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아이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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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마지막 날을 이 책과 함께 하게 되었다. 에쿠니 가오리와 나라니 일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조합이다. -일본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불륜을 다룬 연애(?) 소설도 싫다- 하지만 최근 그녀의 결혼 생활에 대한 에세이를 읽은 후 급속도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때마침 그녀의 에세이가 신간으로 발매되어 어찌나 즐겁던지.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와 비슷한 시기에 엮인 것 같지만 8년 동안 썼던 에세이를 정리한 것이라고 하니 실제로는 1990년대 초반에 썼던 글들인 것 같다. 내가 초등학교도 다니기 전에 에쿠니씨는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것들을 보았구나 라고 생각하니 새삼 신기했다.

번역 덕분인지도 모르지만 글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나이는 마치 30대 중반의 여성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마치 옆집 언니가 조근조근 이야기해주는 것 같은 느낌. 덧붙이자면 좀 많이 특이한 예술가 언니. 느릿느릿하지만 분명하게 전달되는 그녀의 이야기는 읽기 쉬워서 좋다. 머리가 복잡해서 글들이 활자로만 느껴질 때, 자연스럽게 집어들게 된다. 그녀의 문장에는 어떤 특정한 감각 -촉각, 후각, 미각, 시각, 청각 등- 의 요소를 공감각적으로 잘 버무려서 입체적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청아하고 짤막한 문체임에도 불구하고 함축적으로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것 같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 말은 올해 내가 가장 많이 느꼈던 답답함을 한 방에 해소해준 말이다. 사회 생활이든, 내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든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서 위축되고 자신감을 가질 수가 없었다. 스스로가 경험적으로, 인성적으로, 지식적으로 너무나 부족한 느낌. 자꾸만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고 더 나.은. 더 많.이. 알고 있는 내가 되기 위해 채찍질 해야만 했다. 그런데 그녀는 모르는 것이 많다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이 많을수록 더 삶을 즐겁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모르고 있던 삶의 다양한 부분들을 알게 되면서 느끼게 되는 경이로움, 신비감 등. 어린 아이들이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더 재밌고 흥미롭게 산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내가 어른이니까 아는 게 많다는 착각 속에 얼마나 재미없는 하루하루 라고 생각하며 지루해하는지.. 추천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실수를 통해 몰랐던 것을 배워나갈 땐 정작 지루할 틈은 없었다. 세상사 행과 불행은 정말 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인가보다. 손바닥을 뒤집어 반대편을 보면 완전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녀의 독서일기에 관련된 부분이다. 너무 흥미진진하게 느껴저서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몇 권 있는데 우리 나라엔 없는 것 같다. 번역이 안 되었거나, 아예 검색이 안 되거나. 우리 나라와 일본의 책 시장이 다소 다르구나 하는 생각에 신기했다. 글로벌 시대에 안 되는게 아직 많다. 원서로 라도 읽어보면 좋겠지만 영문학 서적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포기. 문득 몇 개 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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