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꿈은 달라야 한다 - 잘나가는 증권회사 애널리스트에서 늦깎이 한의사 되다
최성희 지음 / 위닝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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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생각보다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원래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데, 작년은 진로로 고민이 많았던 탓인지 읽은 자기계발서가 꽤 되었다. 그래서 올해에는 되도록이면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또 자기계발서를 들고 말았다. "서른"이라는 이 두 글자에 이끌려서 말이다.

작년은 내게 정말 혹독한 한 해였다. 내 나이의 앞에 숫자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절망감에 다시 일어설 용기조차 내지 못했던 한 해였다. 앞에 숫자가 2였을 때는 뭐 다시 해보지 했는데, 3으로 바뀌니 굉장히 초조해지고 절망스러웠다.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며 그때 그냥 욕심을 덜 부릴걸, 그때 이랬더라면 하는 생각들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날들을 보냈다. 다시 시작하기에 내 나이가 너무 많게 느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보냈던 것 같다. 무언가 해야 할 것 같기는 한데 자꾸 무기력해지고 또 안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그어떤 것보다도 '하고 싶은 게' 없다는 게 문제였다. 전공 공부도 더는 하고 싶지 않고, 시험도 더는 보고 싶지 않으니 분명 다른 길을 선택해 가야 하는데 막상 다른 길을 가려고 하니 하고 싶은 게 없었다. 일단 돈이라도 벌게 작은 회사에라도 취직할까 싶다가도 그동안 내 뒷바라지를 해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경력 없이 나이만 먹은 여자인 나를 써줄 작은 회사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이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잘 나가는 증권회사 애널리스트에서 늦깎이 한의사가 된 저자가 쓴 『서른의 꿈은 달라야 한다』가 말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은 끌리면서도 읽기에 망설여졌던 책이었다. 첫 번째는 저자가 원래부터 잘난 사람이었다는 점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블로그를 하면서 간혹 받는 몇 백만 원을 내면 글 쓰는 법도 가르쳐주고 책도 내주겠다는 메일이 생각나서였다. 전자는 내가 잘난 적이 없던 사람이라 처음부터 잘났던 사람의 이야기가 나에게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였고, 후자의 이유는 그 메일을 받고 호기심이 동해 그렇게 쓰인 몇 권의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만나보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되도록이면 이렇게 쓰인 책들은 읽지 말자, 였기 때문이었다. 모든 책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렇게 쓰인 책들은 너무 개인의 노력과 의지, 열정만을 강조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던 터라 나와는 성향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꿈'을 단순히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켜버리는 것도 이런 책들을 멀리하게 됐던 이유 중에 하나였다. 그런 이유로 『서른의 꿈은 달라야 한다』를 읽을지 말지 정말 많이 고민했었다. 그러나 읽고 난 지금 그런 고민이 무색할 만큼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앞에서도 언급했듯 원래 잘 나가는 증권회사 애널리스트였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증권회사에 입사한 그녀는 과도한 업무와 야근으로 어느 날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고 한다. 그리고 평소 몸이 약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한방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자신이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은 한의학이라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박차고 나와 뒤늦게 한의대 진학을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0년이라는 시간을 공부해 그토록 바라던 늦깎이 한의사가 되었다. 『서른의 꿈은 달라야 한다』는 저자가 증권회사에서 시작한 첫 사회생활을 시작으로 늦깎이 한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유독 여자 나이에는 야박한 대한민국에서 대학원까지 졸업한 여자가 서른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자신이 해왔던 전공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일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알기에 읽는 동안 그녀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후반 이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결혼 안 하냐, 여자는 시집만 잘 가면 되지 무슨 공부냐, 도전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 거 아니냐,라는 말들이었다. 그것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듣는 이런 말들은 불쾌하면서도 정말 그런가, 싶어 나를 초조하게 만들고 주눅 들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저자도 회사를 그만두고 한의대 진학을 하겠다 했을 때 그런 이야기들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명확했기에 자신의 선택을 믿고 나아갔다고 한다. 그런 말에 휘둘리며 멍하게 시간을 보낸 나와 달리 그녀는 나아가는 선택을 했던 것이다.

읽는 동안 나와 참 많이 비교하며 읽었던 것 같다. 난 저런 상황에서 이랬는데 혹은 이랬을 텐데 하면서 나와 달리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그녀를 때로는 부러워하고 때로는 본받아야겠다 생각하며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비록 그녀처럼 좋은 학벌, 좋은 직장을 다녀본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녀의 말처럼 내 인생인데, 남의 시선에 휘둘러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사실 지난 몇 달 간 내가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하지만, 딱 떠오르는 게 없었다. 예전에는 꿈이 너무 많아 문제였는데, 이제는 꿈이 없어 문제라니. 그래서 하던 공부를 계속할지 아님 그냥 취직을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취직을 한다면 그건 현실과 타협하는 것일 테고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면 이번에는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확고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일단 난 이 둘 중 무엇을 할지부터 정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저자의 말처럼 부딪쳐보든가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여자의 독서』라는 책에 '책 운명'이라는 말이 나온다. 같은 책이라도 어떤 시기에 읽느냐에 따라 와닿는게 다르다고 한다. 사랑처럼 책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말일 테다. 『서른의 꿈은 달라야 한다』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나와 타이밍이 잘 맞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읽기 전 우려했던 그런 내용들이 아예 없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얻어 가는 내용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로는 모르겠고 나이를 이유로 도전하기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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