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오늘의 일본문학 12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가가 누군지 몰랐지만 이 책을 집어들었던 이유는 이 사람이 회사원이라는 점이었다. 만 23세의 나이로 최연소 나오키상 수상 작가!! 골방에 틀어박혀 글만 썼다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들려오는데 이 사람은 신입사원임에도 불구하고 책도 쓰고 상도 받았다니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첫 시작부터 독특하다. 우리 세대에게 매우 익숙한 트위터를 통해 각 주인공의 프로필이 간략하게 나와 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던 남녀들이 졸업반이 되면서 함께 이력서를 작성하고 면접 준비를 하는 일종의 스터디 모임을 구성한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은근한 경쟁, 질투, 그로인한 외로움,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절절함, 답답합, 그리고 주인공이 오래 전부터 짝사랑한 룸메이트의 옛 애인과의 애매한 관계 등 이 시대 청춘들이 공감할만한 내용들이 주인공인 다쿠토의 시선과 각자의 트위터를 통해 보여진다. 다쿠토는 논리적이고 침착하며 말과 행동이 신중한 사람이다. 그는 온라인에서 지적, 정신적으로 허세를 부리는 다카요키와 긴지를 까발리면서 리카의 촌스러운 자기 어필을 비웃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취업 활동과 은밀하게 경쟁하고 진심을 담아 응원해줄 수 없는 사람들의 속내를 차분히 말해준다. 우리들 누구나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대학교 때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감정들이고 또 가식적으로 느껴지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을 것이기 때문에 공감도 되고 고개가 수그러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이 오싹하고 발칙하다는 점은 현실과 온라인의 괴리감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SNS를 통해 전해지는 누군가의 위선과 허세, 그리고 나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의 진정한 교류를 맺지 못 하고 가면을 쓴 그럴듯한 자신을 보여주고 - 무엇을 먹었는지, 어딜 갔는지, 무슨 경험을 했는지 전혀 자신의 생각은 담기지 않는 과시형 글들 - 댓글이나 리트윗을 통해 존재감을 확인하는 슬픈 청춘들의 현실이 너무 적나라하게 그려져있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 씁쓸함과 부끄러움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진정한 소통과 정말 나 다운 모습으로 누구에게나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진실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을 번역하신 분의 말처럼 대외적인 '선함'으로 무장한 채 동시에 은밀한 '악' 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자신 밖에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조심해야 한다! 관찰자는 도처에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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