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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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 쓰인 매스커레이드는 '가면, 가면무도회' 라는 뜻이라고 한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답게 연쇄 살인의 해결이 스토리의 골자를 이루지만 그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자기 본연의 모습과는 다른 가면을 쓴 채 호텔을 드나드는 고객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갖가지 트러블들을 처리하면서  그들의 생각이나 감정, 인생 등을 마주하게 된다. 주로 씁쓸한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데 아마도 항상 가면을 쓴 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네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역시 각자가 맡은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 내기 위해 그에 걸맞은 가면을 쓰고, 본심과는 상관없는 말과 행동으로 누군가의 심을 사야 할 때가 많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타인들의 가면 뒤 모습을 보게 되는 날에는 상처를 받기도 하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물론 의외의 좋은 면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불쾌한 면을 맞닥뜨리는 경우에 비해 현저히 적다.- 말이다. 그런 면에서 호텔은 가면무도회를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최적의 장소일 수 밖에 없다. 거짓 숙박 명부를 작성할 수도 있고,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호사를 누리며 호텔리어들의 대접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으니까. 책 속에서 탈 많고 사연 많은 '진상 손님' 들을 만나다 보면 혹시 나도 언젠가 '손님은 왕이다' 라는 명목으로 어떤 점원을 피곤하게 만든 적은 없는지 곰곰히 되돌아 보게 된다. 다만 너무 이런 손님들이 자꾸 등장하다보니 연쇄 살인의 큰 줄거리와 어떤 관계가 있는건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이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점을 찾게 된다는 점은 신선하다기 보다는 약간 개연성이 떨어지게 만드는 것 같다. 책으로 읽는 것보다 10개 정도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것이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가장 강렬하게 기억되는 것은 인간의 집념과 복수심이다. 막상 가해자는 기억도 하지 못하는 말이나 행동이 원인이 되어 누군가를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몹시나 섬뜩하다. 실제로 자연재해나 사건, 사고 등으로 생성된 큰 트라우마보다 우리가 일상 생활을 영위하면서 사람들 간에 주고 받는 작은 트라우마가 더 무섭고 치료가 어렵다고 하니 아주 황당무개한 설정은 아니다. 나에게는 아주 사소하게 느껴졌던 사건이 타인에게 평생의 상처로 남아 그 사람의 일생을 망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복수를 꿈꾸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매사 신중하게 생각한 뒤에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보다. 아무리 사려 깊게 행동해도 내가 미처 알지 못 하는 그 사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누군가를 만나는 게 살짝 두려워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요새 같은 험악한 시대에는- 직업적으로 올바른 프로토콜대로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그것에 불만을 품고- 이 정도의 연쇄 살인을 계획할 또라이도 충분히 존재할 것만 같다. 그저 내 주변 가까이에 나타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매사를 신중하게 사는 수 밖에!!

 

 히가시노 게이고님은 그의 작가 생활 25주년을 기념하며 우리에게 참 소중한 교훈을 남겨 주셨다. 항상 주변을 조심할 것, 특히 극단적인 또라이가 존재하지 않도록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필 것, 그리고 매 순간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할 것!

 

덧.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만 가지고 판단 한다면 그의 글에서 기발한 트릭이나 신선함을 느낄 수 없다는 분들이 많다. 확실히 그의 최근작들의 경우 추리소설계의 거장답다라는 느낌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오히려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고 소설 속에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점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상상력과 생각을 더 오랫동안, 많은 작품을 통해 만나보고 싶다!         

 

호텔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손님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면무도회를 즐기기 위해 호텔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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