 이야기의 중심무게가 왜 쇼헤이 한명인지를 알게 되었다. 여기 거론되는 중심인물중 하나는 소타인데 말이야. 

이 작품은 원래 2년에 걸쳐 휴대전화로 연재된 내용을 묶어 2004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쇼헤이와 소타의 자전거를 매개로한 25년간의 세월을 그렸는데 ,단행본으로 나왔을 때 대폭 압축해서 발간되어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이야기에 흐름에 큰 무리는 없지만, 읽어본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쇼헤이와 소타의 관계, 그리고 소타를 중심으로 한 핵심적인 이야기가 없어, 뭔가 빠진 것 같은 개운치 않다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  달리 말하면 소타의 삶 또한 궁금하단 말씀.

일본소설은 흡입력도 있고 재미도 있으며 시간떼우기에 안성만춤이다. 하루종일 아이들하고 지지고 볶는  아줌마인 나한테는 딱 맞는 맞춤소설이라고나할까나. 근데 난 그네들 소설 읽으면, 정말이지 글을 읽는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미스터리 작가든, 성장소설 작가든, 로맨스 작가든 어느 쟝르의 일본 소설을 읽어도 영상적이다, 글이 화면처럼 분할되어 있다라는 느낌은 받지 않는다. 여타의 서구 작가들이 영화를 염두해 둔 것처럼 이야기를 이끌어 내며 미니시리즈나 영화같은 이야기 구조를 갖고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영상적으로 이끌어 내지만, 일본작가들한테서는 그런 것 감지할 수가 없다. 글솜씨가 훌륭하던 평이하든지 간에, 여하튼 내가 글을 읽.는.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번 겨울에 뜨근한 부엌 바닥(보일러 틀면 부엌부터 따스해지더라) 에 앉아, 일본 소설만 줄창 일본소설만 읽는 이유는 바로 읽는다라는 느낌이 확연히 들어서이다.  소설이 영상적 글쓰기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 싶지만, 일단 내가  드라마 안 보고 책을 선택한 이유는 글을 읽고 싶어서지 영상적으로 상상하고 싶어서가 아니거든. 문체가 딱딱하든 건조하든 느끼하든  감정이 풍부하든 적절하든지간에 글을 읽는다라는 생각이 들어지 글을 읽으면서까지 영상적으로 상상하기 싫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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