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랑 언니의 명랑 고전 탐닉
임자헌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참 유쾌하고 발랄하다. 그 안에 진중한 삶에 대한 철학과 가르침이 있다. 구구절절 옳은 말, 바른 말, 어려운 말을 늘어 놓으며 머리 아픈 이야기를 쓴 책이 아니다. 작가가 몸소 체험한 일화들, 작가의 생각과 함께 그에 걸맞는 고문이 아주 적절하게 버무러져 있다. 상큼하고 웃음 나는 작가의 이야기와 촌철살인과 같은 옛 성인들의 한 마디!!

 

책은 전체 6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논어'에서는 인생에 서툴렀던 그녀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다룬이야기이다. 그녀가 우정과 사랑과 삶을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으며,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알려주고 있다.

 

'맹자'에선 솔직하게 털어놓은 저자와 지인의 연애담이 주를 이룬다. 짝사랑 전문가였던 그녀의 실패담을 통해 연애를 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들, 사랑을 하면서 지켜야 할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공자와 더불어 유학의 큰 성인인 맹자의 말씀을 담은 책을 통해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도 깨우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선한지!!

'대학, 중용'은 좀 더 진지하고 세밀하게 그녀가 어린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며 방황하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를 책망하기에 바쁜 이들에게 용기와 격려를 준다. 왜 1등이 되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지,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자신을 이리저리 맞춰가며 자신이 재능이나 소질이 없음만을 탓하며 나를 깎아내리고 한계를 규정짓고 있지 않은지 다시금 생각해게 해준다. 우리가 별 것 아니라고만 여겼기 때문에 멜로디언, 실로폰, 리코더와 같은 평범한 악기가 지닌 매혹적인 소리를 간과한 것이 아닌지.. 그녀가 묻는다. 우리가 다룰 줄을 모를 뿐 그것 역시 버젓한 악기임을 잊지 않았느냐고.

 

"나는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까? 화려함 말고, 내가 지니고 있으나 나조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그래서 내게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내 진짜 멋들어진 소리는 무엇일까?" -p. 135

 

나도 들어본 적 없는 나의 깊은 소리를 위해, 나의 진짜 소리를 위해 한 번 더 독하게 흔들려도 좋지 않겠느냐는 그녀의 말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도전보다는 안정을 택하고, 꿈을 쫓는 사람을 철이 덜 들고 현실적이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인생은 한 번 뿐인데 나답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지도 않고 나는 재능이 없으니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저 유명인처럼 대단하지 않으니까 라는 이유를 들어가며 스스로를 세상과 타협시키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삶에는 1등이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한데 우리는 줄서기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스스로가 몇 등쯤 되니까 라며 더 달릴까 말까를 고민한다. 사실 늘 압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1등 보다 뒤에서 느긋하게 따라가고 있는 사람이 더 행복할 수 있고, 1등 보다 더 넓고 깊게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데 말이다.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지 않은가!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한들 그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혹은 흥미를 잃고 그만둬 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국 끈기있게 버티며 자신을 갈고 닦은 누군가가 최후의 승자가 되는 법이다. 사람은 시간 안에서 성장한다는 진리를 깨닫고 실천에 옮기는 그녀가 참 강직하게 느껴진다.

 

"떠나지만 않으면 된다. 흐르는 시간에 내 걸음을 두기만 하면 된다. 힘이 될 땐 애도 좀 써 보고 힘이 부칠 땐 졸고 쉬기도 하면서. 그러나 떠나지만 않으면, 버리지만 않으면, 그것으로 무얼 하겠단 욕망에만 걸려들지 않으면 공부는 참 즐거운 일이다." -p.144

 

'시경'에선 아름다운 옛 노래에서 건져 올린 감성과 울림을 만날 수 있다. 공자 시대 이전에 쓰여진 시임에도 불구하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메시지들이 담겨져 있다. 위트가 넘치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시들이 그녀의 재미난 일화들과 어우러져 시종일관 웃음을 터뜨린다. 그 와중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마주하게 되는 열등감과 질투와 같은 감정들을 마주했을 때 대처하는 자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보다 재능 있는 사람, 유능한 사람을 마주할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우리의 결여는 더욱 크게 다가오게 마련이고 이것은 스스로를 좀 먹는 일이다. 결여는 결여일뿐, 그것을 욕심내는 것은 본인을 지치게 하고 조바심을 내다 결국엔 위축되게 만든다.

 

"인간은 어차피 한 사람이 모든 걸 가질 수도 없고, 다 가진 사람이 있다 해도 그 한 명이 인류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p. 184

 

"결여의 이면을 바라보는 것. 어쩌면 재능을 발견하는 일,실력을 쌓는 일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일일 것이다." -p. 187

 

뒤집어 보면 유능한 누군가의 그 실력은 나에게 결여 대신에 채워진 다른 능력에 대한, 또 다른 것의 결여이기도 한 것이다. 빛과 그늘은 함께인 것처럼 내 안에 결여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그녀의 이야기를 가슴 깊이 새겨둘 일이다. 자신감을 잃고 자꾸만 남과 비교하게 될 때, 결여만을 쫓다가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을 정작 잃어버리게 될 때, 항상 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부정적인 생각들을 경계해야겠다.


'서경'은 '나답게 사는 법'을 모색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공자보다 훨씬 이전 시대의 정치서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하고 개성 넘치는 존재로 나를 인정하는 방법, 내적 성숙을 위한 노력들, 삶의 중요한 가치 탐색에 필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어 마지막 장은 사서삼경 외에 장자, 사기, 소학 등 인생에서 흔들릴 때마다 유용하게 느껴질 한 마디를 소개한다. 마치 시트콤의 한 장면처럼 유쾌한 저자의 일화들, 질풍노도20대의 우울함과 방황을 이겨낸 이야기를 따라가며 고전의 재미에 더욱 푹 빠져들게 해준다.

 

이 책은 두고두고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적당히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책이라 집어들기 쉽고 현세에 까지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귀한 말씀들을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 좋다. 우울할 때 꺼내 읽으면 저자의 경험담이 너무 재밌어서 좋고, 사람 사이에서 마음이 아프고 사는게 힘들어질 때 그 과정을 꿋꿋하게 버텨 온 그녀가 건내는 위로가 따스해서 좋고. 특히나 그녀의 유쾌 상쾌한 삶의 방식이 나에게 전염되는 것 같아서 책을 읽는 내내 즐겁다. 그녀가 삶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4차원처럼 엉뚱하지만 또 응당 그것이 더 타당해 보여서 세상살이에 꽉 막힌 가슴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것 같다. 당당하고 씩씩하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끔 그녀의 이야기는 매력적이고 현.실.적이다. 그저 좋은 말을 주욱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그녀가 직접 부딪히며 배워온 것들을 일기처럼 담담하게, 솔직하게 써 내려간 글이니까.

 

덧. 아직도 솔로이신지 모르겠으나 주변의 남성분들은 뭐하나!! 이렇게 매력적인 처자를 옆에 두고 홀로 있게 하다니.. 참 보는 눈이 없는건지, 아님 그녀의 당참에 용기를 못 내는건지.. 아 정말 매력적인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강의가 진심, 꼭 듣고 싶다. 대체 어디서 하고 있는지..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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