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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모른다고 걱정하지 마라 - 영혼의 철학자 몽테뉴 인생 수업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고봉만 옮김 / 아를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제목이 아주 강렬한데 '죽음을 배운 사람에게 인생에서 나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라는 문장이 맘에 들어 읽어보게 됐다
이 책은 저자가 미셸 드 몽테뉴의 유일한 저서인 <수상록>을 가려 뽑아 번역한 것인데 죽음에 대한 사유, 삶에 대한 통찰이 깃든 여섯 개의 대표 장을 엄선하여 엮었다
난 사실 몽테뉴도 수상록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는데 몽테뉴는 <수상록>을 출간하면서 제목을 <Essais>라고 지었고 '에세이'라는 글쓰기 장르의 기원이 됐다
'에세'는 프랑스어로 '시험'이나 '시도', '경험'을 의미하는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사색의 결과물을 담았다는 집필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몽테뉴는 1572년경에 <수상록>을 집필하기 시작했는데 법관직을 사임하고 아버지가 건립한 성에서 약 20년 동안 죽기 직전까지 계속되었다
초판은 1580년에 아주 얇은 책 두 권으로 간행되었고 가필과 수정을 거치면서 3권까지 모두 107장으로 된 방대한 작품이 완성됐다
<수상록>은 몽테뉴가 집필한 유일한 책으로 그의 생애, 자신과 세계, 인간과 동물, 종교와 과학, 교육과 형벌, 남녀평등, 자연과 문명, 권력과 평등, 삶과 죽음 등에 대한 성찰이 이 책에 집약되어있다
머리말을 읽으니 저자는 20대 초반부터 거의 십 년에 한 번씩 <수상록>을 찾아 읽었다고 한다
스무 살에는 꿈을 찾기 위해, 서른에는 살기 위해, 마흔에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쉰에는 나이 듦과 죽어감을 이해하기 위해 읽었다
그때마다 몽테규는 살아있는 사람이 줄 수 없는 무언가를 주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1500년대에 프랑스 철학자가 쓴 책이 2000년대까지 끊임없이 읽히고 교훈을 준다니 놀랍다
수상록은 여러 판본이 있는데 첫 번째 판본은 2권으로 구성되었고, 두 번째 판본은 3권으로 출간되었다
세 번째는 몽테뉴가 세상을 떠날 때 자신의 책상에 제본되지 않은 상태로 남긴 개인 소장본이었으며 보르도 시립 도서관에 소장되어있다
끝으로 자료를 수정하고 재검토하여 다시 편집한 1595년 판본이 몽테뉴가 사망한 뒤에 출간된 판본인데 18세기 말까지 오랫동안 결정본으로 여겨졌다
이 책이 번역 대본으로 삼은 플레야드 판본은 몽테뉴 사후에 출간된 1595년 판본의 상태를 온전히 재현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수상록>의 형성 과정, 출처, 언어 및 의미를 규정하고 제반 연구에 대한 거의 모든 학술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 비평 판본의 결정본이라 할 수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성 안에 높은 탑에서 서른아홉 살의 몽테뉴는 묻고 또 물었다
죽음을 생각함으로서 현재의 삶을 사는 법을 알 수 있다고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명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모호해서 어렵게 느껴졌다
자신의 생각을 떠오르는 대로 두서없이 써내려간 글 같기도 하고 앞뒤 말이 안 맞는 거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나처럼 <수상록>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저자가 쓴 머리말과 책 맨 마지막에 해설을 먼저 읽고 본문을 읽는 걸 추천한다
나도 읽다가 어렵게 느껴지고 이해가 잘 안 가서 책 마지막의 해설을 먼저 읽고 다시 읽었더니 훨씬 이해하기 쉬웠다
"어떻게 죽어야 할 지 모르더라도 걱정하지마라. 그때가 되면 어떻게 해야할지를 자연이 상세하고 완벽하게 가르쳐줄 것이다. 그러므로 죽음에 대해서 걱정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