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자의 낯선 하루 - 익숙한 공간에서 시작하는 설레임 가득한 일상 우주 여행
권혜진 지음 / 이덴슬리벨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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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몸 담고 있는 일은 몹시 인내와 끈기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정말 꾸준함과 매일매일 반복되는 실패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줄 알아야 비로서 이제 일 좀 하겠구나 싶은 고되고 지루한 일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니까! 실제 내가 체감하는 정도는 지장보살이 보호해 준다는 공든 탑을 다 쌓을무렵 도깨비가 와서 무너뜨려버리는 굴레에 빠져버린 아기의 심정과 같다. 매일 반복되는 실패를 경험하며 다시 처음부터, 다시 처음부터.. 비디오 테이프를 거꾸로 돌리듯 비슷비슷한 일들을 5~6년 하다보면 이제 완성작이 나올까 말까하다.

마음은 늘 무겁게 가라앉아 있고, 창의적인 발상, 생각 따위는 정지해 버린지 오래다. 하루 11시간 이상 한 자리에서 망부석처럼 앉아 공휴일 없이 일하다보면 마치 껍데기만 남은 로봇같아서 스스로가 소름이 돋는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부터가 끌렸다. 여행을 갈 수 없는 자들에게 일상에서도 여행자의 기분을 만끽할 구체적인 방법들을 쭈~~욱 나열해줄 것 같았다. 너의 그 움직일 수 없는 몇 평 남짓한 공간에서도 충분히 여행자처럼 기분 전환을 하고, 재충전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차올랐다.

여행 프로 방송작가이셨던 이력이 고이 느껴질 정도로 정말 지구 곳곳을 다녀보신 것 같았다. 목차에는 유럽은 기본이오, 세계의 끝이라 불리는 곳, 티베트, 인도 등 나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여행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초반엔 읽다보면 씁쓸한 마음이 솟아나기도 했다. 남태평양의 섬 한 가운데에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세잔의 생가를 둘러보고 그의 그림을 직접 대면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하는 막연한 궁금증이 질투와 뒤섞여 내 삶의 초라한 현실이 더 부각되는
것 같았다. 한낮에 명동을 캐리어와 함께 걸어본다든가,해질녘 공항에서 커피를 마시며 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습을 본다든가, 아침에 맥주와 칩을 먹어 보며 자유로움을 만끽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역시 작가님이 허세퀸과는 완전 정반대의 인물인 것 같다! 그녀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내가 이만큼 돌아다녀봐서 옥상에서도, 여의도 나무 아래서도 나는 여행자의 기분을 낼 수 있어~ 난 자유로운 몸이니까~~' 가 전혀 아니었다. 작가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가 여행을 통해 얻게되는 것은 결국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일상 생활에선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것, 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훈련을 하는 것이므로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와 다르게 인지하고, 내가 원하는 바, 생각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따라가면 인생이 더욱 다채로움으로 채워지고 그것이 리프레쉬가 되면서 매너리즘에서 벗어난 여행자의 마음과 비슷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이런 훈련을 소소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는 작은 일상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게끔 나를 변화시키면 된다.

세계 곳곳으로의 여행, 끊임없는 자신과의 대화, 다독과 깊이있는 사유 등으로 그녀는 참 매력적인 마지막 말을 남겼다.
"여행의 종착지이자 플랫폼인 내 몸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모든 것이 나로부터 나온다, 나의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 모두가 말하지만 언제나 인지하지 못 하고, 실천하지 못 하는 말.. 공감한다면 정말 작은 일에서부터 출발하자. 한 송이 꽃을 책상에 놓아두는 것부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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