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광(逆光)

서울에 함박눈이 내린다는 소식

우주 밖의 일인 듯 아득해집니다  

저는 지금 고대 왕조의 수도에 와 있습니다  

 

무덤과 사원들이 가까이 살아 있습니다  

 

내리는 곳이 아닌 역驛에서 마주친 우연으로  

운명으로부터 먼 운명으로  

이국의 꽃집 앞을 지나갈 때  

 

격자 창문 안쪽에서 숨은 눈들이  

바깥 풍경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풍경을 보기 위해 창문을 보는 건 아닙니다  

생각을 지우기 위해 풍경을 봅니다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만

그 뒤에 가려진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부처는 지워지고 부처 손톱이 자라듯  

나무가 성장통을 겪으며 자라고 있습니다  

나무 뒤에, 뒤에, 우리는 아프게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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