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메아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전작보다 나은 차기작을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큰 기대감때문에 실망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샤를로테 링크의 경우 전작 '폭스밸리' 보다 이번에 출간된 '죄의 메아리'가 스토리 구성이나 반전까지 훨씬 더 매끄럽고 흥미롭게 쓰여진 것 같다. 물론 전작도 전개가 흥미진진하고 관련없어 보이는 여러 사건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깊이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결말 부분이 약간 석연치 않게 느껴졌었다. 너무 열심히 달려왔는데 결승점에서 약간 맥이 빠지는 느낌?! 그래서 이번 작품은 출간된지 꽤 지나고 나서야 별 기대 없이 집어들게 되었는데 상상 이상의 재미가 있었다!!


분명 범죄, 스릴러라는 요소를 메인 테마로 하는 추리 소설이지만 그것보다는 버지니아라는 한 여성의 삶과 그녀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나 감정적인 교류가 더 중점적으로 그려져 있다. 그 인물들의 성격이나 삶을 마주하는 태도 등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매우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치명적이고 매력적인 남자, 성실하고 지적인 남자, 심약한 멘탈을 가진 남자, 자신의 욕구에만 충실한 뻔뻔한 남자 등등 버지니아의 삶 속에 들어왔다가 떠나갔던 남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독자들로 하여금 한 번 이상은 만났을 법한 지나간 사랑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실존 인물같은 캐릭터들! 미칠듯 불타오르던 사랑, 어쩔 수 없었던 이별,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선택한 결혼, 외도 등등 한 여자의 인생, 그 중에서도 사랑 이야기를 심도있게 그려 흡사 연애 소설에 여아 유괴 사건이라는 주제가 얹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죄의 메아리' 는 남성 독자들보다는 여성 독자들을 더 사로잡을 수 밖에 없겠다. 밝히고 싶지 않은 한 여성의 어두운 과거, 그리고 매력적인 버지니아 주변의 수많은 유혹들과 남자들. 어쩌면 여자이기에 그토록 오랜 시간 숨기고 싶었던 과거인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세상은 보수적이고 여성에게만 선사시대의 유물처럼 터무니없는 잣대들을 강요하는 곳이 많으니까. 어떠한 진실, 특히나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본질을 마주하는 일. 그것은 두렵지만 회피해선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꼬이고 꼬여 엉뚱한 일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무엇보다 자신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정말 예상치 못 했던 범인의 정체가 놀라운 반전임과 동시에 버지니아와 프레데릭의 미래를 마냥 해피엔딩으로 끝내지 않은 결말이 훌륭하다. 앞으로 버지니아와 프레데릭은 어떠한 삶을 살아가게 될지 상상해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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