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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한테 깔릴래, 곰한테 먹힐래? - 2023 퀸즐랜드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카트리나 나네스타드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난 전혀 몰랐던 사건인데 이 이야기는 허구이지만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작가가 쓴 것이라고 한다
1935년에 나치 SS 국가 지도자인 하인리히 힘러는 '레벤스보른' 프로그램을 만든다
강하고 순수한 독일인 인구를 늘리려는 히틀러의 계획을 달성하는 것이 목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그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했던 수단에는 독일인 부부에게 아이를 많이 낳도록 장려하는 것, 독일의 아기들이 안전하게 태어날 수 있는 조산 시설을 공급하는 것, 그리고 아이들을 훔쳐 오는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이 레벤스보른 프로그램에 의해 수십만 명의 어린이들이 동유럽에서 납치된다
어린이들은 일련의 평가를 거쳐 인종적으로 가치 있는 어린이와 그렇지 못한 어린이로 나누었다
인종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려면 금발 머리와 파란 눈, 하얀 피부 등이 포함된 아리아인의 외모를 지녀야 했다
평가에 통과한 어린이들은 독일화라는 과정을 거쳐 이름과 생년월일을 바꿔 새로운 출생증명서가 발급되어 아이의 과거에 대한 진짜 기록은 모두 지워졌다
아이는 흔히 부모가 죽었거나 자신을 버렷다는 말을 들었고 독일어로만 말하도록 강요당하고 나치의 선전을 배웠다
독일화가 이루어진 후에는 여섯 살 이하의 어린이들은 독일 가정에 입양되어 자랐고 입양한 가족들은 대개 고아가 된 아이들의 원래 부모가 독일인이라고 들었다
여섯 살에서 열두 살 사이의 아이들은 독일의 다양한 학교와 기관에 보내져서 세뇌 교육을 받았다
인종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아이들은 강제 수용소로 보내지거나 독일에서 노예 노동을 하거나 살해당했다
전쟁이 끝난 후 납치된 아이들 중에서 발견되어 고향으로 돌아간 아이들은 적었지만 그 아이들 마저도 생존한 가족이 없으면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어린 아이들은 두 세계 사이에 갇혀서 폴란드 아이도 독일 아이도 아닌 채 길을 잃는 상실과 비극을 두 번 경험하게 된다
폴란드의 화목한 가정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고 있던 딸, 조피아 울린스키는 전쟁 중 독일군에게 납치되어 독일 가정에 입양된다
소피아 엥겔스 라는 이름으로 독일 학교에 다니며 독일 친구들을 사귀고 독일화가 완벽히 되는데, 농장에서 일하는 토마슈를 만나며 자신의 어릴적 기억을 되살린다
토마슈가 폴란드에서 부모님과 살 때 같은 동네에 살던 남자애라는 걸 알게 되었고 옛 이야기를 나누면서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아이는 '누구였는지', '누구여야 하는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과 마주한다
전쟁이 끝날 무렵, 연합군에게 독일이 열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미군이 소피아가 사는 마을을 폭격하고 독일 엄마는 소피아를 지하실로 대피시킨다
그 순간 소피아는 엄마에게 나는 폴란드 사람이고 독일인이 아니다. 이름은 조피아 울린스키라고 폴란드어로 말한다
소피아의 속 마음은 그럼에도 엄마가 자기를 딸로 받아들이며 사랑해주기를 바란 거였는데 엄마는 아이를 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폭발로 목숨을 잃는다
소피아는 그 후 폴란드 고아원으로 옮겨졌지만 거기서 히틀러 계집애라고 놀림을 당하며 힘든 시간을 보낸다
토마슈의 할아버지가 조피아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줄 알고 입양해 토마슈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되면서 안정을 찾아간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아빠와 엄마를 만나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며 이야기는 끝난다
청소년 역사소설이라고 해서 6학년인 딸과 함께 읽었는데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도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가 벌였던 레벤스보른 프로그램이라는 생소하지만 충격적인 역사적 사건이 펼쳐지며 아주 흥미진진했다
사람은 모두 귀한 존재이며 평등한데 우월한 인종이나 집단이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나치의 핵심적인 이념은 인종 차별주의였고 일본에게 우리가 당했던 차별도 마찬가지라 생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