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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여자 공감 만화 3종 세트의 작가 마스다 미리가 신작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책은 만화 에세이로서 그녀가 카도가와 학예 WEB 매거진에 연재한 글들과 그와 관련된 카툰을 엮은 것입니다. 그녀가 글들을 연재할 당시가 39세였던 만큼 40대를 받아들여야 하는 미혼 여성의 불안감, 씁쓸함, 두려움 등이 잘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여자들은 20세를 지나는 그 시점부터 나이라는 것에 대해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어린 것이 여성으로서의 가치를 높여준다는 인식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실제로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 하기도 하고요. 어린 여자들이 남성들의 배려와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모임의 주인공이 되는 바로 그 상황!! 안 겪어본 사람 없잖아요. 어느 연령대의 여성이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남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점점 감퇴한다고 생각하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그래서꽤 우울해 하기도 하고 자신감을 잃기도 하고요. 그래서 40대를 바라보는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가 30대를 바라보는 20대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40대 아줌마의 고민이 아닌, 아직도 인기를 얻고 싶은 마음때문에 서글픔을 느끼는 40대 여자의 고민이니까요.
"한동안 못 본 사이 예뻐지셨네요?"
서른아홉 살이다. 이제 그런 말을 들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흔합 립 서비스. 그런데 나 자신도 깜짝 놀랄만큼 가슴이 떨렸다. - p. 34
그녀는 여자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멋진 말이나 드라마틱한 상황들로 포장된 이야기가 아닌 슈퍼마켓에서,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 공원에서 벌어지는 일상 생활의 작은 일들로부터 빚어지는 감정들을 포착해 내서 이야기 합니다. 어쩌면 '오늘 따라 왠지 모르게 꿀꿀하다' 라는 생각으로 영문도 모른 채 지나쳐 버린 그런 일들 말입니다. 소박하고 세심한 그녀의 관찰력과 표현력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소박한 소재로 부터 출발하여 여성들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로 써 내려간 진정성이 많은 여성 독자들로 하여금 나의 이야기와 같다라는 반가움과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몸에 걸칠 것을 고를 때, "좋다, 싫다", "어울린다, 어울리지 않는다" 로 충분했던 청춘 시절.
"젊다, 젊지 않다" 라는 판단에 큰 비중을 두게 된 지금은 머리에 다는 작은 악세서리 조차,
'이 디자인 나이 제한 넘는거 아냐?'
자문하게 되는 쇼핑이다.
조금씩 몸에 걸치는 것들의 선택 범위가 좁아져 간다. - p. 44
그녀는 고교 시절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합니다. 고교 시절 언제나 연애를 하고 싶었지만 수줍은(?) 성격 탓, 혹은 또래 친구들 보다 커서 남학생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지 못했던 탓, 시끌벅적한 소녀 친구들 틈에 끼어 있었던 탓.. 등 여러가지 이유로 남자 친구를 사귈 수 없었다는 군요. 그래서 40대가 되어 버린 현재에도 고교 시절 청춘들의 연애에 대한 동경과 질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고백합니다. 여전히 관람차 안에서의 귀여운 첫키스를 동경하는 소녀같은 그녀. 그녀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반감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투덜대고 있지만 누구보다 어리고 풋풋한 감성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살아온 인생의 무게만큼 그녀에게 더해진 연륜과 성숙한 느낌이 어우려져 유치한 동심이 아닌 정말 순수하고 매력적인 동심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여전히 사랑스럽고 싱그러운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보게 되네요.
젊은 시절에는 집에 있을 때의 나, 친구와 있을 때의 나 두 개의 세께만 존재했지만 어른이 되면서 작은 세계를 여러개 갖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이 무언가를 잃어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물론 진짜 나이에 마음이 쫓아갈 날은 아직도 요원해 보이지만 말입니다. 10년 후의 나 자신을 좀 더 자연스럽게,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며, 문득 나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지 궁금해지네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나이를 믿을 수 없다.
마흔 살인 주제에 서른다섯 살 정도의 감각으로 지내니, 서른다섯 살인 사람과 얘기를 하다 보면, 멋대로 동급생 같이 느껴진다. 정말 뻔뻔스러운 이야기다.
다들 그런걸까?
언젠가 진짜 나이에 마음이 쫓아갈 날이 오긴 할까? 왠지 모르게, 평생 따라가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p. 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