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산장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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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을 하면서도 항상 흥미진진한 소설을 선보이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에도 놀라운 작품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이 책은 일본에서 1990년 12월 하순 도쿠마 노벨스에서 출판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20여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소개된 것이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동안 세월의 흔적이나 고루함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물론 외부와 고립된 별장 안에서 벌어지는 밀실 살인이라는 점에서 세월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사건을 전개 시키는 작가의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촌스럽거나 진부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전혀 없다. 마치 깜깜한 극장 안에서 홀로 빛나는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독자의 시선을 온전히 빼앗아 버린다. 소설 속의 사건들 자체에만 몰입하게 만드는 고도의 흡입력을 자랑한다.

 

호숫가의 아름다운 별장으로 휴가를 온 8명의 사람들. 갑작스럽게 별장 안으로 들이닥친 2인조 은행 강도들에 의해 평화롭던 순간은 위험하고 급박하게 변해 버린다. 총으로 무장한 이들은 모두를 인질로 잡고 위협하기 시작하고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만다. 완벽한 밀실 상태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과연 은행 강도들로부터 무사히 풀려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벌어진 살인 사건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손님들과 이인조 강도 사이의 줄다리기가 숨막히게 전개되는 동시에 살인에 의한 공포와 긴장감이 더해진다. 서로가 힘을 모아도 이 감금 상태를 벗어날까 말까한 판국에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두 개의 사건이 아주 잘 맞물리면서도 복잡함없이 아주 간단명료하게 사건이 전개된다. 그러면서도 선하고 서로가 친밀해 보이던 이들에게 심리적 균열이 생기는 과정이 세밀하게 그려진다. 등장 인물들의 심리 변화에 주목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이 별장안에 인질로 잡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과연 과거 교통 사고로 사망한 도모미의 죽음에 얽인 진실은 무엇인가, 별장 안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동기와 그 진범은 누구인가, 그리고 은행 강도들로부터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여러 가지 의문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어진다. 일단 빠져들기 시작하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그만큼 가독성이 훌륭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훌륭한 추리 소설이다. 짜릿한 반전도 대단하지만 결말이 깔끔해서 아쉬움이 전혀 남질 않는다. '아, 정말 책 한 권 신나게 잘 읽었다' 라는 느낌이 든달까?! 가가 형사 시리즈와 같이 히가시노의 본격 추리 소설이 그리웠던 나에게는 정말 단비같은 작품이었다.

 

SF풍의 작품이나 범죄 심리 소설, 사회파 소설 같은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작품들을 다소 실망스럽게 여기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통적인 느낌의 추리 소설 작품을 꾸준히 쓰는 작가들보다 훨씬 흥미로운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항상 다음에는 어떤 장르를 섞어서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증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전력질주로 달리듯 이 작품을 읽었음에도 벌써 그의 다음 작품이 만나고 싶다. 그는 언제나 팬들을 목마르게 만드는 작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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