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느려도 괜찮아!!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 어쩌면 누구나 느끼고 경험하고 사랑했을 이야기
강세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생각해보면,
언제나 나는 조금 느렸던 것 같다.

이렇게 시작되는 책. 첫 문장부터가 마음을 울렸다. 표지나 머릿글을 보고 끌려서 샀다가 생각했던 내용보다 허술해서 영 실망스러울 때가 종종있다.

특히 그녀의 첫번째 책이었던 '나는 아직 어른이 될려면 멀었다' 라는 책을 일부만 읽고 덮어버린 나에겐 일종의 도전이었다. 첫 번째 책은 라디오 작가라는 색안경을 끼고 봐서였을까.. 어떤 이야기에서는 나도 그랬지, 맞아맞아 하면서 공감을 하기도 했지만 정말 잘 쓰여진 - 보통 라디오 중간에 읽어주는 멋진 이야기들 - 라디오 대본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쩐지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글들은 나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고, 이게 진정성이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제목에서 너무 끌리고 공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진 못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진솔함이 담겨 있었다. 그녀가 라디오 작가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작가로 거듭나는 고통과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늘어나는 일상의 고민들.. 비록 작가로의 변신이 어느 정도의 고통을 수반하는지 나는 똑같이 느낄 수는 없었지만 그것을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으로 생각한다면 얼마나 많은 번민과 두려움, 버거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을까 공감이 되었다. '아.. 나만 절룩거리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나무처럼 굳건히 서 있지 못 하는 것은 아니구나..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이들이 또 있구나.. 나만 더딘 것은 아니었어..' 하는 희망적인 생각들, 따스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소위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거리감과 계산적인 태도들, 이기적이고 가식적인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지 모르는 막연함, 배신, 무한경쟁 등으로 얼룩지고 상처받은 마음이나 불신 등으로 아파하고 있는 나에게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진정한 위로가 되었다. 내가 진정 외로운 사람은 아니라고, 인간관계의 부정적인 면보다는 내 주변에 나를 아껴주는 친구, 가족 등 따스한 면을 보라고 진심을 담아 아야기 해주었다.

그녀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는 작가로서의 첫 작품이 나온다면 꼭 읽어보고 싶다. 그녀의 성장과 변신이 몹시도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단지 느릴 뿐 그 느림 안에서 누구보다 성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작가님이니까.. 전혀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는 빠른 걸음의 사람들을 쫓아가다가 숨이차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나만의 느린 걸음으로 나아가도 괜찮다고 마음의 위안을 주었던 작가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