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미친 사람들이야,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를 읽고난 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을 전부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연금술사 이후 그 만큼의 감동을 주는 소설은 없었다. 언제나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가 확고하지만 점점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브리다, 포르토벨로의 마녀, 11분 모두 여자들이 주인공인 책인데 여성 스스로가 주체적인 자아를 확립해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환생을 통해 진정한 반쪽을 찾는 것, 춤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사람들에게 진리를 전달하는 것, 정신적/육체적으로 온전한 사랑을 찾는 것.. 등 각자가 목표로 하는 것은 조금씩 다르지만 11분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주제를, 비슷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아 조금은 진부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마녀가 되는 과정을 그리다보니 약간 신비주의에 치우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아함도 들고 나와는 먼 이야기 같이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 와중에 출간된지 좀 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를 집은 건 순전히 가벼운 마음에서였다. 비슷한 내용이라 머리 아프지 않고 술술 읽히겠거니 하는 생각도 들었고 최근 내 삶의 부정적인 측면들에 자꾸만 눈이 가는 탓에 자극적인 제목도 와닿았다. 자살을 기도한 젊고 아름다운 여자 베로니카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베로니카 외에도 공황 장애를 겪고 있는 마리아, 중증 우을증을 앓고 있는 제드카, 꿈을 잃고 정신이 나가버린 에뒤아르 등 다양한 주변인들의 상황, 심리가 묘사되어 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 있음 직한, 혹은 내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 누구보다 정상적으로 윤택한 생활을 누리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제각각의 이유로 정신병원에 오게 된 것이다. 다들 인생을 살아오며 걸어온 길이 다르고 가지고 있는 상처가 다르지만 그들이 병을 앓게 된 근복적인 원인은 베로니카와 같다. 삶에 대한 감사함이나 기쁨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한 채 다른 사람들에게 '정상적으로' 보이는 삶을 살아가느라 자신의 꿈, 모험, 사랑.. 등 많은 중요한 가치들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그저 당연하고 지루하고 재미없게 받아들이는 만성적인 자기 유기 상태. 삶의 유한함을 누구나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정말로 자각하고 체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것, 중병에 갈려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는 이야기들은 나에겐 벌어지지 않을 일이라고 치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고 싶었던 많은 일들을 미루고, 꿈꿔오던 것들을 접고 다른 이의 눈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가꿔가며 살아가는데 만족한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신은 그런 자연을 만들었다. 우리는 그 자연의 일부이므로 신의 뜻에 따라 우리의 삶을 모험으로 이끌고 매일 우리 자신을 변화시키는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나뭇잎 하나, 돌맹이 하나도 똑같은 것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편의를 위해 비슷한 것들을 하나의 개념으로 구분지어 인식할 뿐이다. 따라서 너와 내가 같을 수 없고 어느 누구도 똑같은 생각, 행동 양식, 사고 체계를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타인의 다름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인정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사회가 원활히 돌아가기 위한 법규, 도덕 등을 제외하고 종교를 가지고 신을 따르는 우리가 남과 같아지기 위해 지켜야할 조항, 기준들을 만드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또라이(?)처럼 보일까 겁내지 말고 좀 더 자신다운, 자신만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모두가 미친 사람들이다. 남들이 나에게 미쳤다고 손가락질 할 것이 두려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한 번 사는 세상, 나 답게 살다 죽어야 덜 억울하지 않을까!

"미쳤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 마치 네가 낯선 나라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 너는 모든 것을 보고, 네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식하지만 너 자신을 설명할 수도 도움을 구할 수도 없어. 그 나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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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느껴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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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미친 사람들이야,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