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의 방정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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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된 스기무라의 모습이 너무나 궁금했기에 출간과 동시에 주저없이 바로 구매했다. 인터넷 구매였기에 책의 실물은 나중에서야 볼 수 있었는데 그간의 미미여사 작품과 달리 지나치게 얇은 두께에 적잖이 놀랐다. 전작인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이 워낙 두꺼웠던데다가 분량이 늘어나는 만큼 책값이 비싸져서 독자에게 미안하다는 미미여사의 인터뷰가 꽤나 인상적이었기에 더욱 의아했다. 책을 펼치기도 전부터 150 페이지도 되지 않는 분량에 만원이나 하는 것이 불만스럽게 느껴졌다. 이럴바엔 더 두껍고, 하드커버가 아닌 만 팔천원짜리 책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솔로몬의 위증에서 검사 역할을 맡았던 후지노 변호사와 스기무라 탐정의 만남은 굉장히 흥미롭지만 서너 개의 단편집을 묶어서 출간하는 게 더 낫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미미여사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그녀의 길고 긴 서술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디테일한 그녀의 설명을 지루하게 느끼는 독자들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짧은 분량으로 이루어진만큼 지루함없이 빠르게 전개 된다. 살인 사건은 아니지만 중학교 3학년 학생들과 선생님 사이의 진실 게임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과연 거짓말을 하는 쪽은 누구인지, 이런 진실 게임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미미여사의 작품은 '이름없는 독' 을 떠올리게 된다. 지배적이고 피해의식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한 사람으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그들은 주변 사람들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무기력하게 만든다. 자유의지를 가지지 못 한 채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못하는 좀비 같은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특히나 어린 학생들에게 강압적이고 성적우선주의에 빠진 선생님의 존재가 얼마나 위험하고 심각한 문제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미처 발견되지 못한 다양한 재능과 가능성들을 제한시킬 뿐만 아니라 학생들로 하여금 평생 자존감이 낮은 상태로 살아가게 만든다. 결국 자신이 가진 능력은 제대로 꽃피워 보지도 못 한채 피해의식과 자격지심만을 가지고 형편없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단지 인생의 참된 스승을 만나지 못 했다는 이유로 그 학생들이 평생 감당해야할 몫은 상상 이상으로 잔혹하다. 성적에 따라 한 줄로 줄을 세우는 문화가 뿌리 싶게 자리 잡고 있는 우리 나라의 경우 더욱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성 교육 따위는 기대도 할 수 없을 뿐더러 결과와 계층화에만 집착하는 불량품들을 찍어내는 공장으로 전락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좀 더 바람직한 교육 정책들과 직업적 소명의식을 가진 교육자들이 많아지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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