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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즈가 울부짖는 밤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2
오사카 고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평점 :
경찰 조직에 대한 소설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 어떤 조직보다 계급화되어 있으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느 추리 소설들 처럼 비인간적이고 패륜적인 살인, 폭력과 관련된 범죄들이 등장하고, 잔혹한 혹은 치밀하게 계획된 사건 현장 속에서 과연 인간이란 종에 대한 존재론적 의문을 갖게 만든다. 과연 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인간을 동물보다 우월한 종으로 -이성과 논리, 도덕과 선의의 측면에서- 정의할 수 있는가와 같은 궁금증! 더불어 이러한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선에서 활약하는 형사들의 모습, 수사의 진행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사실적이고 박진감있게 느껴진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일수록 여론의 지나친 관심과 정치 세력의 외압이 존재할 수 밖에 없는데 각자의 입장에 따라 이에 대한 대처 방법이 천차만별이다. 소설 속에는 대세에 순응하는 자,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고 정의를 부르짓는 자, 몸을 사리기에 급급한 자, 비열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자 등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모습은 우리가 속한 조직 내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건의 해결 과정도 흥미롭지만 친숙하게 느껴지는(?) 다양한 인물들을 주변 인물들과 매치시켜 보는 재미도 쏠쏠해서 더더욱 경찰 소설에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소설은 신주쿠 한 복판에서 일어난 폭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부투 하는 공안 조직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일본의 경찰 체계인지라 잘 와닿진 않지만 공안도 형사이지만 일반 사복 형사들과는 그 역할과 소속이 다르다. 소설을 통해 미루어 보건대, 우리 나라의 검찰처럼 경찰들과 대립되면서도 좀 더 우위에 위치한 것 같다. 그러면서 각종 비밀 업무들을 수행하고 여러 정치 세력과 얽혀 사건을 도모하고 뒷처리 하는 느낌이었다. 보통 경찰 조직보다 더 폐쇄적이고 각종 비리와 파행, 음모로 가득한 집단처럼 보였다. 이 책에는 폭탄 사고로 아내를 잃은 공안 형사 구로키, 폭탄 사건 현장에서 누군가를 미행하고 있던 순사 부장 미키, 경찰 조직 내부의 부패를 적발하고 은밀히 처리하는 경시정 쓰키, 사사건건 일반 형사들을 무시하고 고압적으로 행동하는 와카마쓰 수사 과장 등 다양한 공안 형사들이 등장한다. 각자의 사연과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 하나의 사건을 쫓고 있지만 무언가 하나씩 비밀을 품고 있는 느낌이다. 최대한 각자의 패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상대의 정보를 캐내려는 고도의 전략들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이들 간의 팽팽한 신경전이 흥미진진하다. 여기에 폭탄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신가이와 정의로운 열혈 형사 오스기가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신가이는 유력한 용의자이자 기억을 잃어버린 청부살인업자이다. 형사들은 사건 해결을 위해, 신가이는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진실에 접근해 간다. 과연 신가이 그가 쥐고 있는 사건 해결의 열쇠는 무엇인지, 각 공안 형사들의 목적은 무엇인지 끝까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충격적인 반전과 빈틈없는 탄탄한 구성의 스토리가 놀랍다. 하나의 시제와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이 아니라 교차로 서술되기 때문에 초반에는 좀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는 그러한 구성인지 모르고 읽다가 갑작스럽게 시제의 변화가 나타나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같은 경우에는 사건 해결보다는 각각의 단락들이 시간적 선후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재배치 하는데 더 집중한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드라마나 영화로 만드는 게 더 흥미진진하고 재밌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일드가 시즌 2까지 만들어져 방영되었다니 찾아서 보면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