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 하면서 느낀 건, 우리 나라의 술과 담배 소비량이 상상초월이라는 거다. 아마 편의점 점주의 기본적인 소득을 떠 받쳐주는 건 애들 과자도, 음료수도 커피도 아닌 술과 담배라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다. 이 두개 판매 금지하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 편의점 단 한 곳도 없을 거다.

알바하면서 이런 저런 일 많이 겪는데, 이런 경험치가 나이가 드니 안 바뀔 것 같은 가치관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술과 담배, 둘 다 건강에 안 좋은 품목들인데, 이 물건들에게 반평생동안편견이 작동해서, 담배피는 것보단 술이 낫지 않나 싶었는데, 이게 완전한 편견이라는 것을 편의점 알바하면서 깨달었다. 솔직하게 오십 넘은 비흡연가인 나로서는 담배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입장이라 젊은 여자분들이 담배 사러 오면 속으로만 못마땅했었다. 그렇지 뭐! 내 딸도 아닌데, 남의 딸들이 담배를 사던 술을 사건 그게 무슨 상관이람!! 차라리 속 상하면 술을 마시지, 담배보다는~ ㅎㅎ 담배 팔면서 속마음은 저랬다.

그러던 어느 날, 술판매량이 하늘을 찌르고, 술 취해서 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술의 해악, 즉 술의 끝장은 언제나 블랙아웃이구나,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상대방의 말조차 이해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술이 담배보다 왜 안 좋은지 그 때 알었다. 맥주 한 캔이 어느 순간 소주 한병이 되고 두 병이 되고.. 그리고 막다른 지점엔 블랙아웃이 된다는 것을.... 적어도 담배는 헤비스모커라도 블랙아웃까지 가지 않는데,,, 술 좋아하는 사람들의 끝은 블랙아웃이라는 것, 알콜이 잠시마나 기분 좋게 만들어 주긴 하지만 인사불성 상태까지 갈 수 있는, 알콜의 해악을 나는 무시하고 있었던 거였다.

개인적으로 비흡연자이고 맥주도 많이 마셔야 천씨씨 정도의 주량을 가지고 있어서, 어쩜 술의 주는 무서움을 모르고 있었다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리고 여자는 담배 피면 안된다라는 세뇌도 한 몫하고!

물론 술과 담배 안 하는 게 건강에 가장 좋은데, 혹 나처럼 술이 담배보다 낫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면, 진짜 그런가하고 되짚어보기 바란다. 주변 동료들이 퇴근 하는 길에 술 한잔 하자는 말이 일주일에 몇 번인지, 기분 좋은 첫 잔이 인사불성으로 끝나는 날은 없었는지 말이다. 나는 가만히 되짚어보면, 전 일터에서 알콜중독이 아닌가 하는 엄마들이 몇 명 있었다. 그 땐 몰랐는데, 지금 그 일터를 나오고 거리 두기 시선으로 보니, 그 엄마들이 어쩜 알콜중독이구나하는 생각이, 그리고 너무나 많은 술들이 어마무시하게 팔린다는 생각이 오버랩 되면서, 우리의 자화상이 기분 좋은 술마심이 아니고 인사불성의 얼굴들이 너무 많구나 싶다.

술에 너무 관대한 사회라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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