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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한국사 - 멸망으로 시작해서 건국으로 이어지는 5,000년 역사 이야기
조경철.조부용 지음 / 클랩북스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학교에서 한국사를 배울 때도 그렇고 역사책을 읽을 때도 항상 건국과 멸망의 순서로 배워왔다
나라별로 역사를 분리해서 배운 셈인데 교과서를 포함한 거의 모든 역사책이 한 나라의 흥망성쇠를 전한 뒤 다음 나라로 넘어간다
하지만 한국사는 기원전 2333년 고조선부터 시작하여 2025년 오늘날까지 5,000년 역사 동안 건국과 멸망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나라가 망하면 망한 나라를 되찾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쭉 있어왔다
백제가 멸망한 뒤 백제 부흥 운동이 있었고, 고구려가 멸망한 뒤 고구려 부흥 운동이 있었고, 대한제국이 멸망한 뒤 대한 부흥 운동이 있었다
그럼 고조선이 멸망한 뒤에도 당연히 부흥 운동이 있었겠지만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을 뿐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고조선의 멸망과 고구려의 건국부터 시작하여 대한제국의 멸망과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대한민국의 건국까지 '멸망'을 앞에 놓고 반만년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건국 이야기부터가 아닌 멸망 이야기부터 거꾸로 우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고조선부터 대한민국까지 길고 복잡한 역사를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 정리한 한국사 교양서라고 해서 6학년인 아이와 함께 읽어봤다
5학년 사회 시간에 한국사를 배웠고 집에서도 한국사 문제집을 풀면서 공부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아이가 쉽게 잘 이해했다
읽으면서 자기가 알고 있던 건 아는 척을 하고 또 새롭게 알게 된 건 신기해하면서 재밌게 읽었다
한국사에 대해 지식이 좀 있는 아이라면 초등 고학년부터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고조선의 마지막 왕인 우거왕 때는 국력이 강건하던 시기였다
인근 나라들 사이에서 중계무역을 하여 큰 이득을 얻었고 강대국인 한나라와의 관계에서도 밀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나라는 이런 고조선을 견제의 대상으로 여겼고 더군다나 한나라가 가장 경계하던 북방의 유목민인 흉노는 고조선과 손잡고 한나라를 견제하고 있었다
한나라와 흉노는 오랫동안 패권을 다퉈 온 사이다
결국 제7대 황제 한무제 때 한나라는 흉노를 막북으로 몰아내는 데 성공했으나 그들의 기세를 완전히 꺾지는 못했다
이에 한나라는 고조선을 멸망시켜 흉노를 고립시키는 방법을 선택한다
금방 항복할 줄 알았던 고조선과의 전쟁은 쉬이 끝나지 않았고 고조선 내부에서도 이제 그만 항복하자는 무리들이 생겨날 정도로 지쳐 있던 상황이었다
그렇게 한나라에 맞서 버티던 고조선은 끝내 한나라와 내통한 내부 세력에 의해 우거왕이 피살되면서 멸망하게 된다
고구려 말기 주름 잡았던 인물은 단연 연개소문이다
연개소문에게는 3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삼 형제는 권력 다툼을 벌이며 사이가 좋지 않았다
연개소문이 죽고 난 후 형제 간의 권력 다툼 중에 궁지에 몰린 장남 연남생은 당나라에 투항한다
이에 당나라는 연남생을 앞세워 고구려의 수도 평양성을 공격하고 둘째 연남건이 이를 막고자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거의 패배가 확실한 상황에서도 항복하지 않는 연남건에게 반발한 승려 신성이 당나라와 내통하여 성문을 열어 주면서 평양성은 668년에 함락되고 만다
교과서에서는 고구려가 멸망한 다음에 신라의 삼국통일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고구려가 멸망한 뒤 발해의 건국을 배우는 게 나라와 나라 사이의 연속성을 위해 바람직하다
고구려의 평양성이 무너지자 마지막 왕 보장왕이 항복하며 고구려가 멸망하지만 고구려 사람들은 조국을 되찾기 위한 여러 운동을 전개하였다
698년 동모산 인근에 대조영이 발해를 세우는데 우리나라는 발해의 역사에 대해 주목한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발해는 우리 역사에서 많이 소외된 나라여서 발해사를 기록한 우리 역사서가 없는 현 상황에서 발해를 중국사라고 주장하는 중국에 대응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멸망과 건국 순서로 한국사를 읽으니까 나라와 나라 사이에 건너뛰었던 부분을 알게 되어 연속성 있고 재미있었다
<추신>이라고 해서 재미있는 역사이야기도 여러가지 나오는데 공양왕의 무덤이 두 개인 이유, 나라를 주름잡았던 왕들의 공통점 등 흥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책 마지막에 멸망과 건국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한국사 연표가 나오는데 어느 한 순간도 단절된 적 없이 계승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초등 고학년부터 어른까지 읽을 수 있는 한국사 교양서로 멸망과 건국 사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계승의 역사를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