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플레이스
길리언 플린 지음, 유수아 옮김 / 푸른숲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나를 찾아줘의 그 박진감 넘치는 전개,독특한 구성, 실제로 살아 숨쉬는 듯 입체적인 주인공들, 끝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완벽한 엔딩까지.. 그녀의 책은 탄탄하고 흥미로웠다. 기대감에 힘입어 구매한 두 번째 책 다크 플레이스. 실제로는 나를 찾아줘 보다 먼저 쓰여진 책이다. 그래서인지 책의 구성은 비슷한 편이다. 현재의 시각에서 쓰여진 리비의 이야기, 과거의 시각에서 쓰여진 패티와 벤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서술된다. 이러한 기묘한 시공간의 조합은 독자로 하여금 복선이 숨겨져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주며 집중력을 높여주는 그녀의 특별한 장치이다. 이러한 세 사람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아빠 러너, 언니 둘 미셸과 데비, 벤의 여자친구 디온드라와 크리시, 벤과 디온드라와 어울려 다니는 트레이, 살인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라일 등 다양하다.

오빠인 벤을 살인자로 지목하고 되는대로 살아온 여자 리비. 그녀는 가족이 몰살당한 날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다. 그 날의 끔찍한 기억을 묻어둔 채 진실에 접근하는 것을 거부하다가 돈벌이를 위해 봉인된 기억들을 끄집어 낸다. 그녀를 사건에 다시 다가가게 만든 장본인은 미스테리한 사건들을 다루는 킬클럽 회장인 라일. 그는 벤의 무죄를 입증하려고 하는 조직의 일원이며 아빠인 러너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대략 책에 등장하는 용의자는 넷이다. 
첫 번째는 그 날의 비밀을 간직한 채 감옥에 수감된 오빠 벤. 본인은 죄값을 치르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가 정말 가족을 몰살한 장본인인지 석연치 않다. 그는 내재된 폭력성을 가지고 있으며 디온드라, 트레이와 어울려 다니며 음주를 하고 대마초를 한다. 가난한 엄마와 시끄러운 여동생, 책임감 없는 아빠에 대한 분노로 가득차 있고 패티의 시각에서는 그가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앓고 있는 것 같은 점들이 몇 가지 보여진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디온드라와 트레이다. 이들은 전혀 성실함과는 무관한 학생들로 벤에게 나쁜 짓을 하게끔 유도한다. 심지어 벤과 달리 부유하게 자란 디온드라는 그의 처지를 더 비참하게 느끼게 만든다. 그녀와 대비되어 자신을 가난하고 존재감 없는 아이로 인식하면서 엄마와 가족들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가족에게 관심과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탓에 디온드라 역시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이며 고양이 성기를 잘라 벤의 사물함에 넣어 놓는 등 괴이한 행동을 일삼는다. 트레이는 노골적으로 겁 많고 가난한 벤을 놀림거리, 웃음거리로 만든다. 벤은 항상 그의 눈치를 살피기에 여념이 없으며 그에게 강해보이고자 불량한 짓들을 일삼는다. 트레이는 악마를 숭배하는 의식에 사로잡혀 있으며 거칠고 공격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네 번째는 아빠 러너이다. 그는 도박쟁이에다가 빚을 지고 있으며 언제나 돈이 필요해 패티를 찾아온다. 아빠로서 어떠한 책임감도 느끼지 않으며 가족을 가난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은 장본인이다. 벤에게 남성성을 자극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마초적인 남성이며 트레이, 디온드라와도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심리가 탁월하게 그려져 있으며 각자가 자라온 환경에 의한 트라우마나 그것이 고착되어 형성된 성격 장애 등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래서 인물들은 살아 움직이며 나의 청소년기에도 충분히 고민했던 문제들, 주변에서 볼 수 있었던 친구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캐릭터들이 친숙하게 -하루 아침에 가족이 몰살되었다는 사실만 빼면- 느껴지기도 한다. 등장 인물 모두가 그 날에 연결되어 있으며 비밀스럽고 의심스러운 부분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 누가 범인인지, 과연 그 날의 진실은 무엇인지..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이런 면에선 나를 찾아줘 만큼 혹은 그 이상 박진감 넘친다. 나를 찾아줘가 남녀 주인공에 한정되어 있는 반면, 다크플레이스는 정말 그럴싸한 용의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결론은 다소 약한 것 같다.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이 초중반의 극적인 미스테리함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 하고 급히 끝맺은 느낌이다. 동기 역시 다소 약하고 단조롭지 않았나 싶다. 리비가 오빠를 지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나 반사회적 성격장애로 보여지는 벤에 대한 설명이나 결말이 충분하지 않다. 앞의 미스테리한 요소들이 독자로 하여금 의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넣어둔 장치들로 전락해 버린 느낌이다. 정말 끝맺음을 위한 결말인 듯 하여 씁쓸하다. 

읽는 동안은 정말 재미 -그래도 최근에 읽은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보다는 결말이 덜 허무하다.- 있었고, 이러한 전작을 바탕으로 더 나은 나를 찾아줘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믿으며.. 그녀의 차기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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