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칙칙하고 음산하게 느껴지는 책 표지만큼이나 첫 페이지를 넘기는 그 순간부터 긴장과 불안으로 가득하다. 사람이 쉽게 닿을 수 없는 곳, 빽빽하게 나무로 들어찬 음습한 숲 한 가운데에 자리한 유리의 집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보통 숲 한가운데에 사방이 큰 통유리로 만들어진 집이 있다면 아주 자연친화적이고 깨끗한 느낌일 것이다. 두터운 창을 꼭꼭 닫은 채 갑갑하게 서 있는 도시의 집들에서 벗어나 탁 트인 시원함과 자연에 한 발 더 다가선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유리의 집은 되려 공포감을 조성한다. 빽빽한 나무들 뒤에서 숨을 죽인 채 유리의 집 안을 들여다 보는 어떤 낯선 침입자의 모습을 쉬이 상상하게 만든다. 햇볕조차 잘 들지 않을 것만 같은 그 음산한 숲 속에 완전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느낌의 집 속에 있다보면 자연스레 불안과 걱정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책 속의 표현을 빌리자면, 말 그대로 환한 조명으로 빛나는 유리의 집 안은 연극 무대이고 그 무대를 둘러싼 어두운 숲은 몹시나 무서운 관객들처럼 느껴진다. 이 책의 주인공 노라가 이 유리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 비로소 광기로 얼룩진 섬뜩한 연극은 시작된다.

이 책은 시종일관 흥미진진한 스릴러이다. 10년 전 노라와 제임스, 그리고 클레어 사이에는 어떠한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이 싱글 파티의 목적은 무엇인지, 각자가 비밀을 간직한 듯 미묘하게 신경을 거슬리는 사람들 사이의 긴장과 불안은 끊임없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편안한 사람들과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싱글파티가 아니라 마치 무언가를 청산하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밝혀내고자 모인 사람들 같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아주 작은 트러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전혀 평범하지 않은 성격을 가진 요상한 사람들과 긴장감 속에 지내는 노라를 보면 이 유리의 집은 몹시나 폐쇄적이고 되려 창살없는 투명한 감옥같이 느껴진다. 마지막 노라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진실의 조각들을 맞추어가는 과정과 진짜 범인을 폭로하는 반전도 재미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전과 얼음장을 걷는듯 아슬아슬하고 서늘한 관계를 굉장히 섬세하게 그려낸 점이다. 나의 경우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싱글 파티에 모인 사람들의 이면에 숨겨진 진.짜. 얼굴을 찾아내는 것, 특히 여자친구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 변화와 잊혀진 과거를 밝혀내는 일이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자들은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마음 속 깊이 원망의 대상을 향해 날이 바짝 선 칼을 숨겨둔 채 결코 직접 찌르는 법이 없다. 대신에 더욱 은밀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괴롭힐 방법을 찾아낸다. 전혀 상관없는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이용하고 조종함으로써 원망의 대상을 곤란하고 괴롭게 만든는 것, 그것이 여자들의 공격법이자 복수이다.

책을 끝까지 읽어내려간 누군가- 특히 남성들- 는 노라와 제임스, 클레어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살인 사건을 일으킬만한 충분한 동기가 될 수 있는지 의아할 것이다. 하지만 여자들은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고 또 소름끼쳐할 것이다. 1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괴로워할 일이며, 모든 진실을 마주했을 때 그 사람의 면상을 후려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우리 주변에 꼭 한 명 이상씩은 그런 괘씸하고 미친 여자가 존재하기에, 여자들은 책장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를 괴롭게 햇던, 혹은 내가 몹시나 싫어했던 그.여.자.가 이 책 속에서 버젓이 살아 움직이고 있기에 결말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결코 책장을 덮을 수 없다. 정말 '여자들의, 여자들을 위한, 여자들에 의한 스릴러'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소설이다. 그리고 리즈 위더스푼의 손에서 어떤 영화로 재탄생될지 몹시 기대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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