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의 팔순에 이어 시어머님의 팔순. 가족끼리 모여 밥만 먹었다. 코로나 시대에 친지분들 초대하기도 그렇고.. 이제는 가족만 모여 맛있게 밥 먹고 즐겁게 웃으며 축하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어머님께서 연세가 있으셔서 우리가 청주 가서 생일 축하 해드리자고 한 걸로 아는데, 시누이가 서울에서 하자고 해서 아마도 서울에서 하기로 했나 보다. 며느리인 나는 결정권이 없어서(그리고 자식들이 결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 남편에게 전달만 받았는데 시누이가 정한 곳이 63빌딩에 위치한 뷔페였다.

역시 뷔페라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의 향연이었다. 예은이가 더 좋아한 듯. 방을 대여해 우리 가족끼리 먹고 마실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팔순 상차림이 있어서 좋았다. 저 상차림보니 친정엄마는 아무 것도 없어서 엄마가 서운해 하지 않았을려나!

식사가 끝나고 어머님께서 남산을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다고 하셔서 남산 케이블카 타고 올라갔다. 간만에 타니 사람도 없고, 몇 년 전에는 대기줄이 엄청 길어 한시간도 넘게 기다렸다가 탔는데 지금은 표만 끊으면 몇 분 안 기다리고 탈 수 있었다. 8월의 푸르름이 좋다.

확실히 어머님께서 기력이 딸리는구나를 알 수 있었다. 어딜 가나 힘들어 하신다. 특히나 계단이 많아서 부쩍 더 힘들어 하신다. 왕복으로 케이블카를 이용했지만 케이블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계단을 피할 수가 없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좋았을텐데.

나이가 들면서 어머님께 서운했던 감정이나 기억이 옅어진다. 젊었을 때는 속상하고 서운하고 홧병 날 것 같더니 나이가 들면서 서로 부딪히는 것을 피하는 방법을 터득해서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부터도 어머님이 싫어할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다. 나이듦에 대한 연민일까? 글쎄. 그것보다는 감정 충돌이 고부간에 갈등만 일으키고 멀어지기만 할 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겠지. 서로 불만이 있어도 어머님도 참고 나도 참고 그러면서 고부간의 관계가 유지 되는 것일 것이다.

어머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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