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좋아하는 탐문형식의 미스터리 형사물이다. 장기라는 인기 없는 게임을 소재로 한 인물(케이스케)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장기에 대해 잘 몰라 이 책에서 묘사된 장기게임이 어느 정도의 깊이를 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소재가 독특하고 에피소드가 강렬해 흥미를 끌기엔 충분하다.

학교 선생에서 은퇴한 가라사와는 필요 없는 책들을 끈으로 묶어 공터에 폐품으로 내 놓는데, 어느 날 자치회장이 폐품의 끈이 느슨하니 끈을 단단히 묶어 내 놓으라는 말을 듣고 자신이 그럴리가 없다고 누군가 책을 가져간다고 생각해 아침 일찍 폐책을 내 놓고 후미진 곳에서 누가 자신의 폐책을 가져가는지 지켜본다. 놀랍게도 단단히 묶여진 끈 속의 책중에서 장기에 관한 잡지를 가져가는 어린 소년을 발견하고 그 소년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수준 높은 장기플레이에 관한 잡지책을 저 어린 소년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소년이 누구인지 수소문해 소년의 정체를 알 게 된다.

앞머리에 소년과 그를 이끌어주는 가라사와와의 만남 에피소드는 이 미스터리를 단번에 사로 잡은 요소였고 불행한 소년의 삶과 시신의 연결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두 형자 사노와 이시바의 추적으로 완성되는 이야기이다.

2. 결론으로 들어가면, 장기판을 반상이라고 하는데 왜 거기에 태양을 바라보는 꽃인 해바라기가 들어갈까 읽으면서도 궁금했는데, 제목조차 복선으로 깔아버리고 작가는 깔끔하게 이야기로 다 풀어버린다.

3. 유즈키 유코의 작품은 작년부터 읽었는데, 작품의 선이 굵고 캐릭터들의 감정선도 적당한 선에서 처리하고 무엇보다 꽤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읽을수록 글을 멋있게 쓴다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이 작가의 최근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다. 그녀의 초기작인 최후의 증인,이라는 작품 빼고는 다 읽었는데, 솔직히 아무리 뛰어나고 능력 있는 작가라도 초기데뷔작은 엉성하고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어 읽기를 주저주저하는데, 이 작가는 이 작품을 읽고 한번 시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4. 내가 유추한 결론은 아니였다. 케이스케의 그런 결말은 읽었던 맥이 딱 끊어진 순간이었고 착잡한 느낌으로 책을 덮었다.

5. 일본 작가는 특이한 소재로 미스터리를 쓰곤 하는데, 전문적인 지식을 책으로만 접하는 건지, 아니면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등으로 취재한 후 미스터리의 틀을 잡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 책이 뛰어난 이유는 단순히 시신으로 발견하고 그 시신의 주변을 탐문하고 사건을 쫒는 일련의 과정이 아닌, 어떤 소재를 가져와 그 소재를 충분히 활용해 가면서 수사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글 멋지게 썼다.

6. 마지막으로 시대적 배경에 맞지 않는 것들, dna 조사,휴대폰, 태양광 패널 그리고 it 업계는 90년대 존재하지도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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