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라고 해야 하는 게 맞는지, 대지를 축축하게 적혀주는 정도의 비가 내렸다. 쌓여 있던 눈들은 다 사라져서 바꺝 풍경은 흑에 가까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허상의 어릿광대, 를 하루 종일 읽고 있는데 책이 두꺼워 늦은 밤에나 끝낼 것 같다. 게이고 소설은 몇년 전부터 안 읽다가, 아들애가 작년부터 게이고에 사심팬이 되더니 게이고 작품을 사 들이면서 읽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유가와 교수의 추리는 나름 괜찮다. 게이고의 다른 작품은 진짜 하아~ 한 이야기의 복제의 복제의 복제판이라 깊이는 없지만 읽는 재미는 어느 정도는 보장한다.

게이고는 정말 많은 작품을 냈다. 그것이 가능했던 건 그가 이야기의 창의적인 발상이나 사건의 복잡성, 뛰어난 상상력이나 반전 대신 커다란 하나의 이야기의 틀을 만들어 놓고 약간씩 변형함으로써 이슈도 만들어 내면서 복제하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리라. 이 이야기가 저 이야기 같고 저 이야기가 이 이야기 같은… 재미만 있으면 된다라고 반론을 제기하겠지만, 그래도 소설 경력 수십년인데, 소설의 깊이가 너무 얕다.

며칠 전에 읽은 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 하다, 라는 글귀가 떠오른 것은 게이고의 이야기가 단순한 이야기의 길이 아닌 미로의 미로의 여러갈래 이야기길을 독자 앞에 펼쳐보여주며 선택하라고, 독자는 그 여러 갈래의 이야기길을 따라 가는 재미도 좀 선사해줬으면 하는 바램은 독자의 욕심일까!

보르헤스는 보르헤스, 게이고는 게이고!

게이고만의 이야기선을 따라 가는 게 맞을 듯!
보르헤스는 게이고가 될 수 없고 게이고는 보르헤스가 될 수 없으므로 작가의 고유 이야기선을 타는 게 맞는 것일 수도. 독자인 내가 욕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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