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가지 인간 행복 사용 설명서
김현경 지음 / M&K(엠앤케이)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제발 누구든 "원하면 다 가질 수 있다" 는 지니의 주문같은 소리만 반복하는 자기계발서에만큼은 돈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p. 40


세상에 공짜도 없고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아둥바둥 사는게 인간이다. 그런데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허황된 꿈을 심어주는 경우가 많다. 간절히 바라고 원하면 이루어지는 것 같은 희망고문 말이다. 저자도 이런 계발서들을 극혐하며 현실적인 자기계발서를 썼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본인의 경험이나 지인들의 이야기 외에도 다른 서적이나 전문 자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주제를 풀어나가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감성에만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근거를 들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것은 가독성을 높여 주고 글에 대한 신뢰를 높여 주었다. 내 꿈, 내 돈, 내 마음, 내 의지, 내 몸, 내 인간관계, 내 입 사용 설명서 등 총 7 챕터로 구성되어 있어 제일 궁금한 항목부터 읽어 나가면 부담없이 완독하게 된다.

참 독특한 점은 각 챕터의 말미에 핵심 정리와 실천 지침이 담겨 있다. 주요한 내용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그와 관련한 질문을 던진다. 친절하게도 질문 밑에 공란이 있어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 나가다 보면 자신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장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질문의 벽에 부딪히면 자신의 본질과 성향에 대해서 무지한 것 같아 속상할 때가 많은데 직접 적어보는 과정을 통해 나도 몰랐던 면들을 발견하게 된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만 가면, 대학교 때는 취업만 하면 다시는 입시 지옥을 경험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살다 보니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실수 투성이고, 여전히 삶 자체에 대한 질문은 가득하다. 그래서 일까? 진지하게 답을 적다 보면, 옛날 문제집이나 전과 등으로 밑줄 긋고 오답 풀이하면서 공부하던 시절 생각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나 자신이나 인생에 대해서도 이렇게 핵심 요약지를 만들고 문제 풀이를 통해 제대로 습득했는지 확인 받는 과정에서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 역시 주입식 교육의 산물인지라 밑줄 그어주고 요약 정리를 해준 파트가 쏙쏙 머리에 들어오는 것 같이 느껴지는 점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모든 챕터가 흥미롭게 다가왔지만 역시 가장 유용한 것은 내 입 설명서! 살면서 어르신들이 해주신 말씀 중에 가장 와닿는 게 "말을 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 될 때는 하디 말아라" 였다. 나이를 먹고 다양한 사람들과 환경에 노출되면서 더더욱 뼈져리게 실감하는 말이다. 왜 침묵이 중요한지, 침묵의 어마무시한 효과를 알려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침묵과 말하기의 완급 조절 연습을 충분히 하고 나면 상담, 설득, 거절, 싸움, 유머, 배려 등 각 상황에서의 말하기 노하우를 하사받을 수 있다. 그 중에서 말 안 통하는 사람 상대하기 3단계 전술은 어찌나 유용하게 다가오는지! 정말 이런 사람과 시비가 붙으면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은 상황에서 좀처럼 끝을 보지 못 하고 제자리 도는 이야기만 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 조금만 더 침착한을 유지하고 3단계 전술을 편다면 점점 미쳐가는 상대와 평정을 찾아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 같다!!

꽤 단호하고 깔끔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조언을 듣다 보면 복잡했던 머리가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다. 삶을 좀 더 쉽게 살아가는 요령을 익혀서가 아니다. 사는 것 자체가 원래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자꾸만 잊기 때문에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든다. 삶이 더욱 버겁게 느껴지고 마치 남과 달리 나에게만 결여된 부분이 있어 문제를 안고 사는 것 같이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다. 세상사 내 마음 먹기에 달렸고 노력 하나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달콤한 힐링의 말들이 듣기에는 좋다. 정말 책을 읽고 나면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러면 사는 게 훨씬 즐겁고 편해질 것 같으니까. 하지만 그 위로가 오래 가진 못 한다. 이내 내 생각과 마음이 글러먹고 삐뚤어져서 삶이 이 모양인거냐며 또 다른 자책과 절망으로 이어지기 쉽상이다. 차라리 삶은 힘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일상을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들을 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익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달콤 씁쓸한 그 경계에서 우리에게 유용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의 경험이나 과학적인 수치들을 끼워 넣어 더욱 현실적이고 신뢰감 있게 느껴진달까?! 적어도 그녀가 처음에 이야기 했던 자기계발서들에 대한 불만들- 한두 권 읽어보면 결국 다 뻔한 얘기다, 읽을 때는 좋은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 자기 자랑이 심하고 가르치는 투라 기분 나쁘다, 너무 거창한 얘기라 공감이 안 간다, 처음부터 똑같은 얘기로 책 한 권을 대강 채운 느낌이다.- 은 다 피해간 것 같다. 따뜻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날카로운 조언을 해주는 언니를 만난 기분이다. 마음이 참 편안해지고, 무기력감을 떨쳐낼 수 있는 원동력을 주는 책.. 참 오랜만에 유쾌한 자기계발서를 만난 것 같다 ^_^

사실 이 세상 모든 문제의 대부분은 "사람들이 다 나 같지는 않다." 와 "모든 일의 종류와 단계에 명확한 경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란 이 두 가지 사실을 모르거나 잊기 때문에 일어난다. -p. 87

다른 사람이나 상황 변화가 문제를 해결해 줄 거란 생각은 버려라. 그럴 수고 있지만, 어차피 다른 사람이나 상황은 내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풀 수 있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나 상황의 문제는 내 우울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수도 있다. -p. 89

우울증의 신체적(유전적) 유발 요인이 30~50%라면 나머지는 상황적, 감정적 요인이다. 우울증을 유발하기 쉬운 감정 상태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첫째는 고독감, 둘째는 무력감이다. 고독감은 타인들과 충분한 유대감을 느끼지 못할 때 느끼는 감정이고, 무력감은 자기 일에 스스로가 충분한 영향력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생기는 감정이다. 즉 양쪽 다 개인과 공동체 간의 적절한 거리 유지가 안 되는 데서 일어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 p. 97


인간관계에 별 문제를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만큼 인간관계를 능숙하게 잘하는 사람이라기보단, 인간관계를 많이 하지 않거나 중요성을 덜 느끼는 사람이라고 보는 게 더 맞다. 인간관계를 잘하는 가장 중요한 비결은 집착하지 않는 것이라 한 이유이다. 인간관계는 아무리 진심이 있어도, 기술이 있어도, 관계하는 만큼 문제가 알어날 가능성이 높다. -p. 197


살다 보면 사람이 분명 달라졌다고 생각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이 경우에는 성격 자체가 달라진 것보다는 정신적 건강 상태가 달라졌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 누군가의 정신적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꾸준한 사랑과 관심뿐이다. -p. 198


감정적으로 큰 상처를 받은 사람들, 특히 스스로의 힘으로 권리를 찾기 힘든 약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감정적 지불 없이는 문제 해결에 참여할 의지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p. 201


한 심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첫눈에는 좋게 평가하지만, 이후 그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 하는 행동을 했을 때 보이는 실망감과 적대감의 크기는 외모가 매력적이었던 정도에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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