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_천서봉
그리움이 지나쳐, 아이야, 봄에, 폭설. 꽃들이 해안을 걷다 쓰러졌다. 사장(沙場) 때문이었겠지만, 당신을 붙잡지 못한 건 당신이 미끄러워서냐. 수상한 아이들이 몰려다니는 골목.
그러니까 일기도란 내가 앉은 이 어둑신한 골목과 심장이라는 당신의 언덕 사이에 놓인 등고선의 간격이었구나. 그립냐, 그립냐. 물어보면 하늘은 금세 미량의 구름과 미량의 어둠과 미량의 눈물을 섞어놓는다. 마땅한 처방이냐, 발이 시러워, 앉을 곳 찾지 못하는 나비, 그게 나 아니냐. 저체온증을 앓는 당신 아니냐.
아이야, 밤에, 해일. 아침에 눈을 뜨면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머리맡까지 밀려와 있었다. 떠내려가지 못한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혹은 어디로 가지 말아야 할까. 목단꽃 이불을 모아 바다처럼 펼치면, 리아스식 해안엔 다시 폭설. 여긴 촛불이 태양보다 따뜻하다.
갈비뼈 같은 도면을 쥐고 내가 신촌의 날카로운 지하방으로 내려갈 때, 라니냐, 라니냐, 바람 분다. 에스파냐 이비자 섬에서 불어오는 슬픈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